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웨딩

Prologue
1~14
Epilogue

속옷과 팬티만 입은 올라는 대충 청소용으로 쓰는 물 호스를 집고 몸을 돌렸다.

그때 그녀 뒤에서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당신이 미스 칼혼이겠죠, 아마도?”

깊고 딱 부러지는 영국 억양에 그녀가 너무 빨리 몸을 돌리는 바람에 물이 사방에 튀고 말았다.

대체 이게 무슨…?

저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여기로 올 수 있었지?

그녀는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지만, 부끄러움으로 떨리는 몸을 막을 수는 없었다.

“미스터… 미스터 칸?”

비록 물에 빠진 생쥐 같은 모양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턱을 들어 올리며 쥐꼬리만 한 품위를 붙잡고자 했다.

“우리 금요일에 보기로 했던 거 아닌가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죠?”

남자는 청바지에 목이 깊게 파여 그 사이로 가슴이 드러나 보이는 스웨터를 입고 있었고, 검은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어두운 피부색에 머리색은 더 짙었다.

“내가 여기에서 뭘 하냐고?”

그의 빈정대는 음색이 그녀의 생각을 잘라 냈다.

“당신의 시설을 살 생각이오, 미스 칼혼.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