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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8970894
· 쪽수 : 292쪽
책 소개
목차
2. 적응기
3. 술의 용기
4. 호감 혹은 호기심
5. 시나브로
6. 호기와 오기
7. 벚나무
저자소개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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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야?”
남자가 칼로 고기를 슥슥 썰며 물었다. 자칫 유쾌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엔 서슬이 퍼랬다.
“유이랑이요.”
“유이랑…….”
남자는 팔걸이에 삐딱하게 기댄 팔을 올려 포크에 찍힌 고기를 빙빙 돌리다가, 입에 넣고 성의 없게 씹었다.
“유 회장님 돌아가신 지 한 3개월 됐나?”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 오늘이 90일 되는 날이에요.”
“음.”
그가 자세를 반듯하게 고쳐 잡더니, 다시 고기를 썰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그는 격식이나 품격이 빠짐없이 잘 갖추어져 진 듯 보였지만, 분명한 건 뱉는 말마다 성질이 올바르지 못했다.
“넌 혼외 자식이라며. 맞아?”
“…….”
이랑은 풀만 뒤적이던 포크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이럴 때는 대답보다는 침묵이 제게 유리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뭐, 그게 흠은 아니잖아. 네가 유 회장님 핏줄인 게 중요하지.”
남자가 두 번째 고깃덩이를 포크로 푹 찍어 가볍게 입 안으로 던져 넣더니 씹으며 말했다.
“사실 내가 이런 식으로 예의 없는 사람은 아닌데, 유 회장님 장례식장에서 널 본 기억이 없어서 말이지.”
장례식장 근처에도 발을 못 붙이게 한 어머니의 심정을 어떻게 잘 포장할까. 머리를 굴렸다. 잠깐 우물쭈물하는 사이 그의 포크가 이랑의 접시를 톡톡 때렸다.
“네?”
고개를 들자 어느새 턱을 괸 그가 무료한 얼굴을 하고 눈을 마주쳐 왔다.
“나랑 결혼하면 지켜야 할 게 딱 세 가지가 있어.”
“…….”
“첫 번째, 거짓말하면 안 돼. 두 번째, 숨기는 게 있어서도 안 돼. 세 번째, 방금처럼 머리 굴리는 티.”
“…….”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내서도 안 돼.”
남자가 이랑의 접시를 가져가더니 힘 있고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다 식어 빠진 고기인데, 가져가는 걸 보니 먹성이 좋은가 보다 싶었는데 자신의 앞으로 다시 접시가 돌아왔다.
“아무리 부유하게 사는 인생들이라지만, 음식 남기면 쓰나.”
남자는 다정함으로 포장된 야수 같았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다 준 동화책에서 보던, 그런 야수 말이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 결혼 날짜를 상의, 아니. 통보받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