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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3394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05-2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짐
나의 씨몽키
이사도라 사감의 병원 24시
합리적 의심
할미꽃
완전한 소멸
우아한 사생활
미스터리 쇼퍼
미해결 과제
무언의 유언
안녕, 다마고치
작품 해설:죽음의 뒤에는 무엇이 남는가 _ 전기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유품관리사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마지막 죽음의 엄습을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119나 병원 응급실을 호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고독사로 죽어가는 많은 독거노인들은 아들과 딸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지만 애석하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늘상 걸려오는 어미의 안부 전화일 거라 짐스럽게 생각하고 외면한 자식들은 두 번 다시 어미와 통화할 수 없게 된다. 아비의 잔소리일 거라 치부한 전화는 마지막이 되고 이미 숨이 끊어진 아비의 가슴팍에서 휴대전화는 시끄럽게 울어대다 끝내 방전이 되어버린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일찍 부모를 찾는 자식들은 그나마 멀쩡한 부모의 시신을 인도받게 되지만 시효가 오래 걸려 부모의 안위가 걱정되어 찾아왔을 때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부모의 마지막과 조우하게 된다. (「짐」)
코끼리는 스스로의 죽음을 안대. 코끼리 스스로 직감한 죽음은 그를 한없이 걸어가게 하는 거야. 죽음을 위해 고독한 여행을 떠나는 코끼리의 발걸음은 무거운 듯 가벼워. 일정한 템포를 잃지 않고 담담히 코끼리는 걷고 있었어. 코끼리는 죽음을 예감하면 어느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 오직 죽음의 땅을 찾아 걸음을 내딛는 코끼리의 뒷모습에 네 누나는 눈물 콧물 섞어가며 훌쩍거리고 있더라만 엄마는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읽었다. 사람의 악취미는 참 다양도 하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쪼글쪼글 주름투성이의 엉덩이를 실룩이며 걷는 그 코끼리. 결국은 실패했잖니. 카메라가 그의 죽음까지 추적해 뒤따랐으니. 죽어서 슬프기보다 제 뜻대로 죽지 못해 슬퍼 보였던 코끼리의 눈이 요즘 자꾸 떠오르네. 죽음의 길을 동행한 자의 몫인가 봐. 요즘 이미 죽고 없을 코끼리에게 엄마, 벌 받고 있어. (「할미꽃」)
오늘도 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죽여주기 위해 자판 앞에서 의뢰인을 기다리고 있다. 산 자들이 제대로 사는 사이버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죽은 자들의 잊힐 권리를 위해서 나는 장의사의 길을 걷는다. 문자의 장례를 치르고, 사진의 장례를 치르고, 동영상의 장례를 치르고, 음성 파일의 장례를 치르면서 다시금 오늘을 사는 많은 사람들을 깨끗하게 죽여주고 있다. (「완전한 소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