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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40825134
· 쪽수 : 864쪽
· 출판일 : 2025-02-18
책 소개
목차
1권
프롤로그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2권
11
12
13
14
15
16
외전 01
외전 02
외전 03
외전 04
외전 05
외전 06
특별 외전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차희건 씨.”
뒤도 보지 않고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가던 그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희건이 그녀 쪽으로 몸을 돌리자 수려한 이목구비와 냉기를 담은 눈이 보였다.
그 얼굴을 올려다보며 유정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들고 있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낸 그녀가 그에게 내밀었다.
“이혼 서류예요.”
“…….”
유정이 내민 서류를 희건이 무감하게 응시했다. 이혼 서류라고 말했고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그의 시선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차갑고 건조하기만 한 눈동자가 종이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 시선에 이젠 상처받지 않기로 했으면서.
유정은 마지막 날까지 그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조용히 씁쓸함을 삼켰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 남자는 아무리 계약 종료일이라 해도 의례적인 인사말조차 먼저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유정이 먼저 인사하기로 했다. 어쨌든 2년간 함께 살았던 남편이었으니까.
“앞으로도 하는 일 잘되길 바랄게요.”
이미 그는 한국 제일의 기업, 진한그룹의 상무로 너무나 잘나가고 있는 남자였다. 자신의 덕담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마지막은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한 말이었다.
“…….”
희건은 그런 그녀를 조금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뭘까, 저 눈빛은.
그 시선을 오히려 유정이 의아하게 마주 봤다. 특별히 감정이 담기진 않았지만 평소와는 다른 눈빛이 그녀를 직시하고 있었다. 말없이 내려다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 인사입니까?”
“네. 계약 종료일이니까요.”
담백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희건의 시선이 내려앉았다. 언제나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였지만 오늘은 더욱 시선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희건이 말없이 보고 있자 유정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마지막 인사쯤은 해 주길 바랐는데.’
그것조차 차희건에겐 무리한 기대였을까. 어쩌면 뭔가 변화를 보이길 바란 자신의 기대가 조금 전 그의 눈빛을 다르게 착각하게 했던 건지도 몰랐다. 그저 평소와 똑같은 냉담함 속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감정을 찾아보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그런 생각에 더 씁쓸해졌지만 익숙하게 표정을 숨긴 유정이 말을 이었다.
“오늘로 계약은 끝났으니 저는 이 집에서 나가겠어요. 이건 희건 씨가 사인해서 제출해 주고, 제 짐은…….”
“못 나갈 텐데.”
낮게 들려온 목소리에 유정이 말을 멈췄다.
“네?”
느리게 깜빡거리는 눈이 그에게 향했다. 희건은 표정 없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오늘 밤부터 새로운 계약이 시작될 예정이라 말입니다.”
새 계약……?
유정의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그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희건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