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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9464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7-12-0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7
1. 불편한 재회 앞에서 11
2. 6년 전, 그들의 헤어짐(1) 43
3. 소나기를 만나다 74
4. 6년 전, 그들의 헤어짐(2) 129
5. 너라는 바람이 분다 189
6. 혼자가 되는 두려움 242
7.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발자국 따라 289
8. 기로에 서다 349
9. 너를 응원해 395
에필로그 1. 여전히 사랑임을 421
에필로그 2. 다시 사랑, 또다시 삶 453
작가 후기 52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네 뜻대로 불행한데, 왜 왔어?”
내 물음에도 너는 눈을 감고서 내 이름을 부른다. 참 많이 듣고 싶어 했었다, 네가 부르는 내 이름을.
너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지난날의 모든 것과 단절한 후에도 그랬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다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너와 널 향해 돌아보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못된 우연을 바란 적이 있었다. 차라리 지금이 아니라 그때여야 했다. 너는 그때 잠깐 내 이름을 부르고, 나는 잠깐 너를 돌아보고 그렇게 끝났어야 했다.
차라리 여기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고, 이대로 여기서 모든 게 끝나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이와 나의 결혼사진이 걸린 집에 너와 나, 참 어울리지 않는 이 장면에서 모든 게 그대로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고…….
술에 취해 잠든 너의 잠꼬대. 네가 부르는 내 이름. 이 부조리한 상황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런 내가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앞의 네가 꿈만 같아서 자꾸만 허공중에서 널 향해 다가가던 손이 멈칫거렸다. 닿는 순간 사라져 버릴까 봐.
“지금 네 꿈속의 나는 어떤 모습이야?”
나는 대답 없는 너에게 조심스레 손을 뻗어본다. 떨리는 손끝이 너의 뺨에 닿았다. 따스한 온기에 눈물이 흐른다.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너는 그 자리에 그대로였다. 다시는 볼 수도 만 질 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너였다.
긴 시간이 흐른 지금의 너는 다시 만나서도, 만져서도 안되는 사람인데 넌 자꾸만 나를 찾아와 내 이름을 부른다. 난 또 그런 너를 보고, 듣고, 지금 이렇게 너를 만지고. 나는 너를 피해가고 싶지만 피해갈 수가 없다.
“은결아…….”
사방이 너로 가로막힌 느낌. 너라는 감옥에서 나는 네가 자물쇠를 열고 꺼내줄 때까지 나올 수 없는 죄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정말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네가 너무 보고 싶어져서, 네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그런 내 꿈에 네가 찾아와 준 거라면 좋겠다. 지금 이 상황이 그렇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똥 아니야.”
술 취한 너의 잠꼬대에 울던 나는 웃고 만다. 끝없는 눈물이 흐르는 얼굴 위로 웃음이 번진다. 나는 잠이 든 네 앞에서 긴장을 놓은 채 울며, 웃으며 아주 작게 네가 듣지 못할 말을 혼자 속삭였다.
“그래, 맞아. 아니야. 넌 나한테 그런 사람 아니야.”
네가 더러워서 피해가고 싶은 똥이라고 했던 말은 거짓말이다.
“나한테 너는 그런 사람일 수 없어.”
너는 나에게 예고 없이 갑자기 내린 비다. 준비된 우산은 없고, 이 비를 맞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그런 비. 그저 할 수 있는 건 지금 내리는 이 비가 한때의 소나기이길, 어서 빨리 이 비구름이 물러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런 비. 나는 너라는 비에 젖는 것이 두려워 이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우산 없는 사람이다. 내 주변에 네가 내린다.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소나기이길 바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