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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1512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4-03-20
책 소개
목차
1. 그녀의 제안…… 7
2. 신혼여행…… 24
3. 깨달음…… 57
4. 넘치는 사랑…… 84
5. 크리스마스이브…… 107
6. 의심의 발현…… 141
7. 집착…… 156
8. 불안…… 179
9. 어긋난 마음…… 210
10. 그녀의 의중…… 234
11. 충돌…… 252
12. 놓을 수 없는…… 283
13. 얼굴…… 309
14. 화해의 시간…… 325
15. 휴가…… 342
저자소개
책속에서
유진은 사랑 없는 결혼, 그것도 조건을 걸고 하는 결혼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시현의 말대로 집에서는 유진의 결혼을 서두르고 있었다. 은근히 결혼은 언제 할 건지 묻던 것이 형이 둘째를 낳고서는 모임에서 여자를 소개하거나 직접적으로 누구를 만나 보라고 채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유진도 결혼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랑하는 여자와 하고 싶을 뿐. 일이 년 사이에 유진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길 확신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했다.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것만으로 마냥 부모님이 소개해 주려는 여자를 거부하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부모님 말씀대로 그들이 소개해 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주선은 전제가 결혼이었다. 그 사이에 사랑하지 않게 되면 헤어지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조건이 붙은 결혼 같은 것, 정말 싫은 일 중 하나였지만 현재 유진의 입장에서 상당히 유익한 일일 수도 있었다.
BS건설 사장의 장녀, 아래로 남동생 둘과 여동생이 있고 현재 W백화점 전략 마케팅 전무이사로 재직 중. 몇 년 전까지 그룹의 중추인 BS건설 전략기획팀 실장으로 있다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백화점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백화점 입지가 좁았던 초기에 발로 뛰어 한국에 들어와 있지 않았던 명품 브랜드 런칭과 입점으로 인지도를 확 올렸고 그 결과로 상무가 되었다고 했다.
그 때문에 건설로 다시 컴백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으나 그 자리는 실적 하나 없는 시현의 남동생이 꿰차고 앉았고, 시현은 전무로 승진.
속셈이 어떻든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유진과의 결혼으로 시현이 꾀하고 있는 것은 집안에서 위치를 공고히 하자는 것 같았다. 유진과의 결혼이 시현과 BS건설에게 무슨 득이 될지 의문이기는 했지만, 솔직히 유진은 크게 상관이 없었다.
“정시현 씨 제안, 받아들이죠.”
“잘 생각하셨어요.”
감격하는 표정은 아니더라고 방긋 웃는 모습 정도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참으로 덤덤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 어쩌면 기쁨은 다른 곳에서 표하고 왔을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런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겨우 두 번째 만남인데 시현에게서 볼 수 있는 표정은 다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건은 성문화하는 겁니까?”
시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구두계약을 하고 나중에 유진이 이혼을 하자며 문제를 일으킨다면 시현은 대처를 할 수가 없었다. 유진이 문서화 이야기를 꺼낼 줄 몰랐지만 그래도 유진이 먼저 이야기를 해 줘서 고마웠다.
“공증도 할 생각이에요.”
역시나 조건을 운운하는 사람다웠다. 어쨌든 만약에 생길지도 모를 모르쇠를 차단하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만날 겁니다.”
정략결혼이든 계약결혼이든 사랑 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면 가장 걸릴 것이 무엇인가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였다. 혹시 결혼한 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평범한 여자라면 유진이 내건 조건을 수긍하지 않을 듯하지만 어차피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현이었다.
유진에게 사랑하던 여자가 있다고 들었다. 그 여자에 대한 말들도 많고, 그 연애에 대한 말들도 많지만, 지금 유진을 보면 아마 그 여자를 사랑한 것은 사실인 듯했다. 그것도 몹시. 로맨티시스트라는 말을 듣고 핏 웃었는데 그 로맨티시스트와 결혼하기 위한 조건은 아주 씁쓸했다.
“그러세요. 대신.”
시현은 잠시 말을 끊었다. 시현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결혼이지만 조건은 가능하면 동등하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았다. 시현은 최대한 유진의 의견에 맞추어서 불리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아기는 안 돼요. 그 여자랑 자고 나랑 자는 것도 안 돼요.”
“무슨?”
시현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것들을 설명해 주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지만 조건을 붙인 것은 시현이었으니 그 조건을 설명하는 것이 마땅했다.
“그 여자하고 섹스한 날 나와 섹스 하는 건 안 된다는 뜻이에요. 채 교수님 양심에 따르게 되겠지만.”
“그러니까 우리, 섹스를 하는 사이라는 겁니까?”
유진은 섹스가 없는 결혼생활을 예상했었다. 시현이 유진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것도 반반의 확률이었지만 만약 받아들이더라도 섹스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건을 거는 결혼에 섹스라니. 그래서 시현의 말은 조금 뜻밖이었다. 성욕을 밖에서 해결하는 건 소문이 날지도 모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시현을 만날 때마다 궁금한 것이 늘고 있었다.
“결혼이니까요.”
시현은 결혼하면 당연하게 따라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진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에 다소 당황했다.
“조건이 있는 거라서,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현은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했다. 조건을 걸라고 했으니 유진의 입장에서 그렇게 해석해도 이상할 것이 없기는 했다.
“난 내 남편의 아이를 낳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