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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고래둠벙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 전학년 > 동시/동요
· ISBN : 9791141615604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26-03-17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 전학년 > 동시/동요
· ISBN : 9791141615604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26-03-17
책 소개
오랜 시간 줄곧 바다와 섬을 품고 말해 온 시인 이세기. 그간 정성스레 모은 동시들로 첫 동시집 『고래둠벙』을 꾸렸다. 소금기 서걱거리는 이 동시집은 무엇을 품고 있을까? 시인이 우리에게 알려 준 섬마을의 핏줄인 ‘갯티길’을 따라 둘레를 걸어 보자.
섬의 시간인 물때를 따라 배와 뭇 생명들이 깃들었다 나가는 곳,
사라져 가는 검은머리물떼새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곳 『고래둠벙』
“장소성과 지역성이 희미한 동시의 영토에 그려 넣은 덕적군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서의 섬,
원초적 감수성을 깨워 줄 ‘먼 데’로서의 섬을 만날 수 있는 기회.”_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낙지를 잡는 아버지와
굴을 쪼는 어머니와
굴 바위 밑구녕에 붙어 있는
고둥을 줍는 나
아버지 망태기에는 낙지가
어머니 굴 바구니에는 굴과 박하지가
내 비닐봉지에는 애기 고둥과 돌중게가
물때가 밀려오면
누렁이 강아지가 컹컹
꼬리 치며 달려오는
갯내음 나는 발자국 따라
함께 걸어오는 갯티길
「갯티길」 전문
오랜 시간 줄곧 바다와 섬을 품고 말해 온 시인 이세기. 그간 정성스레 모은 동시들로 첫 동시집 『고래둠벙』을 꾸렸다. 소금기 서걱거리는 이 동시집은 무엇을 품고 있을까? 시인이 우리에게 알려 준 섬마을의 핏줄인 ‘갯티길’을 따라 둘레를 걸어 보자.
길을 따라가 보면 인천 덕적군도의 여러 섬들이 보인다. 문갑도, 덕적도, 굴업도, 울도, 백아도, 이작도 같은 섬들과, 백령도와 연평도 같은 서해 5도가 그 배경이다. 70년대와 오늘날이 갈마들며, ‘점박이’와 ‘나’라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푸른 물길을 헤치고 손꼽아 기다리던 약을 실은 병원배가 들어오고, 경계가 엄한 군 철조망 너머 하늬바다에는 점박이물범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토박이말을 쓰는 섬사람들은 갯티에서 굴과 고둥을 채취하고 아이들과 강아지는 그곳에서 배우고 어울린다. 갯벌은 생명력과 노동이 꿈틀거리고, 북녘 고향 땅을 그리는 건넛마을 할아버지와 뭍에 나간 자식을 걱정하는 이웃 할머니와, 구구단을 쓰다가도 상수리나무숲으로 장수하늘소를 만나러 가는 아이들의 섬 학교가 있다. 그믐밤 굴 껍데기 쌓인 새하얀 길을 엄마와 아이는 전등불을 밝히며 걸어오고, 모래벌판인 풀등에는 숱한 생명들의 숨소리가 조용히 왁자하다. 섬의 시간인 물때를 따라 배와 뭇 존재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곳, 사라져 가는 검은머리물떼새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곳, 『고래둠벙』.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는 문학에서 장소성과 지역성은 중요한 바탕을 이루는 바, 한국문학의 지도에 덕적군도를 그려 넣은 이세기 시인의 발걸음은 무척 귀하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사는 곳’은 중요한 의미를 띠지만 동시의 세계는 비교적 지역성과 장소성이 희미한 편이었기에, 임길택의 『탄광마을 아이들』과 안학수의 『낙지네 개흙 잔치』에 이어 『고래둠벙』이 더해지는 것은 든든한 일이라고. 이세기 시인은 섬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 자연의 풍경을 시로 풀어내며 그가 지켜 온 ‘섬’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인다. 평생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살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뿌리내린 시인의 언어로 섬을 만나 보자.
“내 사는 섬도 저 멀리서는 빛나는 별이 사는 마을”
70년대 섬에서 전학 온 아이 점박이와 오늘날 섬에서 살아가는 아이를 통해
섬의 삶, 다양한 생명들의 이름과 토박이말을 엿볼 수 있는 동시집
『고래둠벙』은 크게 3부로 짜여 있다. 1부는 70년대를 배경으로 섬에서 전학 온 아이 ‘점박이’를, 2부와 3부는 오늘날 섬에서 살아가는 ‘섬 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1부 ‘점박이’에는 섬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초등학교 3학년 육지로 이사를 온 시인 자신이 겪은 일들이 변용되어 녹아 있다. 섬에서 전학 온 말수 없는 아이, 아버지가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다가 월경했다는 소문 속 아이가 점박이라는 별명을 얻고 이질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다가, 수군거림을 박차고 은빛 물고기처럼 훌쩍 뛰어오르는 과정, 교실의 모두를 한바탕 점박이물범 소동으로 이끄는 떠들썩한 순간이 한 편의 서사로 완성되어 간다. 어린 시절 연좌제의 그늘에서 아픔을 겪었던 시인 자신의 치유 과정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누구나 가진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자 한 시인의 바람이 투영되어 있다.
2부 ‘섬 아이’는 시인이 인천의 섬들을 다니며 만나 온 아이들이 담겨 있다. 섬 전체가 놀이터이고 배움터인 아이들, 어른들이 쓰는 토박이말을 자연스럽게 익혀 쓰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말, 표정과 움직임이 시인 안에 차곡차곡 쌓여 ‘섬 아이’를 이루었다. 뭍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시구치(돌고래)를 기다리고, 섬으로 놀러 오라며 육지 아이들을 부르고, 할머니의 옹이 진 손끝에서 사랑을 느끼고, 갯바위를 들추었다가 깜짝 놀란 돌중게에게 미안해 갯바위를 내려놓고.
점박이와 섬 아이는 자신과 자신의 마을을 사랑할 뿐 아니라 섬의 생활과 ‘금기’ 속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를 체화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섬 아이들은 모두 생태주의자고 생명주의자라고 밝힌다.
“섬에는 금기가 많아요. 뱃일이 늘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거세고 풍랑이 높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섬 아이들은 금기어를 많이 들으며 자라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말 없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작은 미물 하나라도 해치지 말라고, 그러면 그 화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어른들은 늘 일러 주셨어요. 저는 그런 금기 속에서 오히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를 배웠다고 생각해요. 섬 아이들은 어쩌면 모두 생태주의자이고 생명주의자라고 할 수 있어요. 작은 섬에는 가게도 많지 않고 갈 곳도 많지 않기 때문에, 섬에서 겪는 모든 것이 몸과 마음에 깊게 저장됩니다. 장수풍뎅이, 먹구렁이 같은 존재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마음속에 남는 거예요.”_이세기
그렇게 몸과 마음에 저장된 것들이 ‘나’뿐 아니라 서로를 밤하늘 별 같은 존재로 긍정하게 하며 함께 어우러진 세계를 만든다. 그 세계는 생명과 그들의 바람을 품은 고래둠벙과 맞닿아 있다.
둠벙에는
깜팽이 새끼
불가사리
둠벙에는
하늘이 내려앉고
개흙에서 나온
할아버지
낙지 삽을 씻고
할머니는
호미를 씻고
고래를 닮아서
고래둠벙
물때가 오면
고래둠벙은
고래가 되어
바다로 헤엄쳐 가겠지
「고래둠벙」 전문
“섬은 연결의 감각을 알려 주는 곳, 끊어진 세계가 아닌 모두가 이어진 세계.”
이세기 시인은 섬의 모든 길은 갯티길로 향해 있다고 말한다. 갯티길은 어른들에겐 생계의 터전, 아이들에겐 작은 돌중게를 보고, 박하지를 볼 수 있는 그 자체로 하나의 놀이터이자 다른 생명을 느껴 보는 세계다. 그가 갯티길을 놓아 우리를 『고래둠벙』으로 부른다. 그곳은 과거와 현재가, 섬과 육지가, 바다와 하늘이, 사람과 생명이 공존한다.
“저는 섬이 끊어진 세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뱃길로 이어져 있듯 모든 섬은 서로 이어져 있고 육지와도 이어져 있어요. 저는 섬을 통해 ‘이어진 세계’를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의 삶은 때로 외롭고 고립되어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요. 섬은 제게 그 연결의 감각을 알려 주는 곳입니다.”_이세기
이세기 시인은 그간 인천섬연구모임, 황해섬네트워크 등을 만들어 인천 섬 보전 운동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많은 동식물들을 만났다. 왕은점표범나비, 금방망이꽃, 대청부채, 먹구렁이, 누룩뱀도 보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도 보았다. 풀등에서는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저어새도 만났다. 육지에서 밀려난 듯한 자리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터전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어린이들이 이런 섬의 생명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지켜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과 더불어, 기회가 된다면 인천 섬의 탄생 이야기, 갯티길에서 만난 사라져 가는 동식물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싶다고 전해 왔다.
바다의 생명력을 찬란하게 펼쳐 보이는 김세현 화가의 그림
『고래둠벙』을 감싼 짙은 파란빛은 김세현 화가의 손끝에서 뻗어 나왔다. 절제된 색채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생명력 짙은 바다를 드러낸다. 섬마을 밤하늘에 빛을 흩뿌리는 별과, 그 별과 같은 존재들과, 섬의 정경이 생동감 있게 때론 흥겹게 때론 고즈넉하게 한데 놓인다. 흰 눈처럼 마을에 피어난 동백꽃의 이미지까지 더해지며, 바다 위에 펼쳐진 섬을 마주한 듯 심장이 뛰는 감각을 전한다.
사라져 가는 검은머리물떼새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곳 『고래둠벙』
“장소성과 지역성이 희미한 동시의 영토에 그려 넣은 덕적군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서의 섬,
원초적 감수성을 깨워 줄 ‘먼 데’로서의 섬을 만날 수 있는 기회.”_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낙지를 잡는 아버지와
굴을 쪼는 어머니와
굴 바위 밑구녕에 붙어 있는
고둥을 줍는 나
아버지 망태기에는 낙지가
어머니 굴 바구니에는 굴과 박하지가
내 비닐봉지에는 애기 고둥과 돌중게가
물때가 밀려오면
누렁이 강아지가 컹컹
꼬리 치며 달려오는
갯내음 나는 발자국 따라
함께 걸어오는 갯티길
「갯티길」 전문
오랜 시간 줄곧 바다와 섬을 품고 말해 온 시인 이세기. 그간 정성스레 모은 동시들로 첫 동시집 『고래둠벙』을 꾸렸다. 소금기 서걱거리는 이 동시집은 무엇을 품고 있을까? 시인이 우리에게 알려 준 섬마을의 핏줄인 ‘갯티길’을 따라 둘레를 걸어 보자.
길을 따라가 보면 인천 덕적군도의 여러 섬들이 보인다. 문갑도, 덕적도, 굴업도, 울도, 백아도, 이작도 같은 섬들과, 백령도와 연평도 같은 서해 5도가 그 배경이다. 70년대와 오늘날이 갈마들며, ‘점박이’와 ‘나’라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푸른 물길을 헤치고 손꼽아 기다리던 약을 실은 병원배가 들어오고, 경계가 엄한 군 철조망 너머 하늬바다에는 점박이물범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토박이말을 쓰는 섬사람들은 갯티에서 굴과 고둥을 채취하고 아이들과 강아지는 그곳에서 배우고 어울린다. 갯벌은 생명력과 노동이 꿈틀거리고, 북녘 고향 땅을 그리는 건넛마을 할아버지와 뭍에 나간 자식을 걱정하는 이웃 할머니와, 구구단을 쓰다가도 상수리나무숲으로 장수하늘소를 만나러 가는 아이들의 섬 학교가 있다. 그믐밤 굴 껍데기 쌓인 새하얀 길을 엄마와 아이는 전등불을 밝히며 걸어오고, 모래벌판인 풀등에는 숱한 생명들의 숨소리가 조용히 왁자하다. 섬의 시간인 물때를 따라 배와 뭇 존재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곳, 사라져 가는 검은머리물떼새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곳, 『고래둠벙』.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는 문학에서 장소성과 지역성은 중요한 바탕을 이루는 바, 한국문학의 지도에 덕적군도를 그려 넣은 이세기 시인의 발걸음은 무척 귀하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사는 곳’은 중요한 의미를 띠지만 동시의 세계는 비교적 지역성과 장소성이 희미한 편이었기에, 임길택의 『탄광마을 아이들』과 안학수의 『낙지네 개흙 잔치』에 이어 『고래둠벙』이 더해지는 것은 든든한 일이라고. 이세기 시인은 섬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 자연의 풍경을 시로 풀어내며 그가 지켜 온 ‘섬’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인다. 평생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살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뿌리내린 시인의 언어로 섬을 만나 보자.
“내 사는 섬도 저 멀리서는 빛나는 별이 사는 마을”
70년대 섬에서 전학 온 아이 점박이와 오늘날 섬에서 살아가는 아이를 통해
섬의 삶, 다양한 생명들의 이름과 토박이말을 엿볼 수 있는 동시집
『고래둠벙』은 크게 3부로 짜여 있다. 1부는 70년대를 배경으로 섬에서 전학 온 아이 ‘점박이’를, 2부와 3부는 오늘날 섬에서 살아가는 ‘섬 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1부 ‘점박이’에는 섬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초등학교 3학년 육지로 이사를 온 시인 자신이 겪은 일들이 변용되어 녹아 있다. 섬에서 전학 온 말수 없는 아이, 아버지가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다가 월경했다는 소문 속 아이가 점박이라는 별명을 얻고 이질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다가, 수군거림을 박차고 은빛 물고기처럼 훌쩍 뛰어오르는 과정, 교실의 모두를 한바탕 점박이물범 소동으로 이끄는 떠들썩한 순간이 한 편의 서사로 완성되어 간다. 어린 시절 연좌제의 그늘에서 아픔을 겪었던 시인 자신의 치유 과정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누구나 가진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자 한 시인의 바람이 투영되어 있다.
2부 ‘섬 아이’는 시인이 인천의 섬들을 다니며 만나 온 아이들이 담겨 있다. 섬 전체가 놀이터이고 배움터인 아이들, 어른들이 쓰는 토박이말을 자연스럽게 익혀 쓰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말, 표정과 움직임이 시인 안에 차곡차곡 쌓여 ‘섬 아이’를 이루었다. 뭍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시구치(돌고래)를 기다리고, 섬으로 놀러 오라며 육지 아이들을 부르고, 할머니의 옹이 진 손끝에서 사랑을 느끼고, 갯바위를 들추었다가 깜짝 놀란 돌중게에게 미안해 갯바위를 내려놓고.
점박이와 섬 아이는 자신과 자신의 마을을 사랑할 뿐 아니라 섬의 생활과 ‘금기’ 속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를 체화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섬 아이들은 모두 생태주의자고 생명주의자라고 밝힌다.
“섬에는 금기가 많아요. 뱃일이 늘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거세고 풍랑이 높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섬 아이들은 금기어를 많이 들으며 자라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말 없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작은 미물 하나라도 해치지 말라고, 그러면 그 화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어른들은 늘 일러 주셨어요. 저는 그런 금기 속에서 오히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를 배웠다고 생각해요. 섬 아이들은 어쩌면 모두 생태주의자이고 생명주의자라고 할 수 있어요. 작은 섬에는 가게도 많지 않고 갈 곳도 많지 않기 때문에, 섬에서 겪는 모든 것이 몸과 마음에 깊게 저장됩니다. 장수풍뎅이, 먹구렁이 같은 존재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마음속에 남는 거예요.”_이세기
그렇게 몸과 마음에 저장된 것들이 ‘나’뿐 아니라 서로를 밤하늘 별 같은 존재로 긍정하게 하며 함께 어우러진 세계를 만든다. 그 세계는 생명과 그들의 바람을 품은 고래둠벙과 맞닿아 있다.
둠벙에는
깜팽이 새끼
불가사리
둠벙에는
하늘이 내려앉고
개흙에서 나온
할아버지
낙지 삽을 씻고
할머니는
호미를 씻고
고래를 닮아서
고래둠벙
물때가 오면
고래둠벙은
고래가 되어
바다로 헤엄쳐 가겠지
「고래둠벙」 전문
“섬은 연결의 감각을 알려 주는 곳, 끊어진 세계가 아닌 모두가 이어진 세계.”
이세기 시인은 섬의 모든 길은 갯티길로 향해 있다고 말한다. 갯티길은 어른들에겐 생계의 터전, 아이들에겐 작은 돌중게를 보고, 박하지를 볼 수 있는 그 자체로 하나의 놀이터이자 다른 생명을 느껴 보는 세계다. 그가 갯티길을 놓아 우리를 『고래둠벙』으로 부른다. 그곳은 과거와 현재가, 섬과 육지가, 바다와 하늘이, 사람과 생명이 공존한다.
“저는 섬이 끊어진 세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뱃길로 이어져 있듯 모든 섬은 서로 이어져 있고 육지와도 이어져 있어요. 저는 섬을 통해 ‘이어진 세계’를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의 삶은 때로 외롭고 고립되어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요. 섬은 제게 그 연결의 감각을 알려 주는 곳입니다.”_이세기
이세기 시인은 그간 인천섬연구모임, 황해섬네트워크 등을 만들어 인천 섬 보전 운동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많은 동식물들을 만났다. 왕은점표범나비, 금방망이꽃, 대청부채, 먹구렁이, 누룩뱀도 보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도 보았다. 풀등에서는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저어새도 만났다. 육지에서 밀려난 듯한 자리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터전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어린이들이 이런 섬의 생명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지켜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과 더불어, 기회가 된다면 인천 섬의 탄생 이야기, 갯티길에서 만난 사라져 가는 동식물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싶다고 전해 왔다.
바다의 생명력을 찬란하게 펼쳐 보이는 김세현 화가의 그림
『고래둠벙』을 감싼 짙은 파란빛은 김세현 화가의 손끝에서 뻗어 나왔다. 절제된 색채는 오히려 더 선명하게 생명력 짙은 바다를 드러낸다. 섬마을 밤하늘에 빛을 흩뿌리는 별과, 그 별과 같은 존재들과, 섬의 정경이 생동감 있게 때론 흥겹게 때론 고즈넉하게 한데 놓인다. 흰 눈처럼 마을에 피어난 동백꽃의 이미지까지 더해지며, 바다 위에 펼쳐진 섬을 마주한 듯 심장이 뛰는 감각을 전한다.
목차
시인의 말 2
1부 점박이
전학 온 점박이 8 점박이는 이상한 아이 13 운동회 날 점박이 20 점박이물범 소동 25
2부 섬 아이 1
갯티길 40 굴봉 까는 손 42 밤길 43 우리 집 먹구렁이 46 바지락배 굴배 48 낙지 할배 49 왁자지껄 부둣가 50 고양이 가족 52 첫눈 54 도토리 57 저녁 별 60
3부 섬 아이 2
이맘때쯤 64 섬 학교 65 호랑게 68 생귤 까먹기 70 망개떡 할머니 72 까치복 이야기 74 응달 눈 76
내가 미처 몰랐어 78 붉은 부리 새 80 고래둠벙 83
해설 원종찬 86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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