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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3486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5-04-23
책 소개
목차
第一章 아름드리나무, 작약의 간계
第二章 난꽃이 겨울을 나는 방법
第三章 봄비
第四章 구름 뒤의 연심
第五章 난(蘭)향
第六章 팔 년 전 봄
第七章 늦봄
第八章 화투(花鬪)
第九章 난이 감춘 진심
第十章 서리 내린 봄
第十一章 두 번째 간계
第十二章 뇌봉전별(雷逢電別)
第十三章 망기(望氣)
第十四章 팔 년 전 여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제일 고운 꽃이 난꽃인 줄 알았더니.”
불쑥 부딪쳐 오는 그의 목소리가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 란향은 금방 파악해 내지 못했다. 파악해 내기는커녕 이 역시 전에 없던 일이었던 탓에 그만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고 말았다.
“예?”
“봉오리는 지고 꽃 진 자리에는 안개만 남았을 따름. 이라 하더군.”
그제야 그녀는 그가 시를 읊고 있음을 알았다. 오전 중에 들었던 노래. 어린 나인들의 목소리. 한데에 섞인 노래 가락이 황후의 귓가를 어지럽혔다. 어째서일까. 방금 전까지 저가 소리 내어 불렀던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귀를 막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그러한 무란향의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제는 ‘황후’ 하고 재차 그녀를 불러 저를 보게끔 하였다.
“모르지 않겠지. 이 시문.”
그대가 자주 휘(輝)에게 읊어 주곤 하던 것이었으니까. 하는 불필요한 말까지 덧붙이진 않았다. 윤은, 그저 황후가 제 한마디 한마디에 흔들리는 눈을 하는 것으로도 족하였다. 천치. 세상에 다시없을 순해 빠진 천치.
“그대가 바라는 바가 정녕 그러하오?”
무란향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가만히 답을 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저가 바라는 대로, 귀비가 황후의 위에 무탈하게 오르는 것만이 그녀의 바람이었기로.
“묻지 않소.”
“꽃이 피면 지기 마련이옵니다.”
모래를 털어 넣은 양 입속이 마르고 거칠었다. 입궁한 지 꼭 열 해. 열 번의 봄을 나고, 겨울을 났으니 이만하면 오래 버티었다. 더는 버티어 내기 어려운 난꽃을 거두어 이제는 바람에 날리는 일만 남았음이었다. 란향은 자잘하게 번지는 가슴의 고통은 모른 체하며 말을 이었다.
“꽃이 지고 계절이 바뀌면 다른 꽃이 피지요. 금년에 곤녕궁에는 모란이 필 것이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오. 피는 꽃이야 꺾어 두면 그만이니까.”
어깨를 감싸는 손길에 란향은 움츠러들었다가 이내 어깨를 꼿꼿이 폈다. 흐트러짐 없는 표정, 눈빛. 그녀의 지아비는 같은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고 냉한데 어째서. 란향은 멀리서 오다가 그를 보고 얼른 절을 올리는 호롱불을 든 어린 나인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대로 계시오.”
어깨에 달라붙은 손을 떼려 하였으나 실패했다. 기실 그녀에게는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예기치 않게 황후와 황제의 다감한 모습을 마주한 어린 나인은 얼굴을 붉히고 후다닥 걸음을 재촉하여 모퉁이로 사라졌다.
“황태자 외에는 관심이 없는 양.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더없이 완벽한 황후로 예 머물면 되지 않겠소?”
적의가 밴, 차가운 말에 란향은 소매 속에 파묻힌 양손을 꼭 쥐었다. 까닭도 알지 못하고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어찌 그와 같은 말씀을.”
“벗어나려 하니까.”
정면으로 부딪쳐 오는 사내의 분노한 눈길 앞에서 란향은 갈피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황후의 어깨에서 손을 거두어들인 황제는 웃지도 않고 시선 그대로 파르라니 떨리는 여인의 입술을 삼킬 듯 바라보았다.
“그깟 잔재주로 이토록 내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는 건 세상 천지에 황후 그대뿐일 것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