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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0011943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6-11-21
책 소개
목차
Prologue
1. As time goes by
2. You go to my head
3. I’m a fool to want you
4. I Can't Believe You're In Love With Me
5. My funny Valentine
6. Good Morning Heartache
7. Am I blue?
8. You Don't Know What Love Is
9. Summertime
10. Close to You
11.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
Epilogue. PS I love you
Postscript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지금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새로운 아이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게 과연 도덕적으로 옳은 걸까.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이 난자를 매매했다는 것 역시 엄격한 윤리적 잣대로 볼 때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새로 태어나게 되는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아이는 호적에 자신과 이 사람의 자식으로 기록될까.
그는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러저러한 것들을 생각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나 아직 거절할 수는 없었다. 무언가 머릿속에서 거부하고 있다. 일방적인 그의 말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세상은 언제나 그녀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더 얘기할 거 없어요. 그만 가볼게요.”
일어나려 한 순간 그가 어깨를 잡았다. 억센 손아귀 힘에 수연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대신 비열한 웃음을 띠고 이죽거렸다.
“그래도 유사 연애 즐거웠잖아, 안 그래? 내가 당신 원하는 대로 해주고 사랑해주고 즐기지 않았던가?”
수연이 자기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다. 그는 손이 날아오는 걸 보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내가 나쁜 짓 한 건 인정해. 그러니 한 대는 맞아주지.”
아무렇지 않게 그가 다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별로 세게 때리지도 못했던 걸 후회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 애 고치기 위해서 멀쩡한 여자 유혹하고, 그 여자랑 결혼해서 애를 가질 생각을 해요?”
“입 닥쳐.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그러는 넌 얼마나 깨끗한 인간인데? 너의 도덕과 윤리는 얼마나 고결한데?”
수연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내 뒷조사까지 했어요?”
“그럼 뒷조사 안 하게 생겼어? 당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할 거 아냐.”
“몸을 판 적은 없어요! 술집에서 일하긴 했지만 술을 팔았지 몸을 팔지는 않았어요.”
겨우 한 변명이 그거였다. 그녀가 그와 잠자리를 갖기 전에 처녀였다는 건 그가 더 잘 알 터였다. 그런데 그런 말로 그녀를 몰아붙일 수 있다는 게 더 믿기지 않았다.
“밤에 술집에서 일한 건 잠재적으로 몸도 팔겠단 생각 하고 나간 거 아니었어?”
야비한 시선이 몸을 훑자 그 시선을 피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울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열심히 산 게 죄인가요? 그때 그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뿐이에요. 세상이 나를 버렸는데 나더러 어쩌라고요? 내가 어떤 심정으로 거기 나가서 술 따랐는지 당신이 알아요?”
“당신 어머니를 위해 그랬겠지. 미쳐서 10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지! 자살 시도도 두 번 하고.”
수연의 치부인 어머니까지 들추어낸 남자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0년 동안 술집 나가면서 어머니 뒷바라지 할 정도라면, 당신이 낳지 않았어도 당신 자식인 하율이를 위해서 애 낳아줄 수 있지 않아? 기껏해야 1년 정도인데? 내가 돈은 섭섭하지 않게 지급하지.”
마치 호의를 베풀겠다는 듯 뻔뻔한 제안이었다.
“적반하장이군요. 어떻게 당신은 사기꾼이 되어서 그렇게 당당할 수가 있어요? 오히려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하냐고요?”
“밖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물어봐. 술집에서 술 따르는 여자랑 내가 연애를 해서 결혼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뭐라고 할 거 같아? 다들 뜯어말리겠지. 당신 주변에서는 대어 잘 물었다고 하겠고. 이게 그런 차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희생자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여태 당신이 원하는 대로 비위 맞춰주고 잘해준 이유가 뭔데? 당신 역시 마찬가지 아니던가? 당신이 원하던 거 내가 다 줬잖아. 안 그래?”
초콜릿처럼 달콤했고 한여름의 낮잠처럼 나른했던 그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늘 이상하다 하면서 어디가 이상한지 몰랐던 자신의 둔한 감각. 그냥 사랑에 눈멀었을 뿐이었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 했는데 결국 엄마처럼 되어버렸다.
아, 별수 없구나, 서수연. 그 유전자가 어디 가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오빠가 죽은 게 엄마를 쓰러트린 원인이긴 했지만 다신 일어설 수 없게 만든 건 아버지였다.
“돈 받고 난자 판 여자가 얼마 전까지 면식 없던 어디서 굴러먹었는지 모를 놈팡이랑 결혼해서 애 낳는 게 미친 짓이라는 건 당연하지. 근데 당신이 대단해봤자 얼마나 대단해서 그 미친놈에게 애 생명 포기하라는 말을 할 수 있지? 나 우리 하율이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으르렁거리듯 잇새로 흘러나오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애 낳아. 당신이 애 낳으라고. 돈 주면 될 거 아니야!”
그 말에 무너져 내렸다. 다리에서 힘이 풀리면서 수연이 거의 주저앉아버릴 뻔했다.
“왜 다들 나한테만 희생하라고 해요? 내가 무슨 죄를 졌길래요? 왜 나한테만, 나한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