나쁜 관계 2

“좋아해.”
지혜의 입안이 꼬륵 하고서 잠겼다.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탓에 진원의 목울대는 평소보다 더욱 낮게 움직였다.
“많이 좋아하는데 안 될까?”
동굴 같은 음성이었다. 바르르 떨린 지혜의 눈동자로 자옥한 안개가 드리웠다. 제 마음에 있던 말을 전부 토해 내고 외치자 돌아오는 것이라곤 좋아한단 울림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혜가 느낀 처참함에도 불구하고 냉정히 뒤돌아설 수 없었다.
“너 하나 좋다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
“하아…….”
“숨긴 적 없어. 오지혜 좋아한다고, 내가.”
“윽…….”
“더 얘기할까?”
“…….”
“좋아해.”
“그만…….”
“이 말 내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게 한 여자가 너야.”
“……해요.”
“그만해?”
진원은 쓰게 웃었다.
“아, 너 이 말 하면 도망가지.”
그것이 두려워 도망치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처럼 믿을 수 없다고, 거짓말이라 여길 만도 한데 뛰는 심장이 말을 듣지 않았다. 청개구리 같은 짓을 또 서슴없이 한다. 몸과 머리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진원을 의심하며 멀어지려는 행동과 믿고 싶어 하는 머리가 아직 비등한 크기로 지혜를 억누르고 있었다. 거미인 그에게 잡아먹힐까 무섭다.
“이리 와.”
하지만 또 먹히고 싶어 고개 든 지혜의 눈앞으로 진원이 팔을 뻗어 손짓했다. 까딱이는 손끝으로 온 신경이 쏠린다.
“더 가까이에서 들려주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