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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5921951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17-02-20
책 소개
목차
1. 가장 사랑하는 것이 최대의 적이다
2. 무너진 자존심
3. 우리도 한때는 이렇게 푸르고 싱싱했던 날들이
4. 어떤 간절함 같은 것을
5. 상길네, 그 모든 것을 놓을 수 있었는데
6. 준길네,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7. 미라네, 자식들의 집을 전전하지 말고
8. 어머니, 아무 곳에서나 불러도 되는 이름이
9. 어머니
<해설> 가족극장 너머의 인간극장, 혹은 어머니 이야기
: 박민형의 <어머니>론_____ 박진영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노인의 시신이 구급차 안으로 밀어 넣어진다. 동시에 문이 닫힌다. 홀로 죽음을 맞이한 노인을 위한 어떤 의식도 없다. 짐짝처럼 구급차에 태워진 노인은 이제 이 골목에서 영원히 작별을 하는 것이다. 노인을 태운 구급차는 사이렌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노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가족도 없다. 지인이나 친구도 없다.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뜨거운 햇볕을 머리에 인 채 서 있는 구경꾼들이, 노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구급차가 떠나자, 구경꾼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 각각 흩어지고 있었다. 염씨만이 소주병을 든 채 앉아 있을 뿐이다. 작열하는 햇살이 염씨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꼼짝하지 않던 염씨가 일어난다. 그리고는 노인을 태운 구급차가 떠난 자리에 천천히 소주를 흩뿌리고 있다.
어머니란 존재는 그런 것이다. 자식의 얼굴 표정에서도 사소한 몸짓에서도 가만가만 내뱉는 숨소리에서도 조심조심 걷는 걸음에서도 알아차린다. 자식이 지금 밥을 먹었는지 굶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자식이란 부모에게 있어 그런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식들이야말로 부모에게 있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동시에 최대의 적일 수도 있다.
왜? 자식들한테 섭섭한 마음이 없겠는가. 어미이기 전에 사람인 것이다. 창조주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창조해 낸 작품, 사람이었다. 복잡하고도 미묘한 인간을 만들어 놓고 창조주는 숨을 불어 넣어 주며 세상의 것들과 소통하라고, 어미의 배를 빌려 태어나게 한 것이 자식들이었다. 그렇기에 제 속으로 낳아 놓고도, 그 자식들 때문에 수없는 눈물을 쏟으면서도 아무 말도 못하고 질긴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부모인 것이다. 그러나 어디 그 자식으로 해서 눈물만 흘렸던가. 아니었다. 그 자식으로 해서 생의 환희도 느꼈다. 그러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