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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8924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7-08-25
책 소개
목차
Chapter 9. 본격 현실 연애
Chapter 10. 대망의 졸업식
Chapter 11. 초콜릿 첫날밤
Chapter 12. 입사
Chapter 13. 여전히 알아가는 중
Epilogue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주가을.”
“응.”
“넌 나랑 너무 달라.”
“…….”
“너 아니었으면 파리는 영원히 나한테 미술관이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오는 쓰레기 도시였을 거야. 근데 너 때문에 파리 이곳저곳을 다 돌아다녀. 하다못해 강에 떠다니는 나뭇가지 하나도 네가 다르게 해.”
가을이도 같다. 준이가 아니었다면 파리는 가을이에게 절대 지금과 같은 의미일 수 없다. 다 흔들어놓고 증발해 버린 준이 때문에 바스러질 것 같은 감정으로 도망쳐 왔던 파리다. 그딴 자식 훌훌 털어버리라는 헌재 말을 따라 사무치는 그리움을 삼키며 돌아다닌 곳이다.
하루하루가 벼랑 끝에 매달려 최후의 판결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가슴이 답답했고, 눈물이 차올랐고,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뻐근해지는 준이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또 다른 희망을 품을 수도 없었다. 이미 마음이 너무 너덜너덜해져 있었으니까.
그때 기적을 이뤄준 곳이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만큼 그리웠던 남자가 나타난 곳이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눈물을 닦아줬고, 간신히 억눌렀던 감정들을 억수로 쏟아낼 때에 꽉 안아줬다. 처음으로 사랑이 이루어졌다.
첫 단추를 끼운 곳이고, 첫키스를 한 곳이고, 온 세상을 핑크빛으로 만들어준 연애의 장소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빛났다. 준이가 있기 때문에. 한데 그도 똑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손을 더 꽉 움켜잡았다.
“그림으로 보기 전엔 아무 느낌도 없고, 그림으로 봤다 쳐도 매치가 안 되고, 그걸 현실에서 찾아볼 생각도 한 적 없는데 주가을 네가 그걸 계속 찾아와. 세상을 쓰레기 소굴로 보는 내 앞에 갖다 놔.”
“…….”
“그러니까 남 상처 주고 망가뜨리는 것 외엔 해본 적 없는 내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부진 음성을 뱉었다.
“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게 생겨.”
가을이는 점점 몸이 떨렸다. 손에서 느껴지던 떨림이 어깨까지 전이되며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준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듯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은영이가 부케 받아달라 하여 식은땀 흘릴 때도 눈 한 번 안 마주치던 남자다. 관심도 없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냥 받으라 툭 던지다시피 내뱉고 입 닫은 남자다. 오늘만 해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준이 역시 꿈도 야무지다며 웃었다. 근데 지금 울음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가 잡고 있는 손에 끼어진 반지가 무슨 반지인지 직감하는 순간,
“네가 보는 세상만큼은 절대 망가지는 일 없어.”
그는 고개를 들었고.
“약속할게.”
나직한 눈이 흔들리는 동공과 닿았다.
“결혼하자, 가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