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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66292491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11-20
책 소개
『활빈 2 – 밤의 왕이 된 도령』, 조선 혁명 서사의 두 번째 장을 열다
사라진 무륜당 이후, 권력·민중·신분의 균열이 한양 전체로 확대된다.
이름을 버리고 다시 태어난 청년 ‘장생’이 밤을 점령하며 혁명을 다시 불붙인다.
『활빈 2』는 1권에서 시작된 혁명 서사를 더욱 깊고 어두운 방향으로 밀어붙인다. 혁명은 실패했고, 무륜당은 흩어졌으며, 민중은 다시 침묵 속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단언한다. 혁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올 뿐이다.
1권의 중심인물 혁중은 자신의 정체를 끊고 ‘장 도령’, 이어 ‘장생’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등장한다. 그는 더 이상 조직의 리더가 아니라, 노래·환술·대중 선동을 통해 한양의 ‘밤’을 장악하려는 존재가 된다. 이 서사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을 품고 있다.
“낮이 권력의 시간이라면, 밤은 누구의 시간인가?”
권력은 더 잔혹해졌다. 좌의정 황경욱은 조정을 장악하고, 숙청과 감시를 통해 백성을 통제하려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민중은 더 어두운 곳에서 연대한다. 이 작품의 핵심은 바로 이 “밤의 정치”, 즉 공식 권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비가시적 혁명의 서사다.
또한 2권은 여성 인물 향실의 변화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피해자였던 그녀가 자신의 뿌리·상처·계급을 직면하고 “이 세상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갖게 되는 과정은, 조선 서사 속 여성의 역할을 재정의한다. 혁명은 영웅 한 사람의 신념이 아니라, “동의와 이유가 축적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활빈 2』는 1권의 서사를 단순히 확장하는 속편이 아니라, 혁명이 무엇으로 유지되고,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가에 대한 탐구이며, 동시에 3권으로 이어질 충돌을 준비하는 전주곡이다.
이제 조선의 낮과 밤은 완전히 갈라졌고, 독자는 묻게 될 것이다.
“혁명은 언제 끝나는가? 혹은, 끝날 수 있는가?”
목차
장도령
향실
한수
환술
병조판서
달구와 족제비
덫
조참판
추격전
재회
논쟁
구출
심판
저자소개
책속에서
장 도령으로 행세하며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던 그가 한양으로 올라가 밤의 왕이 되고자 결심했던 건 전주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사내 때문이었다. 그가 정여립이었다. 장성은 정여립과 사귀며 세상 만민이 모두 평등하고 임금도 백성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는 놀라운 말을 처음으로 들었다. 조금씩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그는 정여립이 조직한 대동계에 들어가 활동하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장성은 대동계 계원 가운데 무예가 출중한 무리와 친동생 같은 한수를 이끌고 밤의 한양을 차지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났던 것이다.
누군가 그의 등 뒤에서 물었다. 고개를 급히 돌리자 까무잡잡한 피부의 서방 미녀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부처님의 나라인 천축국 소녀였다. 종사관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건넸다. 둘은 정원을 가로지르며 이상한 몸짓의 춤을 췄다. 소녀의 몸에서 번져 나오는 이국적 향기에 넋을 잃었던 종사관의 머릿속에 문득 칼 생각이 떠올랐다. 서둘러 자신의 허리춤을 확인해 봤지만 칼집이 없었다. 소녀가 웃으며 속삭였다.
“칼은 잊으세요. 춤이 끝나면 돌려 드릴게요. 잊으세요, 칼 따위는.”
혁중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린 애초 좌의정 하나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거야. 잘 생각해 봐! 강자량 대감을 없앴더니 황경욱 같은 자가 나타났어. 황경욱을 없애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야! 다른 좌의정이 또 나타나게 될 거야. 이건 끝없이 되풀이될 일이야. 왕이 사라져야만 이 문제가 끝나!”
잠시 바닥을 바라보던 균이 말했다.
“정여립이란 분은 뜻은 비록 바르지만, 끝내 실패할 걸? 당장 왕을 없앨 수 없기 때문이야! 좌의정을 없애 봐야 다른 좌의정이 나타날 거라 그랬나? 왕도 마찬가지야. 지금의 왕을 없애도 곧 다른 왕이 나타나! 왕은 그저 자리고, 자리 자체는 없앨 수 없는 거야.”
혁중이 물었다.
“우린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균이 중앙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우선 왕을 바꿔야 해! 우리 가운데 가장 현명한 자로 왕을 바꿔야 해! 요임금이나 순임금 같은 왕으로! 그런 왕이 먼저 나타나서 그 후에 세상을 바꾸면 되는 거야. 백성들을 데리고 세상부터 바꾸려 들면, 결국 역도가 돼 죽임을 당할 뿐이야. 순서가 잘못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