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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3875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5-06-29
책 소개
목차
1. 근친상간? 근친상간! :: 7
2. 첫 사랑은 사춘기 바람을 타고 :: 16
3. 피하는 게 상책이야? :: 41
4. 알쏭달쏭 :: 73
5. 아슬아슬하게, 아찔하게 :: 129
6. 밀고 당기기 :: 193
7. 꽃신 :: 250
8. 꽃이 피어나는 계절 :: 320
9. 꽃이 지고 맺어진 열매 :: 403
저자소개
책속에서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따스한 햇살이 침대 위에서 서로 엉켜 단잠을 자고 있는 남녀를 비췄다. 남자는 마치 자신이 자고 있는 사이에 여자가 제 품에서 벗어날까 걱정하는 것처럼 꽉 껴안고 있었고,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인 여자는 남자의 품에 딱 맞게 안겨 있었다.
“으, 으음……!”
단잠에 빠져 남자의 품에 곤히 안겨 자고 있던 여자가 눈부신 햇살에 몸을 뒤척이자, 마찬가지로 단잠에 취해있던 남자는 여자를 더욱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나 그런 남자의 행동은 여자에겐 더욱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안 그래도 눈부신 햇살에 잠이 설핏 깨려던 여자는 자신을 더 끌어안는 남자의 행동에 더욱 몸을 뒤척였다.
“아, 더워!!”
결국 내려쬐는 햇살과 강인한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자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정신은 비몽사몽인 상태였다. 그 상태로 그녀는 일단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것을 있는 힘껏 밀어내고자 발버둥을 쳤다.
‘……무슨 이불이 이렇게 무거워!’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이불인줄 착각한 여자는 거칠 것 없이 남자에게 발길질을 했다. 하지만 체구가 작은 그녀의 발길질은 신체 건강한 그에게 그다지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도리어 그는 품에서 바지락거리는 여자를 더욱 속박하려 힘을 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발길질이 예기치 못한 곳을 향했다. 그녀의 발길질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아악!!”
“꺄악!!”
무언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들려온 낯선 남자의 짧은 비명에 소스라치게 놀란 보라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살면서 이렇게 놀란 적은 없으리라.
“……무, 무슨 소리……. 어? 여기가 어, 어디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소리의 출처를 찾아 눈을 굴리던 보라는 그제야 자신이 있는 곳이 익숙한 자신의 방이 아님을 깨달았다. 보라의 시선이 천천히 TV부터 시작해 화장대, 소파, 컴퓨터를 훑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시선이 정면으로 보이는 유리창 형식의 안이 훤히 다 보이는 욕실에 닿았다. 색정적이다 못해 야스럽게 느껴지는 욕실을 지나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자신이 누워있는 큰 더블침대였다.
‘이런…… 젠장!’
보라는 속으로 욕설을 짓이기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은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모텔임이 분명했다. 보라는 우선 서둘러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오, 주여. 보라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벽한 나신의 상태인 자신의 몸을 보고 저도 모르게 신을 찾았다.
‘뭐야, 뭐 이렇게 많이 물어놨어? 지가 개새끼야?’
목 언저리부터 시작해서 쇄골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구석구석 영역표시를 하듯 울긋불긋한 붉은 점이 찍혀있었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하얀 살결이었던지라 피부 위에 자리 잡은 그 표식은 더 진하고 노골적으로 보였다.
“아나, 이래서 키스마크 새기는 거 싫어하는데.”
제 것에 흔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본능적인 수컷들은 이런 자신의 몸에 흔적을 남기는 미치도록 좋아했지만. 보라는 이렇게 자국이 남으면 남들보다 더 오래가기에 골치가 아팠다.
‘여름엔 진짜 얼마나 난감한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처럼 상대의 얼굴 역시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보니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겨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텔에 들어온 기억도 없고, 상대방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다니. 본인이 어렸을 적 들었던 떡실신녀가 되다니. 보라는 황당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28살, 먹을 데로 먹은 나이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일단 우선 자신의 몸을 이렇게 뜯어놓은 개새끼가 어떤 새끼인지 면상 좀 보자는 생각에 보라는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으, 윽!”
몸을 일으키던 보라는 하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그만 다리가 풀려 침대에 털썩 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아, 이 상종 못할 개새끼는 알고 보니 아주 발정이 제대로 난 개새끼였던 모양이다. 하체에서 밀려오는 통증은 마치 첫 경험했던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오, 젠장. 도대체 술 먹고 정신 못 차리는 자신을 데리고 이 발정난 개새끼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방안에선 잠시간 아픔에 끙끙거리는 남녀의 신음소리만 작게 들려왔다.
“으으윽!!”
둘 중에서 먼저 통증에서 벗어난 사람은 보라였다. 사실 움직일 때마다 미치도록 아팠지만 보라는 자신에게 이런 아픔을 가져다준 발정난 개새끼를 한 대 더 걷어차고 싶은 생각으로 몸을 움직였다. 침대 밑을 보니 그녀와 마찬가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의 사내가 몸을 웅크리고 소중한 부분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음, 내가 그렇게 세게 찼나?’
그렇게 세게 찬 것 같지는 않았지만, 현재 남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생각보다 발에 힘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 모습이 조금은 가엽게 보였지만, 이내 다시 느껴지는 하체 쪽의 아픔에 보라는 그 생각을 싹 지워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엔 외려 잘 됐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발정난 개새끼 놈, 어떤 면상인지 구경 좀 하자.
“……저기, 저기요. 이봐요. 이제 좀 일어나 보시죠? 제가 그렇게 세게 찬 것 같지도 않은데?”
툭툭, 보라의 성의 없는 발길질에 남자가 꿈틀하고 반응을 했다.
“······아파, 아파.”
“뭐라고요? 이봐요. 일어나보라니까요?”
“아파, 아프다고! 빌어먹을! 이 마녀야! 젠장, 아파! 누나, 진짜 너무한 거 아냐?!”
마녀? 누나? 생각보다 앳된 남자의 목소리에 놀라던 보라는 뒤에 들려온 익숙한 단어에 생각이 정지했다.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오, 젠장, 빌어먹을! 설마······.
방금 전까지 전혀 기억나지 않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깨어나고 지금까지 한껏 여유를 부렸지만 생각보다 자신은 많이 놀란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제껏 그 상황이 기억나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보라는 방금 전 잠에서 깨어났을 때보다 더 놀라 쿵쿵 거리는 심장에 크게 숨을 삼켰다.
‘오, 제발 아니기를……!’
하지만 다시금 들여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보라는 그만 삼켜버린 숨을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 젠장. 진짜 누가 마녀친구 아니랄까봐. 어떻게 남자 거기를 차냐? 거기다 아파하고 있는 사람한테 발길질이나 하고, 엉? 누나는 진짜······.”
남자는 상대방이 자신의 말에 반응이 없자 그제야 침대 위에 멍하니 누워있는 보라를 쳐다봤다. 미동 없이 누워있는 보라에 놀란 남자는 침대 위로 올라와 보라의 몸을 흔들었다. 남자의 손길에 그녀는 그저 흔들릴 뿐이었다. 보라는 눈을 뜨고 있을 뿐, 시선에 초점이 없었다. 순간 그런 보라의 모습에 겁을 먹은 남자는 겁도 없이 보라의 몸에 올라탔다. 그녀의 몸에 올라탄 남자는 애써 잡히지 않는 그녀의 시선에 시선을 맞추기 위해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얼굴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누나? 왜 그래? 많이 놀라서 그런 거야? 누나, 야, 야! 정보라!”
흠칫. 아무런 반응이 없던 그녀가 자신의 이름에 반응하자 남자는 더욱 간절하게 보라의 이름을 불렀다.
“정보라, 정보라! 정신 차려! 보라야, 보라야! 응?”
“……꺼…… 경.”
“응? 보라야, 뭐라고? 응? 이제 정신 차린 거야? 많이 놀랐어? 이제 괜찮은 것 같아?”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있던 상태였지만 어눌하게 발음된 그녀의 말을 남자는 똑바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남자는 그저 그녀가 눈을 뜨고 기절한 게 아니라는 사실에 크게 안도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래 깔려있는 여자가 흉흉한 기세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당장……! 내 위에서 안 꺼져?! 도태경!!”
“으아아악!!”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자신을 째려보는 보라의 시선에 태경의 등골에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누가 마녀친구 아니랄까봐, 아주 눈빛으로 사람을 얼리려고 하네. 태경은 비록 보라의 시선에 바짝 졸아있었지만 겉으로 티내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다. 침대 위에 앉아 건너편 소파에 앉아 있는 태경을 줄곧 노려보기만 하던 보라는 이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후, 후, 하! 후, 후, 하!”
조용했던 방안에 갑자기 보라의 숨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두 번 들이쉬고 한 번 내쉬고, 보라는 눈을 감은 채 복식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래, 정보라. 생각 좀 정리하자. 그러니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러니까, 이 상황은……. 오, 그래. 젠장! 무슨 상황이긴 무슨 상황이겠어! 빌어먹을! 넌 근친상간을 한 거야!’
아니지, 아니지. 정확히 친동생이 아닌 친구 동생인데, 근친상간은 무슨 근친상간?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사이이니 근친상간은 아니었다.
‘아냐! 그래도 무려 15년 동안 친동생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라고!’
근친상간은 아니라고 하나 역시 걸리는 것이 없지는 않았다.
‘아, 앞으로 은경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은경의 얼굴뿐만 아니라 아버님, 어머님 얼굴은 어떻게 보지?’
아, 그것보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태경의 얼굴부터 볼 자신이 없었다. 이것은 현실인가 꿈인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꿈이 될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은 꿈에서조차 없던 리얼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보라의 머릿속은 그 어떤 때보다 복잡했다. 살면서 이토록 머릿속이 복잡한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태경아.”
“어, 어?”
“내가, 음……. 생각을 해 봤는데.”
생각을 해 봤는데? 태경은 보라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번 일, 없던 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뭐?”
“그러니까……, 없던 일로 하자고. 어차피 나 기억도 안 나. 너도 그렇지? 이건 그러니까…… 그래! 사고 같은 거야. 술이 원수다, 생각하고 우리 잊어버리자. 너나 나나 어떤 사이인데 이런 일로 틀어질 순 없잖아?”
보라의 말이 계속 이어질수록 태경의 표정은 점점 무섭게 굳어갔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