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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그대여 1

찬란한 그대여 1

맥마담 (지은이)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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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그대여 1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찬란한 그대여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1987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4-06-03

책 소개

'제로노블' 6권. 심부름 잘하는 똘똘한 애완견, 투덜쟁이 마수왕 레기야크. 입만 살아있는 이 시대의 최고의 카사노바,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 진실이 아닌 거짓만을 이야기하는 혼이 담긴 연기파 배우, 하이엘프. 그리고 이 이상한 조합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갖고 노는 그녀, 세티아. 모두가 모여 비로소 풀리게 되는 그녀의 찬란한 이야기.

목차

1장 개울가
2장 탄생
3장 엎치락뒤치락
4장 매력
5장 첫 번째 벗.
6장 잠시만 안녕
외전 - 그의 사정(1)
외전 - 그의 사정(2)

저자소개

맥마담 (지은이)    정보 더보기
심심할 때 보고 싶은 책,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고 싶은 책. 그런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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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샤샤샤샤샥-
폭신폭신한 양탄자 위로 척 보기에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듯한 조막만한 여자아이가 옅은 금발을 흩날리며 열심히도 기어가고 있다. 갓난아기답지 않은 심각한 얼굴하며, 천장으로 치켜든 빵실한 엉덩이가 요리조리 바쁘게 실룩이는 모양새가, 마치 맹수로부터 달아나는 초식동물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아무래도 무언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쫓기는 듯한데, 도망치는 여자아이의 뒤로 매섭게 쫓아오고 있는 은발의 남자아이가 바로 그 맹수인가 보다.
두두두둑- 다다다닥-
앞서 달리고 있는 여자아이보다 덩치가 두 배로 큰 남자아이는 육중한 몸에 비해 꽤나 날렵한 몸짓으로 그 뒤를 바싹 쫓아가고 있다.
마치 맹수가 도망가는 먹이를 막다른 골목으로 서서히 몰아가는 것 같은 장면과 굉장히 흡사한 것이 참으로 위험천만해 보인다. 분명 단숨에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맹수는 지금 사냥을 즐기는 중이다. 아주 서서히 속력을 올려가며 도망치는 먹이가 제풀에 쓰러질 때까지 아주 조금씩 티 나지 않게 천천히 거리를 좁혀가며, 먹이의 숨통을 조여가고 있다.
아직 움직이는 게 여의치 않은 여자아이는 두 볼이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르고, 땀으로 범벅된 얼굴이 꽤나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옅은 금발을 휘날리며 열심히 무릎을 움직이는 와중에도 여자아이는 자신을 매섭게 뒤쫓고 있는 맹수를 향해 아이 특유의 언어로 다급하게 외쳐 댄다.
“꺄아! ……꺅!! 꺅!”
쫓아오지 말란 말이야! 이 미친놈아! 라고 하는 것 같은데…….
큰일 났다. 아무래도 맹수를 더욱 흥분시킨 것 같다.
여자아이의 안달난 외침에 남자아이의 입꼬리가 씨익하고 야비하게 위로 올라간다. 남자아이의 시뻘건 눈동자가 더욱 크게 부릅떠지는 것 같더니,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처럼 달리던 무릎을 잠시 멈춰 서고는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듯이 땅을 박차며 점프를 시도한다.
돌발행동에 여자아이가 너무 놀라 소리 지를 새도 없이 더욱 가까이 더욱 빠르게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시뻘건 눈동자와 공중에서 마주쳤다고 느꼈을 바로 그 순간!
“꺄아!!!”
여자아이의 웅크린 몸을 확 끌어안는 강한 손길에 ‘아! 드디어 잡혔구나’ 싶어 차마 눈도 뜨지 못한 채, 아이가 바들바들 몸을 떨어댄다. 근데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맹수의 불만 가득한 낑낑 소리에 귀가 팔랑인다.
“……끙! ……윽!”
질끈 감았던 눈을 슬며시 들어 올리자, 진한 금발이 눈부신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아주 기막힌 타이밍에 들어와 나를 재빨리 낚아채 준 남자는 바로 내 아버지다.
그리고 방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나를 안고 계시는 기다란 아버지의 다리를 인정사정없이 박박 두드려 대며 불만을 토해내는 놈이 바로 내 쌍둥이 오라비이자,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난 굶주린 맹수 되시겠다.
다시 시선을 돌려 아버지를 바라봤다. 마치 ‘이걸 어쩌냐’ 하는 듯한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직은 아이를 안는 폼이 영 어색한 자세로 나를 고쳐 안는다.
내 등허리를 토닥토닥해 주시는 투박한 아버지의 손길에 전생의 나이 스물네 살이었던 내가! 고작 코흘리개 땅꼬마한테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며, 숨 가쁘게 도망쳤다는 서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와 눈시울이 불거져 왔다.
“……끅 ……흑 ……으앙 아아 앙앙!!!”
왜 이제 온 거야!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아버지는 혼 좀 나야 돼! 라는 심정으로 황금빛 용 한마리가 하늘로 승천하는 문양이 꽤나 값비싸 보이는 아버지의 가슴팍에다가 눈물, 콧물, 침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박박 비벼대며, 그렇게 한참을 빽빽 울어댔다.
아무래도 몸이 어려지면 정신 수준도 떨어지나 보다…….
- 1권


실피드는 말도 통하지 않는 초록머리 여인에게 계속해서 작업을 걸어대던 중 갑자기 그녀가 누군가를 향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을 걸 때부터 그들의 대화를 주시하며 관람하고 있었다.
[흠. 암만 봐도 10세도 채 안 돼 보이는데, 어찌 이리 표독스러운 여인을 앞에 두고도 그 무서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궁지로 몰아붙이다니, 하하! 정말 대단하군.]
실피드는 초록머리 여인에게 승리를 거머쥔 세티아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헌데 저를 뚫어져라 보는 내 시선이라도 느낀 것일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아이가 정확히 내 얼굴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내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엄청 놀란 사람처럼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여자아이의 표정에 덩달아 놀란 실피드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너…… 혹시…… 내가 보이니?]

눈이 마주친 남자가 내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어, 완전 잘 보여서 아주 미칠 지경이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보는 이들이 많은지라, 그 남자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내 남자는 까무러치게 놀란 얼굴로 내게 이것저것 물어볼 태세였다.
나는 애써 남자를 무시하며, 다시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바마마, 몸이 좋지 않사옵니다. 이만 물러가도 되겠사옵니까?”
“세티아! 역시, 몸이 안 좋았던 게로구나!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이더냐?! 당장 궁의를…….”
“아닙니다.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 조금만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끙. 세티아, 아비가 재워주랴?”
제길. 다음 달 생일이 지나면 나도 어엿한 10세이구만, 주책없는 나의 아버지는 아직도 내가 네 살배기 아기인 양, 저리 틈만 나면 품에 안고 재우려 들었다. 정말 아버지는 나이를 거꾸로 잡수시는 게 틀림없다. 절로 한숨만 나오는구나.
“후…… 아바마마. 저도 다 컸으니 혼자 잘 수 있습니다. 허니, 이만 물러가도 되겠사옵니까.”
“흠흠…… 그래. 그럼 이만 돌아가서 쉬어라.”
역시 아버지는 황후와 후궁, 황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깜빡 잊었나 보다.
내가 아바마마라 부르니 그제야 다른 이들의 시선을 눈치채곤, 괜히 나오지도 않는 헛기침을 해대며, 멋쩍은 얼굴로 내게 그만 돌아가라 명하신다.
“예. 그럼 이만……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아버지에게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맞은편에 줄지어 앉아 있는 황후와 후궁들에게도 대충 고개 숙이며 인사를 나눴다.
나는 숙인 허리를 들어 올리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나를 따라오라고 머리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남자를 데리고 결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걸음걸이로 식당을 빠져나왔다.
[예쁜 꼬마야, 어디로 가는 거니?]
[이제 보니 푸른 눈동자가 참으로도 어여쁘구나!]
[오호, 옅은 금빛 머리 또한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같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내 뒤를 따라 허공을 둥둥 떠다니던 남자가 식당을 나오자마자 느끼한 미소와 느끼한 얼굴로 내게 쫑알쫑알 쓸데없는 말을 해댔다.
마치 그 모습이 식당에서 아버지의 여인들에게 작업을 걸어대던 것과 같았기에, 짜증이 불끈불끈 끓어오르던 나는 내 방을 향해 빠르게 걸어가던 발걸음을 예고도 없이 단박에 멈추어 섰다.
그리곤 계속해서 나를 예쁜 꼬마라 부르는 그 남자를 짜증스럽게 올려다봤다.
[……응? 예쁜 꼬마야, 왜 그러니?]
허공에 붕붕 떠다니던 남자는 우뚝 멈추어선 나에게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기름진 얼굴을 당당하게 내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나는 남자의 이중 턱을 바라보며 심히 남자가 걱정되었기에 그저 순수하게 남자를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냥 평소처럼 솔직하게 말했다.
“걸어 다녀, 이 돼지야.”
-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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