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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4699
· 쪽수 : 313쪽
· 출판일 : 2025-11-11
책 소개
목차
자개장의 용도
구유로舊遊路
강가/Ganga
수호자
규칙의 세계
나쁜 물
천사들(가제)
해설 | 유토피아는 아닌 것들 · 이소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라가 미지근한 숨을 내쉰다. 보배야, 부르는 목소리는 너무 작아 내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네가 여기까지 걸어온 덕에 우리가 이걸 볼 수 있는 것 같아.
달이 손을 놓듯 태양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별 대신 흰빛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우리는 다시 한낮 속에 서 있다. 아이섀도와 립스틱으로 반짝이는 얼굴의 여자들이 나를 본다. 나는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웃는다.
―「구유로舊遊路」
무조가 내 목에 양 손끝을 올렸다. 엄지와 검지로 경동맥을 짚었다. 숨 참아. 그가 말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쇠처럼 차가운 손끝이 목울대를 누르고, 이내 그리운 하얀 점들이 나타났다. 눈보라가 불어오고 있었다. 이 풍경과 마주할 때마다 늘 떠올리던 생각이 또 한 번 솟았다. 이게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조용하고 안전한 곳에 쭉 머물 수 있다면……
선우야.
무조가 말했다.
너 정말 그러지 좀 마.
나는 눈을 떴다. 흰 점들은 온데간데없고, 두 손을 늘어뜨린 무조만 서 있었다. 넌 전부터 그랬지. 그가 말했다. 너는 참 쉽게 포기해. 포기할 상황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아. 무조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안 돼?
―「수호자」
나는 위로 삼아 내 규칙 위반의 역사를 말해주기로 했다. 초등학생 때 빨간 펜으로 이름을 쓰다가 할머니에게 호되게 맞고서 공책을 버렸던 경험, 애인에게 운동화를 사 줬다가 이튿날 차였던 일, 어른이 되어서도 몇 번이나 선풍기를 켠 채로 잠들 뻔하다 경련하듯 깨어났던 기억 등등.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십대 시절에는 문턱을 밟고 중얼대기도 했다.
난 지금 노인들의 목을 밟고 있어, 내 보호자들의 목 말이야.
“이런 일들을 저질렀어도 난 여태 살아 있잖아. 원래 다들 틀려가며 배우는 거야.”
―「규칙의 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