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온 90년 편지

제 1 장 늙는다는 것

나는 누구인가
허공을 자유로 훨훨
지워지지 않은 주름
단풍나무 잎사귀
짝 읽은 기러기
노랑나비 팔랑팔랑
인생의 고속도로
예쁜 꽃들 늙지마
곱게 늙었다 가세
내가 할아방 되기 전에
각설이 마음대로
오가는 무정세월
허공에 매달린 구름
떠나가는 인생인가
아까운 나의 시간
애기도 할미꽃
자식이라 하오리까 (母)
자식이라 하오리까 (父)
이끌려 가는 세월
도둑 맞은 세월
이슬같은 인생인가
웃음과 우는 세월
대장의 내란 (대장암 수술 후)
육체가 고장났네
가버리는 세월
시간아 가지마라
시간이 내 친구야



제 2 장 요양원에서

돌아온 거울
누가 떠나고 남는가
노목의 요양원
노인 요양원
시든 호박꽃
요양사와 기저귀
내가 사는 보금자리
우리집인데




제 3 장 죽음이 나를 기다려

죽음이 나를 기다려
찬미가를 부르자
욕심과 죽음
별들로 파묻힐 지구
인생이란
물에 빠진 나와 너
바람앞에 촛불
딸랑딸랑 떠나네
쉼터의 안식처
회심곡



제 4 장 기억

외가집 정자나무
보리밥에 호박잎
순박한 내 고향
자연관찰 나의 집
아늑한 내 고향
어린시절 내 고향
돌옥마을 돌옥밭
고향 풀벌레 소리
사라진 고향 산천
천국의 눈물(4.3사건)
둥지속의 침략자
껌껌한 돌부리 찼다


제 5 장 아름다운 것들

병아리 아빠
우리아기 싱글벙글
외눈박이 혼례
보리밭과 개구리
구름 위에서 산책
낙엽지는 가을밤
별들이 노랫소리
눈 내리는 아침
비 내리는 일출봉
시는 감동의 빛
꽃 향기의 취객
휘어진 조각달
실안개 보일 듯 말 듯
가을철 염색바람
새야 새야 울지마
듣고픈 꾀고리 소리
누에와 거미
싱싱한 봄바람
싱그러운 봄바람
그리운 여름바다
시원한 여름바다
서늘한 가울바람
차가운 겨울바람
궁글작작
슬픔과 즐거움
서귀포 아가씨
낮 하늘
밤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