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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5420010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3-07-15
책 소개
목차
상권
제 1부 | 젊은 날의 말늧
봄날은 간다 _10
달걀 같은 세상 _16
땅끝 가는 길 _76
한양 상단의 땅광 _96
세 가지 말늧 _138
제 2부 | 껍질 바깥으로
종잣돈 삼백 냥 _152
상략商略을 말하다 _167
개항장 제물포 _201
눈보라 속에서 목메어 울다 _216
붉은가슴울새 _239
제 3부 | 1896년 박승직상점
15년 만의 박승직상점 _262
찻잔 속의 물고기 _275
첫 번째 말늧 ‘박가분’ _295
길 없는 길 _311
작가의 말 _329
하권
제 4부 | 일제시대, 경성
비밀 토목사업, 한강 운하 _8
명함 한 장 _17
미망의 기억 _35
라석주, 동양척식을 쏘다! _55
청파동 아래뜸 _75
또다시 육혈포 _94
제 5부 | 만주시대, 봉천
세 번째 말늧 _126
마적 떼와 일본 관동군 헌병대 _153
쌀녀, 대륙에서 길을 잃다 _192
제 6부 | 해방 공간, 서울
1945년 여름 서울 _210
일본 잠수함과 반민특위 _232
아, 용산 철도공작창 _252
제 7부 | 에필로그
봄날은 간다 _286
남김없이 피고지고 _297
저자소개
책속에서
종로거리는 지척이었다. 육의전 바닥을 벗어나자마자 거기서부터 곧바로 종로거리였다. 그리고 종로거리는 육의전 바닥과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무엇보다 뻥 뚫려 있는 큰 길이 시원스레 눈 맛이 좋았다. 흥인지문(동대문)에서부터 돈의문(서대문) 앞까지 일직선으로 곧게 뚫린, 폭 56척(약 17미터)의 너비에 길이 15리(약 6킬로미터)길인 종로대로가 승직을 압도했다. 더욱이 잘 차려입은 양반들이 어찌나 많이도 오가는지. 그 위세에 눌려 도시 마음 놓고 길을 걸을 수조차 없었다.
- 상권
거친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일까. 멀지 않은 곳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눈보라를 헤치며 길게 울려 퍼졌다.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아암, 고기를 먹어본 지가 언젠데. 늑대가 비켜가 줄 것이다.’ 몇 번을 도리질했을까. 또 몇 번을 확신하며 물미장을 내디뎠을까. 한데도 늑대의 굶주린 울음소리는 쉬 그치질 않았다. 금방이라도 어둠 너머 저쪽에서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생각에 머리끝이 오싹 하고 섰다. 눈보라가 휩쓸고 지나간 짧은 정적 속에선 또 어쩔 수 없이 숨이 멎고는 했다. 그랬다. 평창읍에서 정선읍까지는 밤새 눈길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험준한 산길의 연속이었다.
- 상권
“승직이 자넨 상도가 아니면 결코 가려 하질 않겠지. 그렇지만 난 조금 다르다네. 난 말일세.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거리라도 할 수 있어. 이런 흙 먼지도 돈이라면 결코 털어버리지 않았을 걸세. 그렇다고 이런 나를 보고서 비웃지는 말게. 대경이 저 친군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으니까 말일세. 예를 들면 이런 거라네. 난 쾌락과 황금 이 두 마리 토끼를 쫓지만, 대경이 저 친구는 그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 같아도 실은 황금이 더 우선이라네. 대경이 저 친군, 아마 황금을 위해서라면 악마라 하더라도 손을 잡고 거래를 하려들 걸세, 하하하!”
- 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