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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21245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12-22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그들의 얼룩
어쩌다가
그가 왜
보이지 않는 것들
나는 죽어가고 있다
답은 예스뿐이야
작품 해설 : 파국에서 회복으로 _심영의
저자소개
책속에서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듀이(John Dewey)에 따르면, 경험이란 언제나 개인과 당시의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으로 말미암아 성립한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통해(일차적 경험/이차적 혹은 반성적 경험), 즉 경험을 통해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이란 타자/대상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라는 경험의 축적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이란 자아와 세계에 눈뜬 한 인물이 그가 대면한 고통의 경험을 통해 정신적인 승화/성장에 이르는 서사다. 그렇게 볼 때 오현석 소설의 인물들은 전통적인 서사의 흐름 속에 위치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경험을 통해 자아에 대한 성찰과 세계에 대한 이해에 이르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서사적 주인공은 그러나 자신의 경험세계가 곧 진리라는 동굴의 이데아(Idea)에 갇힐 염려가 없지 않다. 문제는 소설의 인물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동굴에서 벗어나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오현석 소설을 읽을 때 우리가 주목할 지점이라 하겠다. (중략)
오현석 소설은 파국에서 회복으로 나아가는 전통적인 소설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서술 전략에서도 오랜 숙련을 통한 지혜가 드러난다.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 있던 수인이 사슬을 풀고 동굴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더 큰 위대함은 그가 동굴 밖에서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밝게 빛나는 태양을 마주하는 일이다. 그것은 동굴 속에서의 경험세계를 넘어서는 자유와 진리의 세계를 맞이하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더욱 성숙해진다. 하나를 잃고 다른 하나를 얻는 셈인데,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크고 의미 있고 가치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남는 장사다.
이제 독자들은 오현석의 다음번 소설에서 그가 얻게 된 자유와 진리의 표상으로서의 성숙한 세계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 심영의(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남편은 미로처럼 얽혀 있는 사무실 책상 사이를 빠르게 걸어나갔다. 그의 펄럭이는 바짓가랑이에서 대나무 잎 스치는 소리 같은 스산한 휘파람이 들리는 듯했다. 가족이 있어 열심히 살아야 했고, 그래서 먼 타국까지 가서 건설 현장 노동자로 살았던 그가, 돈이 있다고 해서 습성처럼 흐르는 강물의 물결을 바꾸며 살 수 있겠는가? 임 팀장이 그러한 것처럼, 그도 아내가 사라진 자리는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와 그의 가족에게 새겨진 얼룩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그 빈자리에는 상처만이 가득해 쓰라림은 계속될 것이다.
-「그들의 얼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