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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40845316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5-06-26
책 소개
목차
02
03
04
05
06
07
08
09
10
저자소개
책속에서
“김 비서는 내 전속 비서죠.”
응?
뜬금없이 묻는 말에 예연이 준혁을 바라봤다. 그는 집무실에서 그녀를 묘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준혁은 한눈에 봐도 섬세하게 깎아 놓은 조각처럼 수려한 미남이었다. 떡 벌어진 어깨에 완벽한 슈트 핏까지 모든 걸 갖춘 외모였지만 지금 예연은 그가 몹시 수상했다.
특히 저 뭔가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는 눈동자가.
“네. 부사장님.”
대답하고서도 예연이 의심을 품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준혁이 그녀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그 전속 비서의 역할은 어디까지입니까?”
“그게 무슨 뜻…….”
예연의 다리가 잽싸게 한 걸음 뒤로 이동했다. 하지만 다리 길이의 차이 때문인지 좁혀 든 거리는 어쩔 수 없이 짧았다. 준혁이 슈트 주머니에 손을 꽂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김 비서가 하는 일은 보통의 비서들과 다르게 내 모든 상황을 케어하는 일 아닌가?”
“그건 맞습니다.”
“계약상에는 그 역할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만 다가오지?
말하는 동안에도 준혁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이번에도 뒤로 물러나면 도망치는 걸로 보일까 봐 예연은 오히려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어떤 부분 말씀이신가요?”
예연이 업무적인 미소를 얼굴에 띠고 물었다.
“…….”
준혁이 고개를 느른히 기울이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매혹적인 남자의 눈매가 그녀에게 똑바로 향해 있었다.
“예를 들면, 잠자리 상대도 포함됩니까?”
“!”
예연의 미소가 한순간에 균열이 갔다. 당황을 애써 누르며 그녀가빠르게 말했다.
“그건 당연히 포함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라.”
예연이 한 말을 곱씹으며 준혁이 고개를 더 비스듬히 기울였다.
‘뭐야? 왜 이렇게 가까이 와?’
지나치게 얼굴이 가까워지는데 뒤로 물러서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태연을 가장하고 버텨야 할지 예연은 혼란이 일었다. 매일 보지만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잘생긴 얼굴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서.
“……그럼 내가 유혹해도 넘어오지 않을 거란 건가?”
흡.
마치 키스할 듯 다가선 준혁 때문에 예연은 숨을 들이켰다. 유혹하듯 느리게 시선을 옮기며 얼굴을 훑는 눈빛이 예연을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 입술에서 눈동자를 오가는 눈동자는 몹시 위험했다.
“계약 해지 조항, 기억하시나요?”
단호하게 하는 말에 준혁이 그대로 예연을 바라봤다.
한동안 보고 있던 그의 얼굴이 일순 서늘해졌다.
‘어?’
유혹하는 남자처럼 굴던 얼굴이 한순간에 차갑게 돌변하자 예연의 눈이 둥그레졌다. 준혁이 조금 전과 다른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다행이군요. 그럼에도 나에게 다른 생각을 품는 게 아닌가 했는데. 의심이 되어 확인해 봤을 뿐입니다.”
“……네?”
예연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찬바람을 풍기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 날 시험한 거라고?’
예연이 어이없어서 쳐다보고 있는데 책상 앞에 앉은 준혁이 그녀를 힐긋 바라봤다.
“안 나가고 뭐 합니까?”
뭐 저런 놈이?
예연의 눈썹이 바짝 모아졌다.
‘내가 알던 스윗한 부사장님은 대체 어디로 가신 거야?’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