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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9381964
· 쪽수 : 322쪽
· 출판일 : 2025-09-17
책 소개
목차
눈 오는 길
경모와 해원
해원과 해령
말 없는 아이
마주침
세정과 해원
해령과 연서
경모의 기도
세정이 해원에게
해원의 일들
세정과 정욱
경모의 여름
해령의 마음
오래전의 편지
세정의 사명
자전거
라디오
그 여름의 일
기대 없이 사는 일
연서의 시선
뒷모습
빈자리에 남은 것
셋의 낮과 밤
Delivery Failure Notice
시간 속에 머무는 일
이어지는 삶
해령과 해원의 계절
5개월 후, 여름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뭐라고 했어?”
“아냐, 아무것도.”
뒤에서 들려온 해원의 물음에 경모는 말을 얼버무리며 갑자기 생겨난 마음의 흔적을 지우려 애썼다. 온통 번들거리는 낯설고 희디흰 빛의 무늬와 같은 흔적이었다. 달뜬 마음이 되어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이 그처럼 부끄럽고 내밀한 일인지 경모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과 무관하게 지금 자신이 인생의 어떤 한 순간을 통과한 것처럼 경모는 느꼈고, 그 느낌이란 더 이상 바로 전의 자신과 같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경모에게 기도는 삶의 한 형태였다. 신의 존재는 교감과 실천을 통해 증명되는 거라고 경모는 늘 생각해왔다. 특별한 형식 없이도 일상의 매 순간에 스며든 기도를 통해 경모는 신의 뜻이 자신을 통해 육화되기를 갈망했다. 그런 기도가 결국 자신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놓았는지 모른다 여기며.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자신의 모습을 따져 올라가다 보면 결국 그 맨 앞에는 해원이 있었다.
어린애라고는 없는 마을에 아이가, 그것도 울고 있으니 이상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갓 태어난 아기 울음소리도, 자라나는 아이들도 찾아볼 수 없는, 사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완전히 사라져버릴 때가 올 거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농담처럼 주고받는, 더 이상 다음 세대란 존재하지 않게 될, 그런 소멸을 그저 버텨내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 바로 이 마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