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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수탉](/img_thumb2/9791128855054.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28855054
· 쪽수 : 80쪽
· 출판일 : 2020-07-2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나오는 사람들
1. 아카시아
2. 평범한 시골 생활
3. 수탉의 왕림
4. 야비한 정복자
5. 꼬마들의 저항
6. 어린 영혼의 굴욕 혹은 시련
7. 결투
8. 토벌
9. 닭국
10. 아카시아 꽃향기
이대현은
저자소개
책속에서
수탉 : 변신 후,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심중에 묵직한 의도라도 있는 양 천천히 일어난다. 걸을 때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풀 먹인 듯 목을 빳빳이 세우고는 잠망경으로 유심히 탐색하듯 좌우를 살핀다. 이 녀석은 누군가 자기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화난 듯 숨 쉬며 눈을 부라린다. 상대방이 자기 면전에서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아래로 깔게 만드는 괴팍한 능력을 조물주가 내려 주신 은총 정도로 여기며 흡족해하는 것 같다.
악사 : 수탉이 왕림했다! 수탉이 왕림했다!
저놈의 불편한 눈빛과 심기 거슬리는 숨소리!
놈이 다가오니 다듬잇방망이로 가슴을 치는 것 같네.
가까이 오면 올수록 방망이 개수 마구마구 늘어난다.
열 자루! 백 자루! 천 자루! 오오, 아니, 아니! 백만 자루!
수탉 :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다른 닭들의 눈을 쏘아보며 기를 죽인다. 장독대 위에 자리 잡고는 마당 전체를 쭉 내려다본다. 들 다 가져 그런데 그 핑크색 자수 놓인 의자는 안 돼
은호 : (수탉의 눈길을 슬그머니 피하며) 내 숨소리가 내 귀에 들리기 시작합니다. (숨을 쉬며 숨소리에 매우 주의를 기울인다.) 특히 들숨과 날숨의 끝부분은 파르르 떨립니다. (은호, 수탉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변 닭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발톱으로 땅을 긁을 때 가끔 돌출하는 자기들의 발작적인 움직임이 행여나 수탉을 도발할까 해서 무척 조심스러워 보입니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데… 우리 집 강아지 마루도 예외가 아닙니다. 1년간 꽤나 자라서 덩치가 수탉에 밀리지 않지만, 마루의 눈동자는 수탉의 눈길을 슬며시 피한 채 자기 발밑의 그림자만 바라봅니다. 수탉의 걸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면서도 태연한 척 가장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 내 얼굴을 바라봅니다. 마루는 나와 수탉 중간 지점에서 자기를 압박해 들어오는 긴장을 견디고 있습니다.
- 스탄의 대사 중에서
은호 : (꽤 시간이 흐른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지? (문밖에 버티고 있는 수탉을 보고는 절망하여) 밖에 나가 놀아야 하는데……. (관객들에게) 친구들이 나를 기다릴 거예요. 오늘같이 날씨가 이렇게 좋은 날에는 얼마나 재밌게 놀거리가 많은지 아세요? (상상하며) 지금 즈음 친구들은 공놀이할 거예요. 친절상회 앞마당에서 놀겠지요. 이긴 쪽은 쭈쭈바를 먹을 거구요. 난 오렌지 맛보다 딸기 맛이 좋아요. 음… 그러고 나서 냇가로 갈 거예요. 어떤 애들은 가재 잡기를 할 거고, 어떤 애들은 개구릴 잡아서 개구리 멀리뛰기 내기를 할 거예요. 그리고 저녁에 밥 먹으러 갈 때까지 말뚝박기에 망까기에… 놀고 또 놀고… 난 여기에 있어요. 못 나가고 여기에 있어요. 저 수탉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