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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1597132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9-04-29
책 소개
목차
1.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밖에 들리지 않을걸?
2. 못된 짓
3. 그 애가 그렇게 춥고 축축한 채인 것은 싫었다
4. 그냥 해 본 말이야
5. 철옹성이던 더닝튼 후작을 항복시킨 그때
6. 나랑 섹스하지 않을 거면 꼰대 같은 소리도 하지 마
7. 나도 이제 그만둘 단계는 지났다고
8. 언제든 그만두고 싶으면 말해
9. 이럴 땐 날 말려야 해
10. ‘감히’와 ‘네가’
11. 개자식
12.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아낀다고 약속해
13. F가 Z를 비하할 자격
14. 신이든 구세주든
15. 자신을 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
16. 이제 귀찮게 하지 마
17. 그러면서 어떻게 나랑 헤어진다는 거야?
18. 우리 유진이니……?
19. 유전자 검사
20. 유진 리
21. 약혼자가 있다잖아요
22. 악셀 레벤하웁트
23. 기억하는군
24. 너한테는 약혼자가 있잖아?
25. 사랑과 섹스는 별개
26. 기묘한 소유욕
27. 엄청난 다름
28. Secret Mistress
29. 이미 늦었어
30. 멍청함의 대가
31. 방금 파혼했습니다
32. 나도 이혼했으니 괜찮아
33. 사랑은 반항하는 새
34. 싫으면 말해
35. 그럼 경찰을 불러
36. Hello, Liar?
37. 그만 포기하라니까
38. 목매던 개구리
39. 외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타난 사람은 바로바로 닉이었다! 성 밖에 군데군데 밝혀진 불빛을 피해 성의 그림자 속에 서 있었던 모양이다. 와우! 이런 장면은 상상하던 리스트에 없었는데! 정말로 그가 자신을 만류하러 나선 것이다!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이유가 밤이 되어 더욱 진해진 인동초와 로즈메리 향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진은 이후로 이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그 향기들이 생생하게 코를 스쳐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이, 깜짝이야…….”
진은 정말 놀란 데다가 당장에 달려들어 끌어안고 싶었지만 간신히 스스로를 억누르고는 가식적인 말을 중얼거렸다.
닉은 박력 터지던 등장과 달리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낮과 달리 흰 폴로셔츠와 긴 슬랙스 차림이긴 했지만 차림만으로는 자신을 막기 위해 온 건지 아닌 건지,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쇼를 계속해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기다리다 못해 다시 입을 연 것은 진이었다.
“왜, 무슨 일이야? 나 좀 바쁜데. 약속 시간에 늦어서―”
“……따라와.”
휙 몸을 돌린 그가 트리 하우스로 향했다. 진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끼얏호!!!
군데군데 켜진 불빛으로 인해 닉의 그림자는 사방으로 길게 늘어졌는데, 진의 앞쪽으로 드리워져 있던 것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진도 벅찬 가슴을 안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어두운 시간에 트리 하우스에 가 본 적은 없었다. 불이 밝혀져 있지 않은 내부는 창을 통해 스며든 성의 희미한 불빛에 간신히 가늠만 될 뿐이었다.
그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던 닉이 문을 닫고 돌아서는 진을 향했다. 그나마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창을 등지고 선 그는 그저 실루엣만 보였지만 진 역시 굳이 불을 켜지 않았다. 남녀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밝은 조명이 무드를 깨는 짓이라는 것은 열여덟 아니라 여덟 살만 돼도 아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녀는 겁도 없이 안쪽으로 몇 걸음 더 들어섰다.
“네 애초의 목적이 뭐였는지 알아. 지난 며칠 동안 몇 번이나 보여 줬으니까.”
이번에는 닉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러도록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진은 몇 번이나 신중히 골라졌을 법한 그 어조에, 생각이 없는 여자애처럼 어깨를 들었다 놓았다.
“그러니 넌 이든인지 그 형인지 뭔지 하는 놈하고 아무 짓도 할 생각이 없는 거야. 괜히 내게 겁주려는 거지.”
“그게―”
도도하신 후작께서 정확히 자신이 의도한 대로 나오고 있다니! 진은 어둑함 속에서 제 쭉 찢어진 입가가 보일까 걱정이 됐다.
“왜 닉한테 겁주는 게 되는데?”
닉이 한 방 먹은 듯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자애들의 유치한 말싸움은 말꼬리 잡는 것에서 시작한다. 게다가 진은 자신을 제외한 동양인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마을의 학교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 덕분에 말꼬리 잡는 것에 충분한 트레이닝이 된 상태였다. 심지어 요 몇 년간은 그 어떤 말싸움에서도 져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는 약과다. 만약 학교에서 알아주는 막무가내이거나 제 잘못을 인정 않는 애들과 싸우는 중이라면 더 심하게 몰아붙였을 것이다. ‘겁먹었어? 왜? 막상 마을에 간다니까 아까워졌어? 그래서 어쩌라고?’ 등등.
닉은 이미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니 그럴 것까지는 없다 싶었다. 혹시나 마지막으로 떠보려던 생각도 접었을 테니까.
“내가 오늘 아무 짓을 하지 않아도― 넌 오늘 마을에 가지 않을 거야.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건 닉의 추측일 뿐이잖아. 발 달린 짐승이 어딘들 못 가겠어.”
“대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이런― 못된 작전도 마찬가지고.”
못됐다는 말을 할 때의 닉은 답답하다 못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손바닥을 위로 들어 올리는 몸짓을 취했다.
작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수법이나, 수작 혹은 음모가 좀 더 적당하지.
“훈계하려고 부른 거면, 말했다시피 시간이 없어서―”
그리고 그 음모는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거기 서!”
도리어 아량 넓은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반쯤 돌아서던 진은, 처음으로 닉이 제게 언성을 높이자 멈칫했다. 그가 이번에도 잡을 것을 예상하며 한 일이긴 했지만.
조금 놀란 진이 다시 그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