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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3790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5-06-15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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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향수 다시 뿌렸습니까.”
“아니요?”
도욱은 가비에게로 상체를 숙였다. 가비가 허리를 뒤로 젖히며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향이 다릅니다. 아깐 분명 상큼했던 것 같은데…….”
눈을 번쩍 뜬 가비는 이미 한 발짝 멀어진 그를 확인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아까 제 오른쪽에 계셨죠. 오른쪽에는 상큼한 향이 나는 향수를 뿌렸고, 왼쪽에는 꽃향기가 나는 향수를 뿌렸어요. 맡아 보실래요?”
가비는 양쪽 손목을 모아 붙여 도욱에게 내밀었다. 도욱은 고개를 숙여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두 향이 어우러져 다른 향을 뿜어냈다. 도욱은 가비의 두 손을 잡아떼어 내고는 왼쪽과 오른쪽 손목을 번갈아 맡았다.
손목에 살짝 도욱의 코가 닿았다. 그리고 그의 날숨이 손바닥을 간질인다. 온몸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가비는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미약한 힘으로 잡혔던 손은 바로 그에게서 벗어났다.
“매일 이렇게 뿌립니까.”
“네. 왼쪽과 오른쪽을 다르게 뿌리거나, 위아래를 다른 향수로 뿌려요. 그런데 금세 알아차리시네요? 보통은 잘 못 알아차리던데.”
“향이 예쁘네요.”
도욱의 시선이 가비의 손목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가비가 주춤주춤 손을 뒤로 숨기자 그가 그녀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향이 예쁜 건 뭔데요. 이상해. 보통은 향이 좋은 거죠.”
“네. 좋네요.”
무엇이 좋은지, 목적어가 빠졌다. 가비는 그윽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좋다고 말하는 도욱에게 또 얼굴을 붉혔다.
“갑시다. 데려다 드릴게요.”
마침 열린 엘리베이터에 먼저 오른 도욱을 멍하니 보던 가비는 문이 서서히 닫히자 놀라 한 걸음 앞으로 걸었다.
그때 닫히는 문 사이로 불쑥 손이 나와 엘리베이터 문을 잡았다. 센서가 그의 손을 인식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아, 감사합니다.”
다시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오른 가비는 도욱과 마주 보고 서서 이쪽저쪽으로 몸을 기울이다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런데 어떤 향이 더 좋았어요? 제가 어느 쪽에 설까요?”
눈을 깜빡이며 묻는 천진한 얼굴에 도욱이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다 좋습니다. 어느 쪽이든 제 옆에 서세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던 남자는 웃으면 눈이 살짝 감기는구나.
도욱의 표정 하나를 본 가비는 몸을 돌려 그의 왼쪽에 서서 그의 표정을 분석했다.
표정 하나, 보통 때에는 무표정하고 도도하다.
표정 둘, 무언가 못마땅할 때는 눈썹 끝이 찌푸려진다.
표정 셋, 생각을 할 때는 눈빛이 조금 더 깊어진다. 눈빛도 표정이 맞나?
표정 넷, 어이가 없을 때에는 입가를 조금 늘이며 피식 웃는다.
표정 다섯, 좀 더 크게 웃을 때에는 눈이 살짝 감긴다.
가비는 오늘 하루 동안 본 도욱의 표정이 이 정도라면 호감을 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한 건지 성공한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아파트까지 데려다 준 그가 다음 약속도 없이 가 버리자 이걸로 쫑이라는 생각에 우울해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