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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시론
· ISBN : 9791130814711
· 쪽수 : 656쪽
· 출판일 : 2019-11-0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제1장 꽃과 나무의 상징성과 문화적 의미
1. 꽃을 묘사하는 심리
2. 중국 고전시에 등장하는 꽃과 나무들
3. 영화시(詠花詩)의 발전
4. 꽃의 상징성과 문화적 의미
제2장 중국 고전시에 나타난 봄의 꽃과 나무
1. 황금빛 봄의 요정 개나리(迎春花)
2. 붉게 타오르는 봄의 환영 두견화(杜鵑花)
3. 향기로운 그늘을 드리우는 등나무(藤)
4. 꽃 중의 으뜸 군자 매화(梅花)
5. 화왕(花王)의 명예를 안은 모란(牡丹)
6. 맑고 포근한 감성의 창조자 목련(木蓮, 木蘭)
7. 추억과 이별의 미학을 공유한 버드나무(柳)
8. 봄날의 요녀 복사꽃(桃花)
9. 봄날의 몽환 배꽃(梨花)
10. 다채로운 매력을 발하는 살구꽃(杏花)
11. 나무의 품성이 꽃을 빛나게 하는 석남화(石楠花)
12. 미모와 실용성 사이에서의 영욕 양귀비꽃(罌粟)
13. 고운 자태와 반듯한 매력의 조화 앵도화(櫻桃花)
14. 친근한 정의 유발자 자형화(紫荊花)
15. 사랑과 한을 동시에 품은 작약(芍藥)
16. 향기의 여신 라일락(丁香)
17. 잠이 덜 깬 선녀 해당화(海棠花)
제3장 중국 고전시에 나타난 여름의 꽃과 나무
1. 부지런한 아침의 전령 나팔꽃(牽牛花)
2. 여름꽃 중의 군자 난(蘭)
3. 하늘 향해 뻗는 기품을 지닌 능소화(凌霄花)
4. 속되지 않은 향기를 지닌 말리화(茉莉花)
5. 닭 벼슬을 닮은 맨드라미(鷄冠花)
6. 끊임없이 피고 지며 여름을 빛내는 무궁화(槿花)
7. 아름답고 환상적인 사랑의 희망 봉선화(鳳仙花)
8. 해를 향한 혼신의 열망 아욱(葵)
9. 풍요와 번영의 상징 석류(石榴)
10. 더러움 속 청정함을 꽃피우는 수중군자 연꽃(荷花)
11. 근심을 잊게 하는 원추리(萱草)
12. 한여름 최고의 매력을 발산하는 장미(薔薇)
13. 수수하고 친근한 아가씨의 미소 접시꽃(蜀葵花)
14. 빙옥 같은 자태를 지닌 청정군자 치자꽃(梔子花)
15. 한여름 밤의 꿈 파초(芭蕉)
16. 단정함과 이채로움을 함께 간직한 패랭이꽃(石竹花)
제4장 중국 고전시에 나타난 가을의 꽃과 나무
1. 가을을 상징하는 아련한 그리움 갈대(蒹葭, 蘆葦)
2. 아름다운 향기에 담은 신비한 상상 계수나무(桂花)
3. 깊은 인품을 소유한 가을의 은자 국화(菊花)
4. 애절한 가을의 사랑 베고니아(秋海棠花)
5. 봉황의 신비로움을 지닌 가을의 전령 오동나무(梧桐樹)
제5장 중국 고전시에 나타난 겨울의 꽃과 나무
1. 고결하고 풍성한 겨울의 선물 귤나무(橘)
2. 사계절 곧고 푸른 청정군자 대나무(竹)
3. 겨울을 대표하는 애절한 미인 동백꽃(山茶花)
4. 고난 속에서도 의연한 사철나무(冬靑)
5. 사계절 나무들의 제왕 소나무(松)
6. 단아하고 영롱한 물의 여신 수선화(水仙花)
7. 변하지 않는 충절의 표상 측백나무(柏樹)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첫 번째로 꽃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사물이나 사람을 지칭할 때 흔히 ‘花’자를 그 앞에 붙였던 것처럼 꽃은 오랜 세월 동안 아름다움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존재였다. 날아갈 듯 아름다운 미인의 자태를 꽃에 비유한 ‘花月容態’ 꽃같이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비유한‘花顔’ 아름답고 화려한 옷을 비유한 ‘花衣’ 귀하고 아름다운 모자의 상징인‘花冠’ 아름다운 빛깔의 돌을 지칭하는 ‘花崗巖’ 기쁘고 좋은 일이 더해짐을 나타내는 ‘錦上添花’ 결혼식 때 신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花童’ 사람을 홀릴 만큼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을 일컫는 ‘妖花’ 꽃다운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안타깝게 죽는 것을 비유한 ‘散花’등 꽃이 지닌 아름다운 미학적 속성과 연결한 단어는 셀 수 없이 많다. 꽃이 지닌 일차적이고 보편적인 상징성으로 ‘아름다움’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꽃이 ‘아름다움’이라는 상징성에서 출발하여 사랑, 번영, 존경, 기원 등의 다양한 의미를 확장시켜 왔음을 각종 기록에서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존재였기에 미학을 표현하는 각종 시문에서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어왔다. 宋代 楊萬里가 「牽牛花三首」 『其一(나팔꽃 세 수 중 제1수)에서 여인의 옷같이 고운 자태를 하고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나팔꽃의 외모를 칭송하여 “흰 비단 삿갓 위로 푸른 비단을 처마처럼 드리우고는, 푸른 치마 풀어헤친 뒤 붉은 적삼을 걸쳤구나.(素羅笠頂碧羅檐, 脫卸藍裳着茜衫)”라고 나팔꽃의 자태를 소녀의 옷차림으로 치환하여 ‘素’ ‘碧’ ‘藍’ ‘茜’ ‘翠’등 여러 산뜻한 색감을 활용한 묘사를 가한 것은 꽃의 아름다움을 보다 선명하게 표현하고자 기교를 발휘한 경우이다. 꽃이 지닌 상징성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외형을 통해 인지되는 아름다움은 가장 근본적이고도 일차적인 의미라 할 수 있다.
등나무는 콩과의 낙엽 만등식물로 햇볕을 좋아하며 가뭄에도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 포도, 칡, 능소화처럼 다른 나무나 지지물에 의지하여 삶을 살아가는데 다른 나무와 적당히 공존할 수 있다면 풍성한 잎으로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향기롭고 탐스럽게 피어난 꽃으로 많은 흥취를 제공할 수 있다. 살아서는 풍성한 꽃과 잎으로 위안과 감흥을 제공하고 죽어서는 나무 궤장이나 의자 등 각종 공예품의 재료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뻗어 올라가는데 이는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칡과 구분되는 점이다. 칡과 등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의견이 달라 충돌이 생기는 ‘葛藤’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등나무의 잎은 달걀 모양의 타원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끝이 뾰족하다. 꽃은 5월에 피는데 아카시아꽃처럼 아래로 처지는 ‘총상꽃 차례(總狀花序)’형태이며, 연한 자줏빛, 붉은빛 혹은 흰색 등을 띠고 있다. 열매는 9월에 협과로 익는다. 등나무는 꽃과 열매, 덩굴성과 연관하여 ‘紫藤’ ‘藤蘿’ ‘朱藤’ ‘黃環’ ‘藤花’ ‘紫金藤’ ‘招豆藤’등의 다양한 명칭으로도 불린다.
등나무가 다른 나무를 풍성한 줄기와 잎으로 감싸면서 올라가는 모습이나 아래를 향해 늘어뜨려진 꽃송이에서 향기를 발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운 매력을 느끼게 한다. 등나무는 宋代 張翊이 『花經』에서 “자등은 나무에기대어 올라가는데 줄기와 덩굴이 섬세하게 얽혀서 나무와 이어 자란다.(紫藤緣木而上, 條蔓纖結, 與樹連理.)”라고 한 것처럼 다른 나무에 의지하여 살아가면서 한때 고운 꽃을 피우다가 결국에는 감고 올라간 나무를 죽게 만들고 자기 자신도 죽게 되는 운명도 지니고 있다. 역대 시가를 보면 등나무에 관하여 더운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며 한아한 풍경을 연출하는 것과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고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 그 나무를 죽게 만드는 특성 모두를 주목한 언급을 가한 것이 발견된다. 의존적인 속성을 지닌 탓에 등나무에 대한 포폄은 늘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蘭은 멋진 풍채나 강인한 외모를 지니고 있지 않다. 가늘고 섬세한 잎이 바람이나 비를 맞으며 흔들릴 때는 유약한 모습으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섬세하고 가냘프게 늘어진 잎은 우아한 곡선으로 은근의 미학을 느끼게 하며 꽃이 피게 되면 특유의 향기까지 더하게 되어 오감을 즐겁게 해준다. 청초한 모습과 함께 내면에 지닌 강인한 의지는 청순하고 우아한 여인의 자태와 같은 기품을 느끼게 한다. 역대 시인들은 난의 청아한 자태와 향기를 감상하면서 여느 꽃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멋과 운치를 느끼곤 하였다.
南宋의 朱熹는 바람 속에 퍼져가는 난의 향기와 기운을 소재로 한 작품을 남긴 바 있다.
蘭 난
謾種秋蘭四五莖 추란 네다섯 줄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심어놓았는데
疏帘底事太關情 성근 주렴은 어이하여 관심을 가지나
可能不作凉風計 아마도 무심하게 부는 서늘한 바람이
護得幽蘭到晩淸 그윽한 난 향기를 실어 늦게까지 맑은 기운을 보내서이지
서늘한 바람이 불어대는 한가로운 저녁을 청아하게 만드는 것은 그 속에 보이지 않게 퍼지는 난 향기가 작용한 덕분이라고 보았다. 바람, 주렴, 난의 향기 등이 어우러진 청명한 정경을 담담하게 묘사해놓았는데 난의 실체에 대한 언급 대신 맑은 향기를 통한 청아한 서정 창출에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