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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224143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8-12-10
책 소개
목차
가을 하늘
으스대는 CCTV를 만나다
애완견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다
늙은 라일락나무
댓잎 떨어지는 소리를 듣다
보석 같은 사랑
초대장을 쓰다
보름달
바다를 향해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사람에 의해 강물에서 건져졌다는 상황을 파악한 순간 나는 그런 의문과 더불어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한 가지 강렬한 욕망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것은 방금 전까지 내 눈앞에 펼쳐졌던 드높은 가을 하늘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자유에 대한 소망이었다. 그리고 기대하고 있었던 대로 내 눈으로 직접 바다를 보고 싶다는 갈증과도 같은 욕망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가 내 스스로의 주인이기를 바랐다.
어쨌든 나는 그 순간 소원을 빌었다. 꼭 누군가에게 소원을 빌었다기보다는 내 안에 있을지 모르는 혹은 저 멀리 우주에 있을 초월적 존재를 향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모았다.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움에 떠는 인간이 아니라, 욕망을 좇아 필사적으로 분투하는 인간이 아니라,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나는 간절히 소망했다.
그렇게 나의 간절한 마음이 어둠 속에 안개처럼 스며들고 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시나브로 흘러갔다. 시간을 느끼고 있자니 문득, 어쩌면 시간이야말로 모든 것의 근원이거나 세상의 비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움직이지도 않고 변화하지도 않은 채 한 자리에 그대로 있다 보니 나에게는 시간의 흐름도 큰 의미가 없었다. 시간이 의미를 가지려면 변화가 뒤따라야 할 텐데, 나는 미동도 못하고 대나무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