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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5487408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20-09-24
책 소개
목차
에필로그
외전 01
외전 02
외전 03
외전 - 비하인드
특별 외전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강인하 상무입니다.”
수정은 자신을 향해 정중하게 손을 뻗은 남자를 바라봤다.
블랙 슈트를 입은 모습이 마치 화보 모델을 보는 것처럼 이질적이었다. 완벽한 비율의 체격과 서늘함을 풍기는 잘생긴 얼굴 때문에 대기업 상무가 아닌, 그 역할을 연기하는 미남 배우 같았다.
하지만 수정은 지금 그가 잘생겼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수정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손을 맞잡은 순간 인하와 수정의 시선이 부딪쳤다.
강인하는 190cm에 달하는 신장 때문에 앞에 서 있을 땐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남자였다.
“…….”
수정이 주시하듯 올려다보는데 인하가 먼저 손을 놨다.
몸을 돌린 그가 집무실로 들어가자 수정 옆에 서 있던 김보라 비서가 말을 걸어왔다.
“실장님. 상무님과 인사 끝났으니 자리 안내해 드릴게요.”
“그래요.”
생각에 빠진 듯 서 있던 수정이 정신을 차리고 보라를 따랐다. 조금 앞에서 걷던 보라가 수정을 힐긋 뒤돌아보더니 작게 웃었다.
“이해해요.”
“네?”
수정이 시선을 들어 보라를 바라봤다.
“저도 처음 상무님 뵀을 때 생각보다 너무 잘생기셔서 잠시 말문을 잃었거든요. 사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아……그런 뜻이었나.
보라의 말에 수정이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방금 자신이 강인하를 바라본 시선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 비서실의 직원들은 다들 한 번씩은 겪었던 일이니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없어요.”
“네. 고마워요.”
보라가 애써 신경 써 주는 것처럼 보여 수정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수정의 미소에 보라도 마주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탁.
문이 닫히자 실장실에 혼자 남은 수정의 다갈색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았다.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누드 톤 립스틱을 바른 윤기 나는 입술에서 작은 목소리가 혼잣말처럼 흘러나왔다.
강인하.
방금 전 악수를 나눈 남자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눈빛을 다시 떠올려 봤다.
‘강인하 상무입니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남자의 눈은 서늘할 정도로 무감했다. 순간 그녀는 잠시 당황했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얼굴이었으니까. 그 눈빛과 표정은.
‘그날 일이 저 남자에겐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익숙한 일이란 뜻인가?’
그날의 그 남자와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 마주칠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 못 했다. 만약 몇 년 전의 일이었다면 이렇게 곧장 알아볼 수 없었겠지만, 그 일은 그리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고작 반년 전의 일이니까.
‘그런데 이렇게 완전히 잊히다니.’
조금의 동요도 없던 강인하의 얼굴을 떠올리던 수정의 눈이 깊이 침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