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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마음](/img_thumb2/9791130458649.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0458649
· 쪽수 : 350쪽
· 출판일 : 2014-10-15
책 소개
목차
제1부 선생님과 나
제2부 부모님과 나
제3부 선생님과 유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K로부터 들은 고백을 아주머니에게 전할 생각이 없었던 나는 “아니요”라고 해 버린 뒤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불쾌했습니다. 나는 K에게 특별히 부탁받은 일도 없었기에 할 수 없이 K에 관한 얘기는 아니라고 고쳐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래요?” 하고는 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나는 무슨 말이든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돌연 “아주머니, 딸을 저에게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내가 예상한 만큼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잠시 대답을 못하고 내 얼굴만 쳐다보았습니다. 일단 말을 꺼낸 나는 아무리 아주머니가 빤히 쳐다보더라도 그것에 신경을 쓰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주십시오! 꼭 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제발 제 아내로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연륜이 있는 만큼 나보다는 훨씬 침착하더군요. “주는 건 좋은데,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내가 곧바로 “빨리 맞이하고 싶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아주머니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생각한 것인가요?” 하고 다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말은 갑작스럽게 꺼냈지만 생각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두어 번 문답이 오갔는데 그건 잊어버렸습니다. 아주머니는 남자처럼 화통하고 보통 여자와는 달라서 이런 경우에 기분 좋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좋아요, 딸을 드리지요”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드리겠다고 말할 처지도 아닙니다. 부디 그렇게 해 주세요. 알고 계시는 대로 아버지 없는 불쌍한 아이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나중에는 아주머니 쪽에서 부탁을 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끝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 15분도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아주머니는 아무런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친척들과 의논해 볼 필요도 없고 나중에 알려 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본인의 의향조차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하더군요. 그런 점에서는 많이 배운 내가 오히려 형식에 구애받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내가 친척들은 그렇다 쳐도 본인에게는 미리 말해서 승낙을 받는 것이 순서일 거라고 말하자, 아주머니는 “괜찮아요. 본인이 싫다고 할 사람한테 내가 딸을 보낼 리 없으니까요”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