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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계절

문밖의 계절

(14개국 여행에세이)

서현지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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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계절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문밖의 계절 (14개국 여행에세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세계일주여행 > 세계일주여행 에세이
· ISBN : 9791156225676
· 쪽수 : 214쪽
· 출판일 : 2021-01-22

책 소개

유럽에서, 동남아에서, 미주권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곳에서의 이야기, 이별의 후유증과 만남에 대한 설렘, 여행이 주는 피치 못할 고단함과 더불어 작가 본인의 사랑 이야기, 불면에 대한 속사정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목차

[프롤로그]
1. 첫 여행은 열아홉
2. 지방러에게 서울이란
3. 캐나다 워킹홀리데이1
4. 캐나다 워킹홀리데이2
5. 개같이 벌어 자카르타
6. 완전 망한 캄보디아 패키지여행
7. 스위스, 하필 여기서 이별
8. 불가리아, 모르는 남자가 꽃을 건넸다
9. 이 죽일 놈의 인도가 좋은 이유
10. 친절하진 않지만 러시아
11. 고향의 봄과 창원
12. 전주까지 갔는데 말입니다
13. 라오스에서는 아침마다 코피를 흘렸다
14. 오, 나의 케빈과 태국
15. 네팔. 지진이 끝난 후
16. 대필 작가의 특별 휴가, 베트남
17. 이바이크와 미얀마
18. 잠깐일 줄 알았던 스리랑카
[에필로그]

저자소개

서현지 (지은이)    정보 더보기
‘see you again’이란 말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경북대학교의 백양로를 좋아하며 숫자보다는 활자와 친하고 알코올에는 약하지만 늘 무엇에 취해 사는 그런 사람 모나미 펜의 뚝딱거림을 사랑하고, 신라면을 먹으며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걸 즐기며, 원고지 위에 요리조리 단어를 고쳐가며 문장을 만드는 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그런 여자 혼자 살기는 싫지만 결혼은 무섭고 대충 살기는 싫은데 열심히 살기는 귀찮은, 그래도 어쩌다 떠나는 여행 한 번에 ‘인생 살아볼 만하네.’ 생각하는 대한민국 평범한 30대입니다. 17개국을 여행했고 떠나지 못하는 나날에 대한 그리움을 책으로 엮었다. 인도 여행 에세이 『내가 그곳에 있었을 때』(맑은샘, 2016.), 14개국 에세이 『땀 흘리는 도시』(지식공감, 2021.)를 펴냈고 달구벌문학제, 이상화문학제, 한국문학예술 등에서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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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느 새벽, 평소와 다름없던 통화에서 L이 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아, 여행 가고 싶다.”
L이 희망했던 대학교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은 날이었다. 그날 L은 수학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최종적으로 접었다.
나는 불쑥 대답했다,
“가면 되지.”
L이 말했다.
“어디로?”
“너 돈 있어?”
“좀 있어. 7만 원 정도?”
“그럼 부산 갈래?”
“언제?”
“지금!”
지금이라는 말은 내가 뱉어놓고도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머리에 피가 도는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수능 이후 처음으로 할 일이 생긴 우리는 전화를 끊고 당장 떠나지 않으면 죽을 사람들처럼 짐을 챙겼다.
핸드폰과 지갑, 기차에서 먹을 간식과 목도리.
혹시 몰라 500원짜리 동전들도 비상금으로 챙겼다. 그러면서 어디로든 떠나버릴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역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나는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부산 좀 다녀올게.”

폴더폰을 반으로 접으며 진짜로 곧 어른이 된다는 걸 와락 실감했다. 내 지역을 벗어난다는 것, 그것도 부모님 없이, 그건 인생 처음으로 만져진 어른의 질감이었다.
-첫 여행은 열아홉 중에서-


“이 동네에서 보기 드문 젊은 아가씨네.”

할머니는 어떤 날에는 나를 알아봤지만 어떤 날에는 생전 처음 본 것처럼 대했다. 처음엔 “어제도 봤잖아요.”라고 했지만 며칠 후부터는 “모자가 예쁘시네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할머니는 백발 위에 올려진 모자를 살짝 고쳐 쓰며 천천히 웃었다. 오크베이는 웃는 것조차 느린 동네였다.
빵모자 할머니는 같은 말을 또 하는 오크베이 노인들 중에서도 특히나 구간 반복이 심한 편이었다. 빵모자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는 대부분 어린 시절에 관한 것이었다.

“그 동네는 참 좋았어. 아마 캐나다에서 제일 예쁜 동네일 거야.”

빵모자 할머니는 캐나다 재스퍼에서 태어났다. 재스퍼는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할머니는 재스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토론토로 넘어가 학교를 다녔고, 이후 남편을 만나 빅토리아에 정착했다.

“토론토에는 아주 많은 것이 있지. 하지만 재스퍼만 못했어. 재스퍼처럼 예쁘지도, 너그럽지도 못한 동네지. 그곳에서 나는 오래 공부를 했단다. 재스퍼가 그리워 나는 매일을 울었어. 아마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였을 게다.”

할머니는 재스퍼의 설산과 사람과 바람과 그곳에서 보낸 가족들과의 시간을 이야기할 때마다 말이 빨라졌다. 가끔은 어려운 단어를 썼지만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많은 것을 깜빡하는 할머니였지만 재스퍼와 관련한 이야기만큼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매번 똑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빵모자 할머니는 죽기 전에 재스퍼에 꼭 한 번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왠지 ‘가면 되잖아요’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건 돈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았다. 재스퍼 스토리의 마무리는 항상 비슷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1 중에서-


그 애와 나는 완전히 헤어졌다.
손바닥에 선명하게 전해지던 핸드폰의 온도를 나는 아직까지도 또렷이 기억한다.
빌어먹게도, 그 좋은 스위스에서 빌어먹게도 말이다.

이후 나는 조금 아팠고 불면을 앓았고 언어로 설명하기 힘든 허무를 견디느라 몸과 마음이 닳았다. 아마 그 애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어느 쪽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 애와 나는 예를 다한 연인이었고 주고받은 이야기와 공유한 시간이 무수한 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애와 나는 헤어졌다.
믿음을 가장해 태만한 애정을 보내는 동안
각자의 변화를 방관하는 동안
20대였던 우리가 30대가 되는 동안
둘 중 어느 한쪽도 서로에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까닭으로.

스위스가 오롯한 행복으로 남은 것은 훗날의 일이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동안 짬을 내어 구경했던 취리히, 무작정 걷다 발견한 곰 공원, 어설프게 피워 물었던 담배, 마주할 현실이 아득했던 베른의 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예뻤던 벵겐과 인터라켄과 알프스의 호수.
시간은 약이었고 많은 것이 나았으며,
비로소 나는 우리가 헤어진 곳이 한국이 아니라 스위스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연히라도 지나칠 일이 없는 곳.
그래서 불쑥불쑥 네 생각이 날 일이 없는 곳.
이별마저 우리는 너무나 예쁜 곳에서 훌륭히 잘 해내었다고.
-스위스, 하필 여기서 이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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