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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4490
· 쪽수 : 154쪽
· 출판일 : 2019-08-02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등
동태 / 등 / 풍경(風磬) / 매화가 피면 / 숲 / 나무는 걷는다 / 웅덩이 / 전봇대에게 / 손걸레질의 힘 / 의자 / 반달 / 공짜 / 결 / 만둣국 / 봄눈 / 사과나무 그늘 / 엽차 / 비상(飛翔) / 나무라 하듯이 / 삼십 년
제2부 꽃은 바닥에서만 핀다
나무의 사랑 / 햇살이 차려진 식탁 / 마트 계산대에서 / 춘묵(春墨) / 꽃은 바닥에서만 핀다 / 생의 굴뚝에 서서 / 악착(齷齪) / 슬픈 대문짝 / 돌멩이 / 먼지 / 덫 / 보도블록 / 뼈다귀해장국집에서 / 기다리는 사람 / 나무가 뿌리를 내릴 때 / 반행목(伴行木) / 사당동 족발 형님과 오향장육 김치찌개 형수님 / 개미 / 한 사람 / 약장수 / 지옥도(地獄圖) / 사무직 2
제3부 하피첩(霞帔帖)
할아버지의 꽃 / 하피첩(霞帔帖) / 그리운 거인 / 엄마 생각 / 봄 / 빈손 / 상갓집 / 소 / 시래기 / 가을볕 / 지게불(佛) / 시간의 문
제4부 지브크레인 85호의 노래
바다 / 돌담 / 고공에서 피는 꽃 / 그는 / 그 사람 / 500일 / 밀양 할머니 / 고(故) 백남기 선생님 / 평화의 섬 제주 강정 / 굴뚝 아래 장작 / 누룩꽃 투쟁 / 부산 반빈곤센터 윤웅태 / 부산정관지회 / 지브크레인 85호의 노래
■ 작품 해설:등의 시간과 화쟁의 숲 - 정우영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동태
동태는 강자였다 콘크리트 바닥에 메다꽂아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동태를 다루려면 도끼 같은 칼이어야만 했다
아름드리나무 밑둥을 통째로 자른 도마여야 했다
실패하면 손가락 하나 정도는 각오해야 했다
얼음 배긴 것들은 힘이 세다
물렁물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한때 명태였을지라도,
몰려다니지 않으면 살지 못하던 겁쟁이였더라도
뜬 눈 감지 못하는 동태가 된 지금은
다르다
길바닥에 놓여진 어머니의 삶을
단속반원이 걷어차는 순간
그놈 머리통을 시원하게 후려갈긴 건
단연 동태였다.
꽃은 바닥에서만 핀다
바닥에 닿으면
입안이 헐어 꽃이 핀다
먹을 수 없다
살려면 먹는 것도 줄이라고
꽃은 바닥에서만 핀다
밟기만 하고
바닥을 살필 줄 모르면
길이 끊긴다
길은 누군가의 등이었으므로
엎드리지 않으면 이을 수 없다
눈물이 바닥에만 고인다고 해서
고이면 차오르는 바닥의 힘을
없다고 할 수 없다
바닥이 아닌 높은 데 것들은
모두 침몰하는 중이다
술 한 잔을 받쳐 들고
밥도 담는 바닥에서
더 이상 가라앉지 않는 바닥만이
일어설 수 있다
가만히 엎드려
단단해진 바닥이 일어서면
벽이 된다
인정사정없이 밟아 다진 바닥이었으므로
그 벽은 뚫을 수 없다
엄마 생각
엄마가 보고 싶으면
나는 엄마를 보러 갔다
집 뒤 골목을 내려가
국수가게를 지나
만화가게 앞에서 한참
청수약국 사거리를 건너
문방구 창에 붙어서 한참
철조망을 친 성당 놀이터를 지나
(그 놀이터는 꾀죄죄한 아이들은 들어가면
혼나는 놀이터였다)
길 건너 문화원은 서예 전시회를 했는데
들어가서 한참을 보아도 괜찮았어서
액자 족자에 쓰인 글씨를 읽지도 못하면서
다리가 아플 때까지 들여다보았다
냉차 리어카를 지나
질척한 시장길
무거운 짐 실은 오토바이, 십자가를 진 고무줄 장사가 지나가고
수없이 많은 수직 기둥들 사이
그 어느 틈새에
드러누운 고등어 갈치 몇 마리 놓고
쪼그려 앉은 엄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