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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지은이)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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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뷰티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591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6-04-28

책 소개

링고 장편소설. 갓 대학을 졸업한 나령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인 것투성이지만 그중에서도 사랑은 가장 낯설고 가장 강렬하다. 신비로운 남자 장주윤. 부드러운 여자 임나령. 그들이 시작하는 아름다우면서 조금은 아릿한 사랑 이야기.

목차

1. 첫 출근과 관장의 비밀 7
2. 방 계약 29
3. 생존이 우선 47
4. 첫 번째 여자 77
6. 두 번째 여자 119
7.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고 141
8. 아픈 사람의 잔인함 183
9. 사랑할 기회는 생각처럼 공평하지 않다 215
10. You are so beautiful 257
11. 바뀐 계절에는 285
12. 화장을 지울 수 있는 눈물은 세상에 없다 323
13. 뷰티풀 353

책속에서

컹! 컹!
“엄마…… 어디서 개소리가 나.”
잠결에도 나령은 자기가 내뱉은 말에 혼자 취해서 웃음 지었다. 바보야. 여긴 엄마 없어.
그러다 벌떡 일어났다.
개소리? 개가 짖었어? 어디서?
순간 나령은 자기가 생각보다 너무너무 잘 잤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자리를 털고 욕실로 향했다.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얼굴. 약간 부은 듯도 했다. 거울을 보고 한숨을 한 번 쉬고 온수기를 작동시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머리를 말리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대충 화장품을 바르고 나니 좀 봐 줄 만한 몰골이 되었다.
어제 입었던 윗도리를 주워 입고 문을 열려다가, 나령은 유리창 사이로 밤새 변해 버린 세계를 보았다.
“세상에.”
작게 탄성을 지르고는 다시 들어가 후드가 달린 두툼한 오리털패딩코트를 꺼내 입고 나왔다. 짐을 뒤져 겨울부츠도 꺼냈다.
아직 이른 봄, 산도 바다도 다 있다는 시골인데 꽃샘추위는 어떻게 견딜 거냐는 엄마의 성화에 할 수 없이 가져온 건데 오자마자 쓸 일이 생겨 버렸다. 간밤에 눈이 펑펑 내린 것이다. 역시 엄마의 말은 새겨들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유리창 너머가 온통 하얗게 바뀌어 있었다.
“눈이 펑펑 오면 짐승 그림자처럼 보이나?”
하얗게 된 마당 한가운데 서서 나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밤새 내렸는지 사방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부엌문을 열려고 했더니 쌓인 눈이 방해를 해서 잘 열리지도 않았다. 나령은 헛간에서 빗자루를 가져다 문 앞을 쓸어 냈다. 그러나 마당을 전부 다 쓸어 내는 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어제 저녁도 굶고 잔 게 생각나서 속이 쓰려 왔다. 그만 들어가 밥이라도 해 먹어야지 싶었다.
그때 다시 컹컹 하고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
나령은 살살 마당 앞으로 나가 보았다. 새하얀 마당 위에 덩치 큰 개가 꼬리를 흔들며 서 있었다. 덮치면 한 방에 넘어갈 것 같은 덩치였다. 살짝 걱정되었다.
그때 황금색의 우람한 덩치가 컹 짖더니 곧장 다가와 나령의 손에 얼굴을 마구 비벼 댔다.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가, 개가 자기를 덮치지 않는 걸 깨달은 나령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개가 눈을 껌벅거리며 나령을 응시했다. 꼬리가 마구 흔들리는 걸로 보아서는 그다지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넌 어디서 왔니?”
은근히 커다란 개가 마음에 든 나령은, 아예 쪼그리고 앉아 개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나 곧 다리가 저려서 툇마루로 물러났다. 개는 어슬렁거리며 따라와 다시 나령의 무릎에 머리를 비볐다. 쓰다듬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 같았다.
“이름은 뭐야? 밥은 먹었어?”
나령은 친구에게 말하듯 개를 향해 다정하게 묻다가 퍼뜩 생각이 났다. 자기가 어젯밤 본 그림자가 사실은 이 개였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고 지금 자기가 이렇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게 벌써 외로움을 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정말 외로워졌다. 나령은 개의 목덜미를 잡고 킁킁 냄새를 맡아 보았다. 목욕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좋은 냄새가 났다. 이 녀석. 주인이 있구나. 나령은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코트에서 장갑을 꺼내 주섬주섬 끼고는 벌떡 일어섰다. 외로움에 지쳐서 질질 짜는 것보다는 눈사람이라도 만들어서 노는 게 훨씬 나았다.
“너, 나랑 눈사람 만들래?”
그렇게 말하고 눈을 동그랗게 뭉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뭉친 후 천천히 굴려 눈을 묻히다 허리가 아파 잠깐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허리를 죽죽 늘린 후 뒤돌아본 나령은 깜짝 놀랐다. 방금 뭉쳐서 굴려 둔 눈덩이가 산산조각 나고 없었다. 당황한 나령은 다시 눈을 굴려 뭉쳤다. 그리고 조금 이따가 개가 마구 달려와서 눈덩이를 푹 뭉갰다. 그제야 나령은 개가 자기와 장난을 친 걸 깨닫고 신나게 웃었다.
“야! 너 왜 이렇게 개구쟁이인 거야?”
나령은 일부러 보란 듯 눈을 더 크게 뭉쳐 굴려 보았다. 그러자 또다시 개가 달려와 눈덩이를 푹 뭉갰다. 삽시간에 마당이 쪼개진 눈덩이로 범벅이 되었다. 나령은 작은 눈덩이 하나를 집어 개한테 던졌다. 발 앞에 떨어진 눈덩이를 개가 푹 주둥이로 뭉개더니 나령에게 달려와 두 발로 푹 덮쳤다.
“어어어어!”
나령은 뒤로 벌렁 넘어졌다. 커다란 개가 자기랑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듯 덮치고는 혀로 마구 얼굴을 핥아 댔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개의 애정공세를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하하하. 항복! 항복! 그만해.”
‘그만해’라는 마지막 말에 개는 옆으로 슬쩍 물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뗐다. 나령은 살짝 얄미운 마음에 눈덩이를 하나 집어 들어 개한테 다시 푹 던졌다. 개가 다시 달려들어 얼굴을 마구 핥았다.
“그만! 그만!”
한참 깔깔거리며 일어나지 못하는 나령의 앞에 불쑥 손 하나가 내밀어졌다. 나령은 화들짝 놀랐다. 어제 그 손이었다. 핵미모를 자랑하던, 그 소년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청년.
“어…… 어.”
하늘을 등지고 있는 그의 얼굴은 어제보다는 조금 그늘져 보였지만 더 단정했다. 나령은 살짝 눈을 비벼 보았다. 환각인지는 몰라도 그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잘생겨서 현실감이 없었다.
뜬금없지만 이 사람은 강 주임의 아들도, 고등학생도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령은 잠시 머뭇거리다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는 잠시 휘청거리는 듯했지만 이내 균형을 잡았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나령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그 개가 남자에게 엄청나게 꼬리를 흔들고 있는 걸 보았다.
“혹시…… 그 개 주인이에요?”
어색하게 말을 꺼내 놓고 괜한 걸 물었다 싶었다. 그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개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그 미소 짓는 얼굴에 취한 나령의 귀에 그의 목소리가 쏙 박혔다.
“거품이야.”
“네?”
나령은 갑자기 그가 꺼낸 말에 놀랐다. 그러나 곧, 그 골든레트리버의 이름이 ‘거품’이라는 걸 깨달았다. 거품이라고 말하자 개가 남자에게 착 붙어 애교를 떨었기 때문이었다.
“거품이. 하하. 재미있는 이름이네요. 이렇게 덩치가 좋은데 어디로 꺼질 수는 있을까요?”
나령은 쾌활하게 말하고 잠시 생각하다 남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거품이라고 지었어요?”
“그건…….”
남자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나령은 그가 소리 없이 입술만 달싹이는 걸 보았지만 못 본 척했다.
잘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거품처럼 꺼지라고. 나 대신 먼저.’
그게 뭔지 캐물으려다 단념했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걸 캐묻는 취미는 없었다.
“내가 지은 이름은 아니야. 노인네가 지었지.”
“그렇군요.”
노인네는 또 누굴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그가 강 주임의 아들 같지는 않았다. 고등학생이라면 저렇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지도 않겠지.
나령은 강 주임의 아들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처음부터 그건 혼자 추측한 거니까. 대신 어지러워진 마당을 쓸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곧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금방 멈출 거야. 올 만큼 왔거든. 그래도 잠시 툇마루에 앉았다 갈게.”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있었고 나령은 아주 자연스럽게 존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확실히, 어제보다는 덜 어색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 주임님의 아들은 아니야.
나령은 속으로 살짝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 주임의 아들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좀 피곤한 일일 테니까. 잠깐이었지만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을 책망하고 말았다.
나령은 말없이 부엌으로 가서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주전자를 올렸다.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 할 것 같았다. 여기저기 뒤져 찾아낸 믹스커피를 타서 머그컵에 담아 가지고 나갔다. 남자는 고맙다는 듯 그걸 받아 마루에 놓고 말없이 나령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거품이 낑낑 소리를 냈다. 아마도 믹스커피의 맛을 아는 모양이었다.
“거품이 믹스커피를 좋아해요?”
나령이 묻자 남자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참 말 없는 남자였다. 그래도 왠지 그 분위기를 납득하고 있는 자신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와 거품이 그렇게도 이 분위기에 잘 녹아 어우러져 있는 걸 보니 이방인인 자신이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지나치게 잘생긴 남자가 멋지고 덩치 좋은 개와 함께 있으니 마치 그림 같았고 자기는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령은 약간 씁쓸함을 느끼면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엄마. 저 정도는 안 되겠지만 조금만 더 예쁘게 낳아 주지 그랬어.
그는 잠시 있다 거품에게 잔을 통째로 주었다. 거품이 반가운 듯 잔을 천천히 핥았다.
“믹스커피를 마시면 안 돼서. 성의를 봐서 입에 대야 하는데 미안하네.”
그의 말에 나령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뭐, 취향이니까요. 위장병이라도 있나 봐요. 믹스커피 못 마시게 한다던데.”
“그런 셈이지.”
그는 웃으면서 그 말에 동의했다. 나령은 거품이 잔을 비우는 걸 보면서 말없이 커피를 마셨다. 다음엔 커피 말고 녹차라도 좀 갖다 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은 잘 보고 있어. 돌려줄 테니 걱정하지 마.”
그의 말에 나령은 최면에라도 걸린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꼭 돌려받고 말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나타난 그는 기억보다 더 아름답고 말 붙이기 힘든 남자였다. 쉽사리 추궁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아니, 원래 그 책의 주인은 그 남자고 자신은 잠시 그걸 맡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왜 그런 생각이 들지?
나령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그녀를 보던 그가 다시 웃으면서 거품을 가리켰다.
“거품이, 빌려줄까?”
“네?”
나령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책을 빌렸으니 나도 거품이 빌려줄게. 당분간 데리고 있어. 이런 산골에 혼자 있으려면 개 한 마리 정도는 데리고 있는 게 좋아.”
“하지만…….”
“사료랑 거품이 집은 이따 갖다 주라고 할게. 쓰던 거 같이 보낼 테니까. 사료 떨어지면 보충해 줄게.”
어. 이 남자 좀 봐.
나령은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남자는 은근히 혼자 사는 데 필요한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혼자 뚝 떨어진 기분이 들 때, 강아지나 고양이가 곁에 있으면 외로움은 확실히 덜어질 게 분명했다. 그건 대학시절 자취하는 친구들에게서 항상 들은 경험담이었다. 그래서 나령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긴, 생존이 우선인 곳에 온 것 같아요. 뭔가 처음부터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기분 같달까. 살아남으려면 거품이 같은 아이가 꼭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생존이 우선이라.”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령을 보았다. 나령은 어깨를 움츠리며 웃었다. 솔직하게 심정을 이야기하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남자가 눈부신 듯 눈가를 좀 더 가늘게 그었다. 나령은 그게, 눈이 부셔서라고 생각했다.
“사랑스러운 여자야.”
“네?”
“사랑 많이 받고 컸나 봐. 스스럼없고, 사랑스럽고 귀여워. 웃음은 햇살처럼 밝고 예쁘고.”
나령은 귀밑까지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갑자기 남자의 말이 가슴속으로 슥 치고 들어와 말을 잃어버리게 했다.
남자는 기분이 좋은 듯 빙긋 웃었다. 거품이 다가와 손을 핥았다. 나령은 쑥스러운 얼굴을 들키기 싫어 일부러 거품의 긴 털을 헝클어트리고 거기 고개를 파묻었다.
“불은 피웠어?”
남자는 이제 자연스럽게 나령의 행적을 묻고 있었다. 그런데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너무 자연스럽게 나령도 술술 대답하고 있었다.
“아니요. 불 피우는 방법도 모르는걸요. TV에서 하는 걸 본 적은 있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겠지. 춥진 않았어?”
“어, 그게…….”
나령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잠시 궁리하다 그냥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이불에 질식당해 죽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엄청나게 두꺼운 솜이불이라.”
“하하하.”
남자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환하게 웃었다. 나령은 입을 삐죽거렸다. 남은 엄청 힘들었는데 저렇게 웃다니. 꼭 비웃는 것 같잖아.
남자가 웃음을 멈추고 다정하게 보았다. 그 시선에 당황한 나령은 고개를 돌렸다.
“고생했겠네. 책을 빌려준 사례로 하나 더 알려 줄게.”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작이 쌓인 헛간을 가리켰다.
“장작 아래쪽에 보면 열쇠가 있어. 잠긴 문 좀 열어 볼래?”
나령은 의아해하면서 헛간으로 갔다. 과연 장작 아래 덮인 헝겊을 들추자 열쇠가 나왔다. 그 열쇠로 장작 옆의 잠긴 문을 열었다. 거기엔 자전거가 한 대 있었다.
“이건…….”
“응. 자전거야.”
남자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걸 타고 길을 따라 죽 내려가. 오솔길이라 드라이브하는 기분이 엄청 좋아. 길이 끝나는 쪽에 간판 없는 가게가 하나 있거든? 철물점이야. 거기 가면 알바 하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그 친구한테 불 피우는 거랑 이것저것 부탁할 수 있을 거야.”
“철물점이요?”
알쏭달쏭해진 나령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걸 본 남자가 다시 다정하게 시선을 맞췄다.
“음. 가 보면 알아.”
“하지만 눈이 오는데요? 자전거로 가기엔…….”
남자가 쿡 웃었다. 하지만 놀리는 기색은 없었다. 그냥 뭔가 마냥 우스운 모양이었다.
“그거 산악용이야. 게다가 눈길 주행용으로 바퀴도 더 굵은 놈이지. 누가 타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을 거야.”
나령은 새삼스럽게 자전거를 보았다. 과연 바퀴도 더 굵고 삐죽삐죽한 무늬로 가득 차 있었고 브레이크도 앞뒤 두 개나 달려 있었다. 예사 자전거는 아니었다.
계속 신기한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나령은 그가 누구인지, 왜 이 집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지 묻는 것도 잊어버렸다. 게다가 그의 말에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기묘한 힘이 있었다. 강요하지도 않고, 말투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울 뿐인데.
나령은 잠시 망설이다 자전거를 꺼내 올라타 보았다. 거품이 컹컹 짖으며 자전거 뒤를 따랐다. 금세 차가운 바람이 볼을 쓸고 지나갔다. 나령은 자전거에서 내려 후드를 단단히 조이고 다시 자전거를 탔다. 그러고는 거품에게 손을 흔들고 자전거를 몰았다.
남자가 여전히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하듯 바라보다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령도 잠시 망설이다, 손을 마주 흔들었다. 그러고는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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