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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26455843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1-04-30
책 소개
목차
1막
2막
3막
4막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진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따라 상대의 얼굴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미남자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곱게 생긴 얼굴이었다.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모인 이목구비는 누가 그려 놓은 듯 수려했으며, 인상이 강하지 않으나 부드러운 이미지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어제 위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약, 색사, 그리고…….
‘예술을 하겠다며 잠자리 상대를 앉혀 놓고 헐벗은 몸을 그린다더군.’
예술이라는 허영에 젖어 사는 황족.
경멸하는 부류다. 진은 그제야 눈을 내리깔았다.
“십 년 전이었나.”
뒷짐 진 채 진을 살피던 막시밀리언이 비로소 허리를 폈다. 온전히 일어선 그는 진보다 조금 작았다.
“에르하르트 공작 부인이 데리고 다니던 미동이 있었지.”
창을 통해 새어 나오는 샹들리에 불빛과 달빛, 막시밀리언의 옷에 달린 다이아몬드에서 나오는 작은 빛 정도가 전부인 정원이었다. 표정을 숨기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섣불리 상대의 말을 쳐내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금실로 땋은 듯한 머리에 사파이어색 눈동자를 한 미동인지라 값을 꽤 쳐주고 데려왔다 들었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지금은 고인이 된 당시 에르하르트 소공작이 자랑삼아 아카데미에 데리고 올 정도였네. 귀한 옷을 입히고 머리에 향유를 발라 꾸며서 연회에 세워 두곤 했지. 아주 가끔.”
“…….”
“십 년 전, 자신의 집 아이도 아니었던 미동을 기억하고, 이제 청년이 된 그 얼굴을 알아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겠지만…….”
막시밀리언은 말끝을 흐렸다. 이내 한 발짝 물러난 얼굴 위로 대공가 저택에서 샌 빛이 어렸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진은 미처 따라가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머리가 띵했다. 막시밀리언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그사이, 막시밀리언은 천천히 멀어져 가고 있었다. 진을 똑바로 바라본 상태로 뒷짐 진 채, 장난스러운 뒷걸음을 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