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9860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8-02-26
책 소개
목차
Intro · 7
1. 전야 · 9
2. 잿빛으로 가득했던 세상 · 29
3. 뒤엉킨 감정 · 43
4. 팔춘기 · 65
5. 독, 독, 독. · 75
6. 느려지는 순간들 사이 · 97
7. 불가항력 · 125
8. 막을 수 없는 파도 · 167
9. 휴전 · 205
10. 홈 스위트 홈 · 219
11. 은람의 기억 · 231
12. 견디지 못할 · 262
13. 고백보다 먼저 급한 불 · 287
14. 호랑이가 내미는 찹쌀떡 · 314
15. 그리고 봄이 온다 · 363
16. 너는 늘 내 곁에 있다 · 376
외전. 이제 너를 사랑할 시간 · 395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제 독립해도 되는 거죠?”
달그락거리는 식기들이 싱크대 안에서 부딪쳤다. 그 거침없는 성격과 고집 한번 누구와도 참 닮은 것 같다고 느꼈다.
“그것도 미안한데. 안 돼.”
“……왜요?”
“그건…….”
명확하게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지훈은 도리어 자신이 더욱 답답한 듯 인상을 썼다. 은람은 대충 정리가 다 된 식탁을 행주를 가져와 마무리하고 의자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몸이 노곤하게 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슬슬 졸음이 오는 것 같기도 한데, 한바탕 소란을 치르고 난 뒤라서 그런지 대답은 다 뒤로 미뤄 두고 당장 침대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혹시, 돈 때문이면…….”
지훈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뒤를 돌아 은람을 바라봤다.
“내가 궁해 보여? 혹시.”
“아뇨, 그런 뜻은 아니고요.”
“조금 더 고민해 보게 시간을 좀 주라.”
“…….”
“그러니까. 널 내 품에서 내보내야 하잖아.”
품이라고 표현했다. 아기 새를 품은 어미 새라도 된단 말이던가. 은람은 조용히 웃었다.
“음, 표현이 좀 이상한데. 아무튼. 좋은 동네, 얼마가 될지 모르는 긴 시간 동안 네가 살 만한 적당한 곳을 찾아보자는 이야기야.”
“시간 끌 수작 부리지 마세요. 시간 끌면 저는 저대로 강경하게 나갈 거예요. 이제는 가끔이라도 얼굴 보며 살 순 없어요. 그 어디가 됐든.”
“…….”
“그 어디가 됐든.”
지훈은 조용히 격하게 터져 나왔던 은람의 고백을 상기했다. 지키고 싶은 조그마한 게 이제는 제 품을 떠나겠다고 발톱을 세우고 가슴을 할퀴는데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아파 왔다. 은연중에 느끼고 있던 이상한 감정이, 그녀의 입으로부터 실현이 됐을 때 지훈은 절망했다.
은람의 방문이 조심스럽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선명하게 뜬 달이 주방 창문에 걸려, 지훈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