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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남의 인생 관람 티켓](/img_thumb2/9791127210717.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27210717
· 쪽수 : 166쪽
· 출판일 : 2017-02-12
목차
네가 지나칠 모든 계절의 모퉁이마다 서 있을게
어째서 내가 사랑한 모두는 나와 닮은 상처를 가졌는지
흩날리는 잎사귀가 아니라, 깊이 박히는 뿌리로 만나기를
존재하지도 않는 순간이 나를 붙들고 나를 흔드네
네게도 그런 사람 생기면, 내 희망을 이해하게 될 거야
감정이 넘치면 가장 중요한 말부터 떠내려 가 버려서
마음의 모든 날씨를 한 사람과 골고루 나눠 보고 싶어졌어
고요를 팝니다
당신을 데리고 온 운명은 나보다 근사한 안목을 가졌다
내가 가진 나침반엔 적히지 않은 방향을 보여 준 사람
그런 눈물로 녹이지 못할 빙하가 어디 있겠어
자식에게 말을 거는 일은 내 과거로 접속하는 일 같아서
당신이라는 세상의 현지인이 되기까지
아득할 땐 몰랐지, 아득해야 사랑인 줄
여기 와서 알게 됐지, 마음은 단 한 살도 먹지 않았다는 걸
첫 이별의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이 다른 두 사람이어서
김 씨의 첫 걸음마
인간이라는 존재에 달린 나사는 원래 꽉 조여지지 않아
1년 365일은 365개의 빈칸이었음을
저자소개
책속에서
심한 시각. 매표소에 도착한 당신이 주위를 둘러봅니다. 매표소 위에 큼직한 간판이 걸려 있네요. 극장 이름이 그 간판 속에 적혀 있습니다. 남의 인생 상영관.
당신은 상영 시간표를 보기 위해 걸음을 옮깁니다. 달콤한 팝콘 냄새가 자욱합니다. 요즘 이런 상영관이 부쩍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당신은 생각합니다. 점점 줄어드는 인간관계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혹은 또 다른 어떤 이유로 인해, 사람들은 '남의 인생 상영관' 따위의 극장을 찾습니다.
어떤 커플이 당신 옆에 서서, 상영 시간표를 골똘히 뜯어보네요. 당신은 그들을 지나, 다시 매표소로 돌아옵니다. 매표소 직원이 당신에게 질문합니다. 오늘 마지막 손님이시네요. 이번 타임이 마지막 심야 상영이거든요. 어떤 표로 드릴까요?
_본문 중에서
내가 말하는 ‘한동안’이 계속 쌓여 언젠가 ‘영원’과 ‘평생’이 되길 바라는 건 너뿐만이 아니야.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내 미래를 엿보고 싶어. 모든 미래에 내가 너와 함께였다는 사실을 보고 싶어.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그 모습을 너한테 말해 주고 싶어. 가짜 맹세가 아니라 사실에 대한 진술로 너한테 말해 주고 싶어.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고. 함께이고, 함께일 거라고.
그때 그녀는 정훈의 몸이 떨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안간힘 다해 울음을 참아 보려는 사람의 몸부림 같았다. 그녀는 정훈의 오른팔을 내리고, 정훈을 깊이 품어 안았다. 정훈은 여전히 몸을 떨었다. 정훈의 그 떨림은 그녀를 얼마간 아프게 했다. 정훈의 떨림이 그녀의 몸으로 전달돼 오자, 그녀의 목 안쪽에 강한 통증이 밀려 온 것이다. 그건 안타까움의 통증이기도 했고, 자신과 너무 닮은 사람을 마주했을 때의 놀람과 충격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