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062516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12-25
책 소개
목차
김정순 시집 변명
시인의 말
1부
변명
1999년 사주리
귀향
을숙도에서
강
우리들의 어깨
소식
벽촌리 아침
눈이 녹는다 –1
동행
길 위의 오리털
속설
눈 오는 날 J에게
산책
가을밤의 동행
초파일
낙엽 쓰는 아침
가을산
완행열차
한 알의 콩
조화
남자는 바바리 여자는 머플러
2부
시 뽑기
새벽 강둑에 앉아
얼굴 ․ 하나
얼굴 ․ 둘
얼굴 ․ 셋
분수
사월
유월
강물에 앉아서
비닐우산
아침
낡은 정물화
모습
비
모래바람 속의 대화
낙화 ․ 1
다시 봉천동
에스컬레이트
유년기
미스터리한 꿈
잔설
나목
3부
20대
새벽 3시의 낙서
달빛
관계
겨울과 봄 사이
겨울여행
겨울 회상
이월 달밤
박꽃
가을에 쓰는 편지
가을나무 아래서
가을 운동장
겨울, 따뜻한 변주
세모歲暮
길이 달려 간다
오늘은 일요일
이웃
연말
백지수표
흘러가는 것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저녁을 꿈꾸다
새벽길
4부
사회적 동물
축제시대
신 지하철 풍경
도시의 초상
사회학 연구 – 적
별들은 어둠을 꿈꾼다
입동 즈음
시청 앞 광장에 비가 내린다
먼지의 힘
취醉중中일一시詩
퀵. 퀵. 서비스
단톡방
현미경 속을 드려다 보다
폭우 속에서
외침
깔깔하게 날 선 지폐 한 장
겨울목련
전철 속에서
물 속에 들다
눈이 녹는다 – 2
봄비소리
소낙비 지나고
저자소개
책속에서
변명
컴퓨터 벽장 속을 정리하다가
오래 된 시들을 보았다
부실하나마 때깔 나는 얘들 먼저 선보이고
방치한 미숙아들이다
이제는 돌볼 여력이 없어
눈 감고 세상 속으로 밀어버린다
미련 없이 버리지도 못하고
심혈로 길러 내지도 못한 채
두고두고
열 손가락 하나같이 아파할 것이다
성격 데로 세상을 산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변명 없이 온전한 하루를 꿈꾸고 싶었는데
먼지 낀 이름표 끝에
꼬질꼬질
한마디 변명의 말을 쓴다
미안해할지언정
부끄러워하지는 않으리라
시여!
우리들의 어깨
장미꽃이 어깨동무한 울타리를 지나 갑니다
장미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웃습니다
저렇게 환하게 웃는 웃음 속에도
고달픈 삶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스로가 가진 아름다움을 힘껏 다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내준 따스한 어깨 하나 있었기에
이제는 서로가 기댈 수 있는
아름다운 울타리를 이루지 않았을까요
내가 한 번 양보하지 않았던 자리를 돌아봅니다
내가 한 번 배려하지 않았던 자리를 돌아봅니다
상처에도 온기가 돌고
외로움도 아늑해져서
저문 저녁도 따스한 어깨를 내밉니다
나에게 편안한 어깨가 되어 주었던 가족과
나를 안락한 어깨로 기대었던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 가슴에 담아봅니다
길 위의 오리털
깊은 밤길 위로 세찬 바람이 불었다
오리털 한 아름 뭉쳐 길 위에 나딩군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다가 다시 길 위로 패대기를 쳐 댄다
청둥오리였을까 깃털이 거뭇거뭇하다
세상 물정 몰랐던 오리 한 마리
사력을 다해 도망친다
사나운 개를 피해
골목길로 철조망 울타리로 몸부림친다
공중으로 있는 힘껏 날아 보지만 버티지 못하고
다시 막다른 골목 끝으로 내몰린다
지옥 같은 밤길을 벗어나려 발버둥 쳐 보지만
결국엔 깃털이 다 뽑혔다
단추가 떨어지고 앞섶이 뜯기고
속옷 다 찢겨나간
알몸의 그 오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무심한 어둠이 눈을 감는 사이
떠나 온 강가를 다시 돌아가지 못했을 오리 생각에
나는 밤잠을 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