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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1964552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7-09-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1
2
3
4
2부
1
2
3
4
5 박 선생 이야기
6
7
8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보다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
나는 내 허리를 끌어안고 엉엉 울어대는 남자아이를 그저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찌나 딱 달라붙었는지 차마 떼어 낼 수가 없었다.
“엄마, 엄마.”
“……저기, 꼬맹아.”
아무리 건망증이 심하기로서니 설마 내가 낳은 아이도 기억을 못 하겠나? 지금 내 나이가 서른인데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가지려면 대체 몇 살에 남자와 자야 하는 거지? 흠! 스물두 살? 아무리 곱씹어 봐도 스물두 살 즈음에 남자와 자기는커녕 손끝조차 스친 기억도 없다. 물론 그 이후의 내 연애사를 생각해 보면 아이 두엇쯤 가졌다 해도 이상할 건 없지만…….
아이는 좀처럼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젊은 남자 하나가 내 눈에 걸려 들어왔지만 그는 나를 도우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악한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이보시오. 지금 이 광경이 그리 놀랄 만한 광경이오?
나도 모르게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머쓱하게 웃어 버렸다.
이곳은 알파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이고, 나는 이 집 가족들의 가족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 출장을 나온 포토그래퍼다. 아이가 사람을 잘못 보고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당황해서 쩔쩔매다니. 잘 달래서 다독이면 될 것을.
나는 아이의 팔을 허리에서 떼어 낸 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꼬마야, 울지 마. 뚝!”
눈물로 범벅이 된 아이의 얼굴은 가련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깜짝 놀랄 만큼 귀엽고 잘생긴 얼굴이다. 등 뒤에 날개만 안 달렸을 뿐이지 딱 아기 천사다.
사실 나는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잘 다룰 줄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는 왠지 마음이 가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졌다. 아마도 먼저 내게 다가와 절절한(?) 애정을 표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나 송주예요. 송주 몰라요?”
아이가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송주?”
나도 모르게 젊은 남자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남자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눈빛이 뭐라 설명하기 힘들만큼 오묘했다. 설마 나한테 반하기라도 한 걸까?
나는 순식간에 그의 모습을 스캔했다. 남자의 외모는 상당히 출중했다. 진서 오빠를 능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 외모면 상급에 속한다. 구두 뒤축을 감안하더라도 키는 확실히 183cm는 넘었다. 딱 맞는 회색 정장을 입은 모습 역시 적당한 운동으로 단련된 날렵한 몸매다. 쌍꺼풀이 없는 적당한 크기의 눈과 흠잡을 데 없이 잘 빚어진 콧날, 그리고 견고한 턱 선까지 매우 조화로웠다. 한마디로 의심할 여지없는 꽃미남이다. 그것도 고급스럽고 우아하고 약간은 차가워 보이는 냉미남!
나는 알파그룹 이정섭 회장의 둘째 아들 이한영이 상당히 출중한 외모를 지녔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고급 맞춤 정장에 지난 봄 시즌에 나온 구찌 구두를 신고 콩알만 한 다이아몬드 넥타이핀을 착용한 걸 봐서는 내 짐작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소문은 보통 과장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만은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럼 이 아이는 아들인 건가? 그에게 아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부인에 대한 얘기들은 소문이 분분하여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그가 현재 싱글이라는 것이다.
나는 난감한 눈빛으로 아이와 남자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아이에게 엄마가 아니라고 말해 줘야 하는데 기대에 찬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차마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 아이 아빠 앞에서 엄마인 척 연기해 주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다. 어쩌지? 어쩌면 좋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