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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023708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6-03-01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 004
프롤로그 … 008
징검다리 … 024
세월 저편 … 056
여울목 … 076
그날 … 110
그날 이후 … 142
나무와 가지 … 168
흩어지는 나뭇잎 … 196
그늘 뒤편 … 220
너울 … 244
에필로그 … 280
저자소개
책속에서
“태민아, 독하게 마음먹고 어미 말을 들어라. 백일도 안 된 아기가 대문 앞에 버려졌다. 형이 미국으로 가면서 아기를 해외 입양 시키려 하는데 그, 그래서는 안 되잖아, 그렇지? 너의 의견을 들으러 온 거야.”
멍한 시선이 된 태민의 눈길을 받고 있던 노인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고갯짓을 보였다.
“어머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겠다고, 얼굴도 못 본 아기를 버립니까? 제가 평생 혼자 살지언정 아기는 버릴 수 없습니다! 어머니, 제가 이곳에서 나갈 때까지만 아기를 지켜주세요. 어머니!…….”
새벽의 미명을 받으며 영원히 열리지 않을 듯했던 철문이 열렸다. 시원한 바람이 먼저 태민의 얼굴에 와 닿았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철문을 나서는 태민의 눈가로 회한의 물줄기가 주룩, 흘렀다. 그 세월은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했던 아픔의 세월이었다.
태민이 어머니에게 큰절을 올리는 걸 우두커니 바라보던 아이, 벽에다가 등을 붙인 채 낯선 태민을 가만히 바라봤다.
“들비야, 아빠야! 어서 가봐!”
조금 망설이던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와 태민이 벌리는 품속으로 들어가 안겼다.
“피는 못 속이는구나! 그렇게 낯가림이 심하던 애가 지 아비는 알아보는구나. 흑!…….”
어머니의 한숨 섞인 울음에 아이가 덩달아 울음을 토해냈다.
“울지 마, 울지 마라. 이제는 아빠가 너를 지켜주는 등댓불이 되어줄 거야.”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준 태민이 읊조리곤 입가로 미소를 지었다.
가녀린 팔에 수없이 멍들어버린 주삿바늘 자국이다. 새 것으로 바뀌었는지 가득 찬 혈액 주머니에서 핏물이 떨어진다. 바싹 말라버린 볼, 눈두덩 자체가 사라져버린 눈꺼풀. 툭 불거진 광대뼈만 보이고 살가죽이 뼈에 붙어버린 얼굴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다.
“들, 들비야!…….”
울컥 눈물이 쏟아져 차라리 자신의 가슴을 찢고 간을 뜯어내 아이에게 주고 싶다. 그렇게 아이가 살아날 수만 있다면 차라리 간을 뜯어서 주고 싶다. 아이가 살 수만 있다면…….
밭은 신음을 토해낸 아버지가 몸을 돌려 아크릴 창에 등을 붙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