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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4209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5-08-1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우연 혹은 인연
2. 함께하는 여행의 시작
3. 베니스에서 만난 나의 빛
4. 안녕, 피렌체의 나의 사랑
5. 가시 장미
6. 첫 출근
7. 재회
8. 환영회
9. 내 여자 만들기 프로젝트
10. 미묘한 감정
11. 소격동을 걷다
12. 그에게로 가는 길
13. 전환점
14. 가족이란
15. 마음의 행로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효은이 반갑게 입술을 열며 동주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달콤하고 씁쓸한 키스가 길게 이어졌다. 효은의 두 팔이 그의 목을 감쌌다. 그의 손이 그녀의 뒷목을 움켜쥐고 가는 허리를 조심스럽게 끌어당겼다.
“하아……. 하아…….”
헐떡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입술에 자잘하게 버드키스를 하며 그가 다정하게 웃었다. 입가에 묻은 자신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닦아내고 또다시 쪽 하고 키스했다.
“키스가 많이 늘었네, 훗.”
“그러는 동주 씬 처음부터 잘했고요.”
“아, 이런. 혹시 질투?”
키스 좋아하는 현동주.
희미하게 웃던 효은이 얼굴을 굳혔다. 동주가 다른 여자에게 키스하는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참을 수 없는 불쾌감에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그만, 그만하자. 더 이상 생각은 그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효은이 동주의 오른손을 잡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남자다운 손, 햇빛에 그을어 갈색으로 빛나는 건강한 손, 따스하게 그녀를 달래주던 손. 길쭉한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면 굉장히 멋질 것 같은 손등에 살며시 입 맞췄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곧장 향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서둘러야 할 시간임에도 머뭇거리던 그녀가 결심을 하고 그에게 부탁했다.
“어쩌죠, 동주 씨. 내가 다이어리를 전망대에 두고 내려온 것 같아요. 난 도저히 못 올라가겠는데 어떡해, 중요한 다이어린데.”
울상을 지으며 동주를 본다.
“아, 내가 올라갔다 올게요. 효은 씬 여기서 잠깐 기다려요. 전망대 어느 쪽이죠?”
“전망대 안쪽이요. 내가 다이어리 들고 잠깐 들어갔던 곳이요. 구석에 작은 벤치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곳에 놓고 온 거 같아요. 미안해서 어쩌죠. 동주 씨도 힘들 텐데.”
“후훗, 난 남자니까 그 정돈 상관없어요. 금방 갔다 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그녀의 어깨를 다정하게 끌어안고 정수리에 쪽 입을 맞춘 그가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계단 입구에서 뒤로 돌아 그녀에게 씨익 미소 지으며 성큼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동주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효은은 눈을 떼지 못했다.
효은은 미리 불러두었던 택시에 몸을 실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가 야속하고, 벌써 그가 보고 싶었다. 그의 따스한 입맞춤이 그립고, 장난기 가득 머금은 미소와 배려 가득한 농담이 듣고 싶었다.
그와 함께하고 싶은 그녀는 흐르지 못한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두오모를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잡히지 않는 성당의 모습은 신기루 같았다.
“안녕. 안녕. 동주 씨.”
이륙한 비행기의 작은 창문으로 피렌체 도시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피렌체의 랜드 마크인 두오모의 쿠폴라가 거대한 붉은색의 돔을 자랑하며 초연히 자리했다. 저 아래 어디쯤엔가 동주가 자신을 찾고 있을 것이다. 화가 났을까.
비행기가 피렌체 시가지를 한 바퀴 크게 선회하고 독일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안녕. 안녕. 피렌체 꽃의 도시여. 안녕. 현동주. 잠시나마 내 남자였던 사람.
그리고 안녕.
다시 오지 못할 가엾은 은효은.
기류가 심한 작은 비행기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효은의 마음도 덩달아 흔들렸다. 이대로 비행기가 추락하면 좋겠다. 마음속의 생각에 흠칫 놀랐다.
그녀의 마음처럼,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가지처럼, 흔들리던 비행기가 독일의 경유지에 착륙했다. 괴로워하던 승객들도 모두 다행스럽다는 표정으로 비행기 몸체에 가져다 댄 계단을 통해 내렸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내려오던 효은이 문득 먼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어디쯤일까. 피렌체는.
어디쯤일까. 동주가 있는 곳은.
어디쯤일까. 내 마음이 머무는 그곳은.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효은은 얼음처럼 얼굴을 굳혔다. 이젠 은현재단의 은효은이 되어야 할 시간이다. 자유와 낭만으로 가득했던 시간은 끝났다.
여리고 사랑스러웠던 그래서 동주에게 사랑받았던 은효은은 죽었다.
효은의 감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드디어 서울을 향하여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