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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재연 스님의 반야심경 읽기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불교 > 불교 경전/법문
· ISBN : 9791141611095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5-08-27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불교 > 불교 경전/법문
· ISBN : 9791141611095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5-08-27
책 소개
『반야심경』은 불교의 대표적인 가르침인 공(空)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전으로, 불교의 핵심을 정면으로 다루는 만큼 대중에게도 무척이나 유명하다. 하지만 공이란 무엇인가? 『반야심경』은 그 공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불교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이는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재연 스님의 반야심경 읽기』는 이런 이들을 위해 사성제, 팔정도, 연기, 무아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가슴에 품을
단 하나의 불교 경전,
『반야심경』
초월적 가르침이 아닌
인간적인 가르침으로 만나다!
한국초기불교대학원 원장이자 지난 30여 년간 빨리어 니까야를 전해온 재연 스님의 『반야심경』 해석서인 『재연 스님의 반야심경 읽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반야심경』은 불교의 대표적인 가르침인 공(空)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전으로, 불교의 핵심을 정면으로 다루는 만큼 대중에게도 무척이나 유명하다. 하지만 공이란 무엇인가? 『반야심경』은 그 공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불교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이는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재연 스님의 반야심경 읽기』는 이런 이들을 위해 사성제, 팔정도, 연기, 무아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반야심경』에 대한 해설은 여러 차례 시도되었으나 이 책은 빨리어 경전 원문부터 살피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인도 푸나대학교에서 13년간 공부한 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선운사 초기불교불학승가대학원 원장 등을 역임하며 초기 불교 경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행보와 어긋나지 않는다. 이 책은 고따마 붓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초전법륜경』 『보름날 밤 경』 『무아상경』 등의 빨리어 니까야로 불교의 주요 개념을 먼저 설명한 뒤 『반야심경』에 대한 본격적인 고찰로 나아간다. 이를 통해 『반야심경』이 난해하고 심오한 초월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 고따마 붓다의 실존적 고민에서 비롯된 가르침임을 전한다.
재연 스님은 초기 불교 경전 읽기로 개념을 정리하는 한편 현대적 감각으로 『반야심경』의 가르침도 풀어낸다. 공감하기 힘든 엄숙함도, 이해하기 힘든 진지함도 이 책에는 없다. 그보다 오늘날 우리의 고민까지 끌어안는 『반야심경』의 넉넉한 세계를 펼쳐 보이는 데 주력한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불교의 본질적인 성격을 유념하며 『반야심경』에 접근함으로써 『반야심경』 해설서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내가 만난 불자들은 거의 모두 『금강경』 『유마경』 『화엄경』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시험 삼아 팔정도 이야기를 슬쩍 내비치면 금세 정색을 하고 그 정도는 이미 다 통달해 마친 듯한 태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온당한 이해가 아니라고 지적하기에도, 모른 척 함구하기에도 편치 않은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대충 알고 있는 사람을 가르치기는 참 어렵습니다. 한 큰스님이 내게 그러셨지요. “자는 척하는 놈은 깨울 수가 없다!”고.
원고를 정리하는 내내 나는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그분이 이해하실까?’ 그분은 평생을 절에 다니셨고, 신심이 장한 불자였습니다. 다음 세상에 다시 기회가 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성제, 팔정도, 연기, 무아를 차근차근 설명해드려야지 하고 여러 번 다짐했습니다. 빨리어를 전공하고 초기 경전을 끼고 살아온 사람으로야 당연할 수도 있지만, 나는 줄곧 제대로 된 불교 공부는 초기 경전 강독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번에 나는 『초전법륜경』을 시작으로 몇 편의 중요한 초기 경전을 먼저 읽고 붓다의 열반 이후 수세기에 걸친 변화를 살펴본 다음 『반야심경』 풀이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때로는 조금 돌아서 가는 길이 더 곧고 쉬운 길일 수도 있습니다. _6~7쪽
빨리어 경전을 통해
고따마 붓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하다
가장 짧은 경전이지만 『반야심경』의 이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는 『반야심경』이 자세하고 친절한 표현이 아닌, 지극히 간결하고 압축된 표현으로 공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이 경전을 암호 같다거나 신비로운 주문 같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해설서가 나온 것도 『반야심경』의 대중적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난해한 경전이기 때문이다.
『재연스님의 반야심경 읽기』는 빨리어 니까야 원문과 함께 『반야심경』을 읽는다. 빨리어 니까야는 인간 고따마 붓다의 생생한 가르침을 전하는 경전이라는 점에서 불교의 뿌리이자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재연 스님은 『반야심경』에서 언급되는 여러 개념을 빨리어 니까야에 담긴 고따마 붓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한다. 『초전법륜경』을 통해 사성제를, 『보름날 밤 경』을 통해 오온을, 『무아상경』을 통해 삼법인을, 『가전연경』을 통해 중도를 설명한다. 난해하고 심오하게만 느껴지는 『반야심경』의 가르침 역시 결국은 인간 고따마 붓다가 세상의 여러 고통을 목격하며 품은 실존적인 고민에 뿌리둔다는 것을 짚어줌으로써 『반야심경』 해설서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최상의 설명은 부처님 말씀을 직접 듣는 것이다. 여러 곁가지 이론과 설명 모두를 능가하고 잠재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일차 자료를 직접 보는 일이다. 오온에 관한 설명으로 수없이 많은 경전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짚어볼 수 있는 경전으로 상응부에 있는 『보름날 밤 경』이라는 경전을 선택하였다. 이 경전을 통해 앞에 언급한 ‘온’이 어떻게 쓰이고, 묘사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_59~60쪽
지혜의 완성을 위한 한 걸음
『반야심경』은 공(空)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해탈에 이를 것을 촉구하는 불교 경전이다. 기본적으로 불교는 연기의 관점에 따라 현상 세계를 보라고 가르친다. ‘나’를 포함한 현상 세계의 모든 것은 무수한 원인과 조건이 뒤얽혀 흘러가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시간이든 공간이든 어떤 차원으로도 한정될 수 없는 무수한 사건들의 집합 안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연기의 관점이 아니라 자성(自性)의 관점에서 현상 세계를 바라본다. 우리에게 ‘나’를 포함한 현상 세계의 모든 것은 본질적인 정체성, 즉 자성에 의해 규정되어 저마다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연기의 관점이 아니라 자성의 관점에서 현상 세계를 바라보는 것을 ‘어리석음’, 즉 무명(無明)이라고 이야기한다. 무명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무아(無我) 혹은 공(空)으로 설명되는 깨달음을 성취하게 되며, 깨달음을 성취할 때 우리는 고통과 윤회에서 해방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반야심경』은 불교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이 이치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그렇기에 『반야심경』은 여러 불교 경전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경전이자 수많은 이가 가슴에 품은 단 하나의 경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반야심경』은 여러 차례 한역되었고, 동아시아 불교도에게 오랫동안 널리 사랑받아왔다. 오늘날에도 사찰에서, 그리고 독실한 불교 신자들에 의해 일상적으로 낭송된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익숙해하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같은 구절 역시 현장이 옮긴 『반야심경』에 나온다. 그만큼 이 경전은 그 어떤 다른 불교 경전보다 우리와 가까이 있다 하겠다.
사실 『반야심경』은 매우 어려운 경전입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에 이 경전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거나, 이후 이 경전이 자기 삶의 지표가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마음속으로 ‘나는 왜 저렇게 빼어난 이해력과 감성을 타고나지 못했을까!’ 싶어서 한편 부럽기도 하고, ‘저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나?’ 하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일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아주 늦게서야 초기 경전의 핵심인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 연기설(緣起說)을 가장 충실하게 계승한 것이 대승 반야부 경전이며, 초기 경전에서 설명하는 혜해탈(慧解脫, pannā-vimutti)을 성취한 아라한의 깨달음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중국 선종의 골수라는 생각이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_10쪽
현실의 언어로
불교의 본질을 살피다
재연 스님은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독자의 안목에 맞추어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생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개념을 세세히 구분짓기보다 그 이면에 자리한 본질에 집중한다. 재연 스님은 연기의 이치에 기반한 수행을 통해 개인의 고통을 소멸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을 설파하는 가르침이라면 그것이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 나왔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이 책은 불교의 여러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교통정리한다. 무아는 소승의 개념이고 공은 대승의 개념이라고 말하지만, 무아도 공도 별개의 것이 아니라 연기에 붙은 다른 이름일 뿐이다. 팔정도는 소승의 수행법이고 육바라밀은 대승의 수행법이라고도 하지만, 올챙이와 개구리가 같은 생명체이듯 팔정도도 육바라밀도 그 근본은 같다.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추상적 담론이 아닌 구체적 현실로 설명하는 방식 또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재연 스님은 ‘엉성한 스님’으로서의 자신이 겪는 일상적인 마음의 부침이나 ‘된장국을 무척 좋아하는 중년 남성 아무개’의 위태위태한 수행담 등을 소재로 난해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십이연기에 대한 설명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무아(無我)의 가르침은 불교의 근본 교설인 만큼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고 근엄하게 말하는 대신, 보통 사람에게는 그것이 ‘호랭이 물어갈’ 엉뚱한 소리로 들릴 수 있음을 선선히 인정한다. 십결(十結) 가운데 색탐(色貪)과 무색탐(無色貪)은 솔직히 자신도 잘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에 아예 언급하지 않겠다는 선언, 그리고 “중노릇 50년으로도 넷째인 욕탐과 다섯째인 악의의 해결은 막막하다는 생각에 많이 부끄럽고 서글프다”라는 고백에서는 현실 속에서 불교를 고민하는 한 사람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고(苦)에 해당하는 빨리어 ‘dukkha’라는 단어는 대개 ‘고통’ ‘불만족’ ‘고통’ ‘슬픔’으로 번역된다. 이는 사소한 불편함부터 견딜 수 없는 고통까지 모든 달갑지 않은 상태를 포괄한다. 괴로움은 육체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고 또는 둘의 조합일 수도 있다.
한 아기가 태어나 성장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과정은 고비마다 어렵고 위험한 상태의 연속이다. 뭇사람들의 축복 속에 건강하게 태어난다 해도 수없이 많은 질병에 노출된다. 집밖에 나가면 도처에 내걸린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안과, 치과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크고 작은 의원에서부터 엄청나게 큰 대형 종합병원의 대합실을 떠올려보시라. 당장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많은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이를 피해보겠다고 온갖 처방이 난무하고,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만 자연산, 유기농 등으로 치장한 갖가지 건강식품 선전 광고가 넘쳐난다. 단 몇 주 복용으로 당뇨, 혈압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신통한 식물의 줄기, 뿌리, 열매, 껍질 등등. 누구나 다 쓰는 식수 필터, 공기청정기, 마사지 의자, 러닝머신, 이 집 저 집 다 가지고 있는 혈압, 혈당, 맥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측정하는 장비들…… 이 모든 것이 다 병에 대한 고통과 두려움의 증거물이다. _73~74쪽
『반야심경』의 세계로 가는 길을 비추는 등불
『반야심경』의 세계는 쉽게 도달할 듯하지만 실은 쉽게 닿을 수 없는 세계다. 이상하게도 그 세계는 빨리 도달하려고 할수록 더 아득해진다. 재연 스님 역시 과거에는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경전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이해력과 감성에 부러움을 느끼다못해 두려움까지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비교적 빨리 이런 것을 알아채고, 나처럼 둔한 사람은 삶의 내리막길을 가면서 비로소 알게 되는가봅니다. 이 글을 쓴 것도 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좀더 일찍, 쉽게 터득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한참 세월이 흘러 ‘그때 그걸 알았더라면!’ 하고 뒤돌아보는 일이 적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이다.
『반야심경』의 세계로 가는 길은 안개 속에 잠긴 길 같기도, 어둠 속에 잠긴 길 같기도 하다. 그 안개와 어둠 속을 오랫동안 여행해오며 얻은 이해와 통찰을 이 책에 담았다. 그 이해와 통찰을 등불로 의지한다면 『반야심경』의 세계로 가는 길에는 안개도 어둠도 없을 것이다.
긴 불교 역사의 고비마다 위대한 스승, 용수(龍樹, Nāgarjuna), 무착(無着, Asaṅga), 세친(世親, Vasubandhu), 달마(達磨, Bodhidharma), 혜능(慧能), 대혜(大慧) 스님 등의 선각자들이 출현하였습니다. 그분들 가운데 누구도 새로운 교단을 만들어 교주로 군림한 분은 없습니다. 다만 그분들의 업적은 하나같이 고따마 붓다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갈 것을 역설한 것입니다. 고따마 붓다의 근본 가르침 ‘연기’는 어떤 식의 절대도 없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읽었던 『반야심경』을 포함한 방대한 반야부 경전 역시 고따마 붓다의 연기, 무아의 가르침을 애써 강조하고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논리 전개에 빠져 헤매다보면 정작 중요한 실천 문제를 간과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반야심경』의 ‘심(心)’은 멈춰 선 ‘마음’이 아닌 ‘뛰는 가슴’이며,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 연기(緣起)를 말하는 것입니다. _230~1쪽
단 하나의 불교 경전,
『반야심경』
초월적 가르침이 아닌
인간적인 가르침으로 만나다!
한국초기불교대학원 원장이자 지난 30여 년간 빨리어 니까야를 전해온 재연 스님의 『반야심경』 해석서인 『재연 스님의 반야심경 읽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반야심경』은 불교의 대표적인 가르침인 공(空)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전으로, 불교의 핵심을 정면으로 다루는 만큼 대중에게도 무척이나 유명하다. 하지만 공이란 무엇인가? 『반야심경』은 그 공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불교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이는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재연 스님의 반야심경 읽기』는 이런 이들을 위해 사성제, 팔정도, 연기, 무아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반야심경』에 대한 해설은 여러 차례 시도되었으나 이 책은 빨리어 경전 원문부터 살피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인도 푸나대학교에서 13년간 공부한 후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선운사 초기불교불학승가대학원 원장 등을 역임하며 초기 불교 경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행보와 어긋나지 않는다. 이 책은 고따마 붓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초전법륜경』 『보름날 밤 경』 『무아상경』 등의 빨리어 니까야로 불교의 주요 개념을 먼저 설명한 뒤 『반야심경』에 대한 본격적인 고찰로 나아간다. 이를 통해 『반야심경』이 난해하고 심오한 초월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 고따마 붓다의 실존적 고민에서 비롯된 가르침임을 전한다.
재연 스님은 초기 불교 경전 읽기로 개념을 정리하는 한편 현대적 감각으로 『반야심경』의 가르침도 풀어낸다. 공감하기 힘든 엄숙함도, 이해하기 힘든 진지함도 이 책에는 없다. 그보다 오늘날 우리의 고민까지 끌어안는 『반야심경』의 넉넉한 세계를 펼쳐 보이는 데 주력한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불교의 본질적인 성격을 유념하며 『반야심경』에 접근함으로써 『반야심경』 해설서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내가 만난 불자들은 거의 모두 『금강경』 『유마경』 『화엄경』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시험 삼아 팔정도 이야기를 슬쩍 내비치면 금세 정색을 하고 그 정도는 이미 다 통달해 마친 듯한 태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온당한 이해가 아니라고 지적하기에도, 모른 척 함구하기에도 편치 않은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대충 알고 있는 사람을 가르치기는 참 어렵습니다. 한 큰스님이 내게 그러셨지요. “자는 척하는 놈은 깨울 수가 없다!”고.
원고를 정리하는 내내 나는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그분이 이해하실까?’ 그분은 평생을 절에 다니셨고, 신심이 장한 불자였습니다. 다음 세상에 다시 기회가 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성제, 팔정도, 연기, 무아를 차근차근 설명해드려야지 하고 여러 번 다짐했습니다. 빨리어를 전공하고 초기 경전을 끼고 살아온 사람으로야 당연할 수도 있지만, 나는 줄곧 제대로 된 불교 공부는 초기 경전 강독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번에 나는 『초전법륜경』을 시작으로 몇 편의 중요한 초기 경전을 먼저 읽고 붓다의 열반 이후 수세기에 걸친 변화를 살펴본 다음 『반야심경』 풀이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때로는 조금 돌아서 가는 길이 더 곧고 쉬운 길일 수도 있습니다. _6~7쪽
빨리어 경전을 통해
고따마 붓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하다
가장 짧은 경전이지만 『반야심경』의 이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는 『반야심경』이 자세하고 친절한 표현이 아닌, 지극히 간결하고 압축된 표현으로 공에 대해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이 경전을 암호 같다거나 신비로운 주문 같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해설서가 나온 것도 『반야심경』의 대중적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난해한 경전이기 때문이다.
『재연스님의 반야심경 읽기』는 빨리어 니까야 원문과 함께 『반야심경』을 읽는다. 빨리어 니까야는 인간 고따마 붓다의 생생한 가르침을 전하는 경전이라는 점에서 불교의 뿌리이자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재연 스님은 『반야심경』에서 언급되는 여러 개념을 빨리어 니까야에 담긴 고따마 붓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한다. 『초전법륜경』을 통해 사성제를, 『보름날 밤 경』을 통해 오온을, 『무아상경』을 통해 삼법인을, 『가전연경』을 통해 중도를 설명한다. 난해하고 심오하게만 느껴지는 『반야심경』의 가르침 역시 결국은 인간 고따마 붓다가 세상의 여러 고통을 목격하며 품은 실존적인 고민에 뿌리둔다는 것을 짚어줌으로써 『반야심경』 해설서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최상의 설명은 부처님 말씀을 직접 듣는 것이다. 여러 곁가지 이론과 설명 모두를 능가하고 잠재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일차 자료를 직접 보는 일이다. 오온에 관한 설명으로 수없이 많은 경전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짚어볼 수 있는 경전으로 상응부에 있는 『보름날 밤 경』이라는 경전을 선택하였다. 이 경전을 통해 앞에 언급한 ‘온’이 어떻게 쓰이고, 묘사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_59~60쪽
지혜의 완성을 위한 한 걸음
『반야심경』은 공(空)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해탈에 이를 것을 촉구하는 불교 경전이다. 기본적으로 불교는 연기의 관점에 따라 현상 세계를 보라고 가르친다. ‘나’를 포함한 현상 세계의 모든 것은 무수한 원인과 조건이 뒤얽혀 흘러가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시간이든 공간이든 어떤 차원으로도 한정될 수 없는 무수한 사건들의 집합 안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연기의 관점이 아니라 자성(自性)의 관점에서 현상 세계를 바라본다. 우리에게 ‘나’를 포함한 현상 세계의 모든 것은 본질적인 정체성, 즉 자성에 의해 규정되어 저마다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연기의 관점이 아니라 자성의 관점에서 현상 세계를 바라보는 것을 ‘어리석음’, 즉 무명(無明)이라고 이야기한다. 무명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무아(無我) 혹은 공(空)으로 설명되는 깨달음을 성취하게 되며, 깨달음을 성취할 때 우리는 고통과 윤회에서 해방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반야심경』은 불교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이 이치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그렇기에 『반야심경』은 여러 불교 경전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경전이자 수많은 이가 가슴에 품은 단 하나의 경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반야심경』은 여러 차례 한역되었고, 동아시아 불교도에게 오랫동안 널리 사랑받아왔다. 오늘날에도 사찰에서, 그리고 독실한 불교 신자들에 의해 일상적으로 낭송된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익숙해하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같은 구절 역시 현장이 옮긴 『반야심경』에 나온다. 그만큼 이 경전은 그 어떤 다른 불교 경전보다 우리와 가까이 있다 하겠다.
사실 『반야심경』은 매우 어려운 경전입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에 이 경전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거나, 이후 이 경전이 자기 삶의 지표가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마음속으로 ‘나는 왜 저렇게 빼어난 이해력과 감성을 타고나지 못했을까!’ 싶어서 한편 부럽기도 하고, ‘저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나?’ 하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일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아주 늦게서야 초기 경전의 핵심인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 연기설(緣起說)을 가장 충실하게 계승한 것이 대승 반야부 경전이며, 초기 경전에서 설명하는 혜해탈(慧解脫, pannā-vimutti)을 성취한 아라한의 깨달음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중국 선종의 골수라는 생각이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_10쪽
현실의 언어로
불교의 본질을 살피다
재연 스님은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독자의 안목에 맞추어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생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개념을 세세히 구분짓기보다 그 이면에 자리한 본질에 집중한다. 재연 스님은 연기의 이치에 기반한 수행을 통해 개인의 고통을 소멸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을 설파하는 가르침이라면 그것이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 나왔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이 책은 불교의 여러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교통정리한다. 무아는 소승의 개념이고 공은 대승의 개념이라고 말하지만, 무아도 공도 별개의 것이 아니라 연기에 붙은 다른 이름일 뿐이다. 팔정도는 소승의 수행법이고 육바라밀은 대승의 수행법이라고도 하지만, 올챙이와 개구리가 같은 생명체이듯 팔정도도 육바라밀도 그 근본은 같다.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추상적 담론이 아닌 구체적 현실로 설명하는 방식 또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재연 스님은 ‘엉성한 스님’으로서의 자신이 겪는 일상적인 마음의 부침이나 ‘된장국을 무척 좋아하는 중년 남성 아무개’의 위태위태한 수행담 등을 소재로 난해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십이연기에 대한 설명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무아(無我)의 가르침은 불교의 근본 교설인 만큼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고 근엄하게 말하는 대신, 보통 사람에게는 그것이 ‘호랭이 물어갈’ 엉뚱한 소리로 들릴 수 있음을 선선히 인정한다. 십결(十結) 가운데 색탐(色貪)과 무색탐(無色貪)은 솔직히 자신도 잘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에 아예 언급하지 않겠다는 선언, 그리고 “중노릇 50년으로도 넷째인 욕탐과 다섯째인 악의의 해결은 막막하다는 생각에 많이 부끄럽고 서글프다”라는 고백에서는 현실 속에서 불교를 고민하는 한 사람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고(苦)에 해당하는 빨리어 ‘dukkha’라는 단어는 대개 ‘고통’ ‘불만족’ ‘고통’ ‘슬픔’으로 번역된다. 이는 사소한 불편함부터 견딜 수 없는 고통까지 모든 달갑지 않은 상태를 포괄한다. 괴로움은 육체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고 또는 둘의 조합일 수도 있다.
한 아기가 태어나 성장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과정은 고비마다 어렵고 위험한 상태의 연속이다. 뭇사람들의 축복 속에 건강하게 태어난다 해도 수없이 많은 질병에 노출된다. 집밖에 나가면 도처에 내걸린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안과, 치과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크고 작은 의원에서부터 엄청나게 큰 대형 종합병원의 대합실을 떠올려보시라. 당장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많은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이를 피해보겠다고 온갖 처방이 난무하고,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만 자연산, 유기농 등으로 치장한 갖가지 건강식품 선전 광고가 넘쳐난다. 단 몇 주 복용으로 당뇨, 혈압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신통한 식물의 줄기, 뿌리, 열매, 껍질 등등. 누구나 다 쓰는 식수 필터, 공기청정기, 마사지 의자, 러닝머신, 이 집 저 집 다 가지고 있는 혈압, 혈당, 맥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측정하는 장비들…… 이 모든 것이 다 병에 대한 고통과 두려움의 증거물이다. _73~74쪽
『반야심경』의 세계로 가는 길을 비추는 등불
『반야심경』의 세계는 쉽게 도달할 듯하지만 실은 쉽게 닿을 수 없는 세계다. 이상하게도 그 세계는 빨리 도달하려고 할수록 더 아득해진다. 재연 스님 역시 과거에는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경전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이해력과 감성에 부러움을 느끼다못해 두려움까지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비교적 빨리 이런 것을 알아채고, 나처럼 둔한 사람은 삶의 내리막길을 가면서 비로소 알게 되는가봅니다. 이 글을 쓴 것도 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좀더 일찍, 쉽게 터득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한참 세월이 흘러 ‘그때 그걸 알았더라면!’ 하고 뒤돌아보는 일이 적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이다.
『반야심경』의 세계로 가는 길은 안개 속에 잠긴 길 같기도, 어둠 속에 잠긴 길 같기도 하다. 그 안개와 어둠 속을 오랫동안 여행해오며 얻은 이해와 통찰을 이 책에 담았다. 그 이해와 통찰을 등불로 의지한다면 『반야심경』의 세계로 가는 길에는 안개도 어둠도 없을 것이다.
긴 불교 역사의 고비마다 위대한 스승, 용수(龍樹, Nāgarjuna), 무착(無着, Asaṅga), 세친(世親, Vasubandhu), 달마(達磨, Bodhidharma), 혜능(慧能), 대혜(大慧) 스님 등의 선각자들이 출현하였습니다. 그분들 가운데 누구도 새로운 교단을 만들어 교주로 군림한 분은 없습니다. 다만 그분들의 업적은 하나같이 고따마 붓다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갈 것을 역설한 것입니다. 고따마 붓다의 근본 가르침 ‘연기’는 어떤 식의 절대도 없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읽었던 『반야심경』을 포함한 방대한 반야부 경전 역시 고따마 붓다의 연기, 무아의 가르침을 애써 강조하고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논리 전개에 빠져 헤매다보면 정작 중요한 실천 문제를 간과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반야심경』의 ‘심(心)’은 멈춰 선 ‘마음’이 아닌 ‘뛰는 가슴’이며,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 연기(緣起)를 말하는 것입니다. _230~1쪽
목차
머리말
불교 용어 로마자 표기
산스크리트어 및 빨리어 자모음 로마자 표기
일러두기
제1부 부처님의 깨달음
보리수 아래서|정각자의 고독|범천의 권청|녹야원으로
제2부 부처님의 가르침
사성제|경전 읽기: 『초전법륜경』|오온|경전 읽기: 『보름날 밤 경』|삼법인|경전 읽기: 『무아상경』|중도|경전 읽기: 『가전연경』|무아와 윤회|연기|수행
제3부 불교 경전의 성립과 전승
제1차 결집|바나까 전통|표준말과 방언|산스크리트 경전의 출현|외도, 위경, 이단|보살
제4부 『반야심경』
『반야심경』에 대해|첫번째 마당|두번째 마당|세번째 마당|네번째 마당|다섯번째 마당
부록: 장본(長本) 『반야심경』
맺음말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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