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062677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4-11-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어딘가 그 사람이 다시 핍니다
아침이 쓰는 詩
그냥, 우두커니
오월에 내리는 눈
다시 봄
나의 사랑 나의 글마
슬픔의 밀도
나도 엄마처럼
내 안에서 시작되는 봄
사랑은 2박 3일
오후의 햇살, 아마 거기서부터
변덕
하늘 묻히기
너의 한쪽을 내 안에 들이고
빨래, 로맨스를 꿈꾸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문득, 그 쓸쓸함에 대하여
적당한 그림움의 거리
나의 비타민
제2부
김치 국밥
토사쿠팽
하루 더하기
그림엽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하여
차근차근, 천천히
지독한 사랑
침묵의 온도
지펠
goodbye! 나의 카렌시아
내가 사랑하는 방식
가을장마
불편한 기억
가을을 건네다
홍시
선잠
한낮의 공원묘지
낡은 의자의 꿈
제3부
쉼표
기억의 온도
푸른 밤의 적요
그녀의 이름은
안부
제대로 이별
불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위로
내 편이 그리울 땐 김밥을 만다
보리차 향기
커피 더하기
엄마의 서랍
인사
봉투가 천 원입니다
타인의 밑줄
그 후, 49일째
제4부
환절기
방치된 슬픔
문득
어떤 하루
그냥
진실과 진실 사이
그냥 고마운 일
눈을 품기 좋은 날
갈등
슬픔이 잠든 사이
아메리카노
다른 마음들의 화해
골목, 그 겨울을 품고
마음
간절기
■해설: 평범한 일상을 감각적 이미지로 시에 이르는 길-양왕용(시인,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침이 쓰는 詩
되직하고 부드러운 쌀밥 냄새
하얀 먼동을 뒤집어쓰고
터져버린 세멘트 바닥 사이
가늘게 스며든 아침 한 줄
오래된 골목이 하루를 쓴다
밤새 쫓겨난 이유를 알 수 없어
날을 꼬박 새운 낡은 의자
빛바랜 패브릭 쿳션 위로
소리 없이 올라앉은 어린 길냥이
뜬눈이 데려온 아침에 얼굴을 묻는다
골목을 마주한 알루미늄 대문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고
어제도 혼자서 잠들었을 오랜 고독들
깊숙이 파인 주름 속으로
서둘러 아침을 들인다
나도 엄마처럼
절레절레 고개가 흔들렸던
모두를 다 태울 듯이 시뻘겋게 퍼붓던 그 볕이
투덜대며 흩날리던 어제 그 비에 겨우?
잡아뗀 시치미에 표정이 개구지다
늙은 여름은 천천히 조심조심
옆으로 비켜서서 잘 토닥여 보내는 거라던
친정엄마는 그해도 깡 마르셨지
여름도 원래 늦더위가 무섭다시며
여름이 무서워진 나는
하루아침에 얼굴을 바꿔버린
늙은 여름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저 엄마처럼 절레절레 고개만 흔들 뿐
하얀 두 볼이 빨갛게 익어 쓰라려도
내 동무같이 부비부비 그냥 좋았던
어린 여름을 아직 기억하는데
이젠 엄마처럼 나도 늙은 여름이 무서워
너의 한쪽을 내 안에 들이고
매미 울음이 이명처럼 아려오던 날
홑겹인 양 얇아진 널, 배 위에 올려놓곤
그 헐렁한 무게에 철렁이던 가슴
막힐 뿐인 말문을 설핏 젖어 올려다보는 너
만개한 치자꽃 한 송이 네 얼굴에 그려 넣으면
삽화처럼 아른거리는 물먹은 꽃별 하나
시간을 거슬러 어느 후회의 멱살을 잡아야
그렁그렁한 네 꽃별을 너에게 돌려줄까
한쪽뿐인 너의 낯섦이 아득히 떠도는 꿈길
남은 한별로도 괜찮다며 살랑대며 웃는 꼬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아 내 깊은 곳에 들였다 하면
그나마 근사한 위로가 되어 보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