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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23270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5-09-29
책 소개
목차
제1부
북극곰의 하울링 / 부서지는 방식 / 숲 해설가 / 도돌이표는 왜 악보에만 있을까 / 시원에 갇히다 / 무서운 입 / 고장난 창 / 연기(煙氣) / 징크스 / 눈 속의 안개 / 녹꽃 / 옥중화 / 소한의 하루 / 귀로 / 풍선효과
제2부
데이지 한 다발 / 유일한 사랑 / 불씨 하나 / 흔들리지 않는 돌멩이 / 잡초 / 민들레 / 숨바꼭질 / 돼지 꽃씨 / 귀를 세운다 / 외계어 / 허니 가이드라인 / 복수초 / 보랏빛 설화 / 생사경(生死境)
제3부
팽나무 도로 찾기 / 짙은 눈동자 / 굴뚝 건설업자 / 갈색 인연 / 사상누각 / 소유욕 / 성조가 되는 법 / 원점 / 환상 깨기 / 나르키소스 / 접힌 날개 / 날도래 건축가 / 공벌레의 일탈 / 옥색 고름을 풀다 / 오류를 일으킨 눈
제4부
그대의 작품 / 고통에는 끝이 있을까 / 근육질 나무 / 나무의 감정 / 공생 방식 / 겨울 수다 / 나목, 어깨가 기울다 / 담쟁이 벽화 / 모감주나무 씨앗 / 사라진 친구 / 갈참나무의 깊이 / 분홍 빙의 / 눈들을 알아버렸다 / 검은 그림자의 덫
▪ 작품 해설 : 환경생태를 응시하는 숲 해설가의 탐사 일지 _ 권영옥
저자소개
책속에서

부서지는 방식
모래톱을 거닐다가 밀물에 떠밀려 온 병조각을 보고
모서리를 갈아야 하는 바다의 고통을 느낀다
바다는 지구의 발가락 사이에 끼인 존재
폐선과 플라스틱에 찔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꽃게와 망둑어의 울음을 듣는다
인간과의 만남이 폐허라서
고래도 폐그물에 말려 호흡을 못 하고
물속으로 수장된다
쓰레기들이 해류를 따라 떠돌다 바다의 자식을 때리는 동안
해와 달의 외피는
물의 뼈를 다듬어 평평한 바닥을 만들지만
쓰레기 몸살을 앓는 신음은 여전히 들린다
모든 소리가 몰려오는 선창가에서
나의 수심은 어떤가
너는 바람과 염문을 자르면서 그대로 풍화되고 부식되었지
바라보는 나는 조각조각 난 염분의 시간이었다는 걸
서로를 위협하는 비탄의 시간이 지나갈 즈음
나는 병조각을 들고 가만히 바라본다
지느러미 하나 없는 바다의 흰 고요를 만들어낸 네가
이토록 반짝이는 비수라니.
잡초
바람에도 입이 있어
단풍나무 씨앗 하나 회양목 무리에 떨어졌다
따가운 눈초리에 마음 둘 곳 없어
바람으로 벽을 치고
목마르게 하늘만 본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뿌리를 조금씩 덮어나갔다
틈과 틈 사이를 벌려 한 줌의 흙을 훔쳤다
신은 가뭄을 가뭄 속에 내버려두지 않았다
단비가 내렸다
실뿌리에 눈을 달아주었다
빛줄기를 더듬어 뻗는 이파리
줄기도 부풀려보았다
가지끼리 뒤엉켜 줄기를 키우는
회양목 집성촌에서 일가를 일구었다
숲이 넘실거렸다
안개비가 사방을 덮어
할아버지들은 모두 지팡이 없이 서 있지 못했다
백로 속에 까마귀든, 까마귀 속에 백로든,
잡초가 왕이 되는 숲의 세상도 있다는 걸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