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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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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다케이 (지은이)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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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처럼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악처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7798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7-02-07

책 소개

깡다케이 장편소설. 렌은 이 여자에게서 죽을 만큼 힘들다는 말이 아니라,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졌다.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 거부할 정도라면 그 반대의 경우 또한 죽을힘을 다해 사랑할 것 아닌가. "미안해. 근데 난 당신이 계속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목차

- 프롤로그
- 만나야 했던 것처럼
- 꿈인 것처럼
- 중독된 것처럼
- 경고처럼
- 모르는 사람처럼
- 처음처럼
- 악처럼
- 마지막처럼
- 에필로그

저자소개

깡다케이 (지은이)    정보 더보기
반짝거리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반짝거리고 예쁜 로맨스를 좋아합니다. 출간작 -템페스트 -야만과 이체 -기린왕의 상아 -티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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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저를 바라보느라 크게 떠진 두 눈동자가 너무 예뻤다. 좋은 말로 축하하기 위해 달싹이는 입술이 예뻤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축하를 받은 기분이었지만 그치지 않는 욕심이 품 안으로 리제를 끌어안고 붉게 핀 입술에 제 입술을 덮었다.
“……야!”
아주 잠깐 입을 맞춘 뒤, 물러나 리제의 반응을 살피니 새빨간 홍당무가 되어 굳어 있었다.
주변에서 야유인지, 환호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소리들이 터져 나오는 게 부담스러운 모양이지만 이 많은 사람들의 두 눈에 이걸 새기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건데, 여기서 물러설 순 없었다.
“네가 내 축하야.”
그리고 다시 이어진 키스는 방금 전보다 훨씬 더 열렬했다. 아주 가쁘고, 뜨거운 제 축하 선물이었다. 한참의 키스 끝에 리제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진짜, 뭐하는 짓이야…….”
도대체 언제까지, 얼마나 창피해하려고 그러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숨을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리제가 귀여워 한참을 웃었다.
“연인사인데 키스한 게 부끄러운 일인가?”
“그런 게 아니라 저번에도 말했듯이 장소 좀…….”
“숨어서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더라고. 네 말대로 그렇게 가리고, 챙겼더니 아직도 내가 네 연인인 걸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자 리제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제게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는 모습조차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어 손을 뻗었지만 이번엔 단단히 삐친 모양인지 쉽게 잡혀 주질 않았다.
그런다고 멀어지게 내버려 둘 만큼 호락호락한 성격도 아니라 밀치는 손을 우악스럽게 붙잡아 다시 한 번 세게 끌어당겼다.
“날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안 싫어해. 안 싫어하는 거 알면서 그렇게 묻는 네가 지금 얼마나 얄미운지 모르지? 보면 항상 나만 곤란한 것 같아.”
“내가 훨씬 더 곤란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감정 조절이 안 되거든. 근데 해보니 나쁘지 않네, 이런 것도.”
리제에게서 좋은 향기가 났다. 제 품에서 만개하는 그 향기로운 꽃을 그대로 꺾어 집어삼키면 좀 더 달콤하지 않을까 해서 뺨과 귓불에 입을 맞추고,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한참 동안 단숨을 들이마셨다. 그것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지만 이렇게 물고 빨면 닳아 없어질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이 폭력적인 불안과 떨림이 빨리 멎길 바라지만 그걸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면 리제가 저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일도 없을 것 같았다.
리제가 먼저 좋아하고 지금도 자신이 더 많이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닌 것 같다. 처음은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제 감정이 훨씬 깊고, 무거웠다. 사랑에 빠졌다는 말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짙은 마음은 밤처럼 검고, 악처럼 지독해 로맨틱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대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었다.
“이제 아카데미에 너랑 내 관계를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겠다. 이제 만족해?”
“아니? 내가 훨씬 욕심쟁이거든.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할 리 없잖아.”
“어떻게 해야 만족이 되는데?”
솔직한 속내를 다 꺼내 말한다면 아마 놀라서 제게서 거리를 두려고 하지 않을까? 본인은 순진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리제 기준의 순수와 제 기준의 순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솔직히 리제에 대해서 만족하기 위한 상한선이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겠고.
너무 부족한 것투성이라 그게 다 채워져야만 만족이 될 것 같았다. 다만 그게 언제쯤 다 채워질지 알 수 없다는 대답만 겨우 했는데, 그 대답에 리제가 품 안에서 풋 하고 웃었다.
“다행이네.”
“뭐가?”
“네가 만족할 때까진 계속 이렇게 나 예뻐해 줄 것 아냐.”
그 말에 이번엔 제 입에서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이 부족함이 다 채워지고 난 다음에도 충분히 예뻐해 줄 자신이 있었다. 리제가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날이 온다면 오히려 편하고 안정적일 테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래오래, 예뻐해 주겠다고 대답하고 그 말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사랑을 퍼부었다.
단어가 주는 동글동글하고 폭신한 느낌을 리제가 고스란히 느끼고 간지럽게 받아 준다면 늘 낯설기만 한 그 사랑이란 단어에 익숙해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 둘만 괜찮다고 다 괜찮은 건 아니었다. 누구의 인정도, 관심도 필요 없고 그저 우리 사이만 좋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그처럼 모두의 앞에서 리제에게 확인도장을 찍은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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