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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6906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0-07-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페루(Peru)
경유지 / 자기소개 / 키스하는 여인 / 성 프란치스코 성당과 수도원 / 바예스타섬 / 와카치나 오아시스 / 나스카 라인 / 고산증 / 쿠스코 12각돌 아래 생각을 괴다 / 돌계단 / 살리네라스 데 마라스 / 마추픽추 나무 / 구름들 안에서 햇살을 기다리며 / 꾸이 스테이크 / 오늘 / 티티카카 호수 / 노을
볼리비아(Bolivia)
! / 베레모 / 엘 알토 / 기차무덤 / 우유니 소금사막 / 동심 / 별을 삼키다 / 까만 사진 / 별을 노래하던 마을 / 어린 왕자 / 홍학 / 구름의 그림자 / 간헐천 / 창조 / 절리(節理) / 문장
칠레(Chile)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 휴게소 / 파블로 네루다에게 / 산크리스토발 공원 / 산티아고에서 그물에 걸린 지명을 만지다 / 산티아고 추억 / 안데스산맥 / 시 낭송을 듣는 밤 / 그래피티 / 토레스 델 파이네 / 아, 와이파이 꽃 / 밀로돈 / 다시 토레스 델 파이네 / 야레타 / 낯선 여행지의 몸무게 / 끝말잇기 / 월경 월경
아르헨티나(Argentina)
피츠로이 / 여우야, 여우야, 여우야 / 빙하 / 고래를 보다 / 세상 끝 등대 / 알마센 라모스 헤네랄레스 카페 / 우수아이아 / 행운 / 엘 아테네요 서점 / 갈피에 서서 / 가우초 / 엠파나다 / 흰 뼈 / 무덤들 가운데서 / 레콜레타 에비타의 무덤에서 / 기억들 / 탱고 / 악마의 목구멍 / Hito Tres Fronteras / 방울나무
브라질(Brazil)
브라질 커피 / 코아티 / 이과수 나비 / 아득한 것들의 노래 / 가장 먼 땅 / 달 호텔 / 저녁노을 / 예수상 / 이파네마 해변의 소녀 / 여행법 / 나무들 서로 / 중얼거리듯, Y에게 / 슈하스코 / 리우데자네이루에 마침표를 붙이다 / 듬성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스카 라인(Nazca Lines)
너를 만나기 위해 하늘의 길을 밟는다. 모래자갈 한 알이 넓은 사막을 수놓듯, 나무 한 그루 모이고 모여 큰 숲을 이루듯 너는 건조한 땅 커다란 덩치로 이 시대의 상징을 숨기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너는 육하원칙으로 확인하는 오늘의 세계를 무시한 난해한 몇 권의 상형문자로 엮은 시집이다. 고래, 컴퍼스, 우주비행사, 삼각형, 원숭이, 개, 콘도르, 거미, 왜가리, 앵무새, 도마뱀, 나무, 손, 그러고도 더 보태야 할 다양한 지상의 그림으로 밤이면 먼 우주에서 송신하는 수천 년 전의 건조함을 수신하며 존재했다
너를 바라보는 몇몇 무늬의 깊이 가운데 팬아메리칸 고속도로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무늬로 너의 흔적 일부를 훼손하여 네 몸에 피를 흘리게 하였다. 전망대 앞으로 보이는 나무 그림 한 그루 끊긴 상처를 경비행기 그림자가 슬며시 문지르는 것을 보면서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의 무례한 몸짓에 얼굴이 붉어지며 입술에 침이 말랐다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
환상의 세계죠
그곳 도착하기 전날
우중충한 비바람 속에 점심을 먹으며 우유니 소금사막을 상상했다
아름다운 동화 속으로 빠져들 것이란 예감이
이마를 때리는 빗방울에 붙어 있었다
무지개처럼 떠 있는 환상 몇 개 빗방울 저쪽
종이비행기로 날렸다
오래전 오일장이 열리는 장날
시장에 가신 어머니는 맛있는 것을 많이 사 올 것 같았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단 것이 많이 들어 있을 것 같았다
국민소득 3천 불 정도라는 볼리비아
내 어린 시절 모습이 삘기처럼 자꾸 뽑혔다
늙은 엄니가 요양병원에서 무한 리필 텔레비전으로
먼먼 나라 볼리비아 풍경을 보았을지도 모르는
그곳 소금호텔에 짐을 풀고
찰랑찰랑 물이 넘칠 것 같은 소금사막에서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그림자놀이, 공중뛰기……
호수인지, 사막인지, 하늘인지, 천국인지
경계 모호한 수면에서 장화 신고 놀고 놀았다
중천에 있던 태양이
서으로 서으로 넘어가며
내 그림자로 소금물을 쓸고 있었다
짭조름한 하루였다
낯선 여행지의 몸무게
등짐으로 참깨 가득 짊어지고
걸어갈 곳으로 향하는 바람의 색깔은 솜사탕처럼
그대 사랑했던 풍경의 그림자 만드는 곳
하롱하롱 아득하여 익숙하지 않은 발길로
지평선에 서서 다시 수평선을 바라볼 때
조용히 곁에 머물던 오늘은
해 지는 노을로 손을 내미네
무게를 재지 않는 하늘은
사뿐 뛰어내리는 새털 같은 가벼움으로
차양 긴 모자를 쓴 길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랫목을 찾지 않는
어둠에 스미며 가슴을 드러내는 간판들이
지상의 길을 바라보며
낯선 여행지에서
다시 가야 할 곳이 그들의 몸무게라고
몸무게라고 소곤소곤 말을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