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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8009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1-06-11
책 소개
목차
제1부
오래된 동굴 / 휘파람 / 하늘에 계신 아버지 / 밤길 / 나한정역에서 마시는 커피 / 불꽃의 시작, 거무내미 / 어머니, 순례의 길 / 제노포비아 / 표준어 / 고드름 / 쥐새끼 / 강원도의 산 / 갱구가 전하는 이야기 / 막장의 세월 / 화력의 배후, 도계에 가면
제2부
바람기 / 신에게 가는 길 / 일 년에 두 번씩 태백 가는 사연 / 매화 씨 / 여자 광부 / 진폐병동에서 1 / 진폐병동에서 2 / 진폐병동에서 3 / 진폐병동에서 4 / 진폐병동에서 5 / 진폐병동에서 6 / 진폐병동에서 7 / 진폐병동에서 8 / 진폐병동에서 9 / 진폐병동에서 10
제3부
새 길 / 광부 / 가장 아름다운 여자 / 아름다운 수당 / 굴진 작업 / 굴밖엔 비가 내리우와? / 탄광 아리랑 / 여기가 막장이다 / 사람으로 살기 위해 / 탄광노조 어용노조 / 광부들이 살아 있다 / 광부가 된 단군 / 막장에서 만난 시인 1 / 막장에서 만난 시인 2 / 막장에서 만난 시인 3
제4부
연탄재 일기 / 내 젊음은 시퍼렇게 멍들었어 / 막장은 막장에도 없더군 / 광부 아리랑 / 사북은 봄날 / 폐광, 관광 / 카지노 불나방 / 카지노 앵벌이 / 재생산 / 해고된 고흐에게 / 사북에서 만나다 1 / 사북에서 만나다 2 / 사북에서 만나다 3 / 사북에서 만나다 4 / 사북에서 만나다 5
작품 해설 : 갱구의 연대기-남기택
저자소개
책속에서
갱구가 전하는 이야기
바람은 밤에도 쉬지 않았다
희망은 막장에 있었고
막장은 희망을 위해 무거운 동발을 받치고 있었다
어느 바퀴라도 빠지면 기우뚱 무너질 세발자전거처럼
희망과 막장이 함께 굴러가고 있었다
제 가난에 제 발목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폐광 공고 나붙은 게시판에다가는 가래침도 뱉었다
너도 크면 아비만큼은 돼야지
어미의 그런 말을 들으며 아들은 뭉클 아버지를 존경하곤 했다
만 원짜리야 개도 물고 다녔어
뒷주머니에 인감 차면 동네 처녀 줄을 섰지
이젠 전설이 된 얘기를 바람이 전할 뿐이다
친구 떠난 빈집을 바라보던 아이가
도시로 전학 보내달라며 생떼를 쓰는데
철없다고 야단칠 일만은 아니다 차라리 세월을 탓하자
고스톱 칠 때는 껍데기로 광도 먹었는데
어쩌다 세상이 화투판만도 못 해졌는지
서울을 향해 주먹질하는 사내의 뒤집힌 손바닥으로
까칠한 세상이 찍혀 나온다.
막장의 세월
배가 기우는 사이, 배는 막장을 기억했다
막장의 옆구리 어딘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석탄 합리화가 아닌 자본의 합리화
광부들은 문 닫은 갱구 앞에서 잠시 주저앉았을 뿐
원망할 여유는 없었다
살려주세요, 구조대는 오고 있는 거죠
산 자의 마지막 인사는 핏물 든 꽃처럼 붉다
또 만나자며, 안산으로 부천으로 떠나고
터 잡았다고 폐광촌 동료 부르던 세월
안산의 함태탄광 동지는 함우회 만들고
안산의 강원탄광 동지는 강우회 만들고
안산 아이들 탄 배가 기우는 동안
막장은 바다에서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농촌에서 탄광촌으로, 폐광촌에서 공단으로
끝없는 유랑의 세월
바다에다 자식 묻기까지 끝없는 막장
막장은 막장이었다.
여기가 막장이다
삽질을 한다
아무리 퍼내도 끄떡 않는 막장
사람답게 살고 싶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나서
굳은살 박이도록 삽질해도 줄지 않는 절망
여기가 막장이다
광부도 사람이다, 투쟁 뒤에
광부에서 광원으로 이름 바꾸고
노동자에서 근로자로 해마다 달력만 새로 갈았다
도시락 반찬이야 매일 바뀌어도 여전히 가난한 식탁
여기가 막장이다
이 땅의 광부는 가고
근로자, 근로자의 날, 모범근로자 표창
더 쓸쓸한, 여기가 막장이다
내 딸년만큼은 광부 마누라 만들지 않겠다
내 아들놈만큼은 광부 만들지 않겠다
하찮은 걸 소원하는 여기가 막장이다
탄광촌 올 때 다짐했다
삼 년 지나면 떠난다
삼 년만 죽어지내자던 게 삼십 년이 지나도 까마득하다
굳어 가는 폐는 알까
천년만년 썩은 석탄처럼 알 수 없는 까만 세월
여기가 막장이다
내년에는 꼭 떠나자 그렇게 떠나고 싶더니만
정부까지 나서서 떠나라고 등 떠미는 석탄 합리화
탄광촌 들어올 때도 누가 그렇게 등 떠밀더니만
나갈 때도 또 그렇게 등 떠밀린다
발걸음조차 내 의지로 딛지 못하는 땅
여기가 막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