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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301530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4-09-1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 11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월야월미?”
문득 시선을 돌린 서하가 이린이 말한 단어를 따라 되뇌었다.
“저게 글자인가? 월야월미라 읽어?”
서하가 시침을 뗐다. 조부께서 한학자이신지라 어릴 때부터 사서삼경을 외우고 컸다는 얘기는 쑥 집어넣었다. 어깨를 으쓱하는 이린이 귀여워서라도. 다관에서도 시침 떼고 있었다는 얘기는 더더욱 할 수가 없다.
“한자는 배운 적 없죠? 월이 두 개면 뭐뭐 할수록 뭐뭐 한다예요.”
“그래? 그럼 밤이 깊을수록 아름다움이 더해간다는 뜻인가?”
그를 향한 이린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잘 엮어 맞추는데요?”
“밤이 깊을수록 아름다운 게 뭘까? 밤에 피는 밤장미?”
이미 플라스틱 스푼을 들고 빙수를 한 입 떠 넣은 이린이 눈을 흘겼다.
“밤장미, 그거 순수한 장미 얘기 아니죠? 남자들 생각은 정말.”
“그럼 무슨 뜻?”
“야시장을 뜻한대요. 밤이 깊을수록 아름답다고.”
“한이린.”
이린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을 때였다. 빙수의 얼음을 물어 차가웠던 입술 위에 뜨거운 기운이 서렸다. 부드럽지만 또한 거친 기운, 그리고 아득한 느낌. 문득 이린의 두 눈이 커졌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
흠칫 놀라 이린의 머리가 뒤로 주춤했다. 하지만 서하의 손이 그녀의 뒷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살짝 닿는가 싶더니, 그대로 밀려온 혀끝 사이로 단비 같은 촉촉함이 섞였다. 달다. 온몸이 저릿할 만큼. 차갑던 혀끝에 닿은 건 화염과 같은 뜨거움. 그렇지만 망고살처럼 부드럽다. 자꾸자꾸 맛보고 싶을 정도로 달콤하고, 또한 쌉쌀하다. 깊게, 또 깊게 그의 혀가 파고들었다. 길고 긴…… 정신이 아찔한…….
이런 키스는 해본 적이 없는데.
순간 움찔한 이린이 화들짝 몸을 뗐다. 빙수를 뜬 수저에서 녹은 물기가 그녀의 무릎 위로 뚝 떨어진 탓이었다. 저도 모르게 이린이 벌떡 일어섰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뭐라 할지 안 궁금해요?”
서하는 뻔뻔하리만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어깨를 으쓱한 그가 대답했다.
“따귀라도 때릴 테야?”
“따귀 맞을 짓 한 건 알아요?”
서하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은 것을 꾹 눌렀다.
밤이 깊을수록 아름다운 이는 한이린.
이린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좀 정확히 아는 쪽인지라 빠른 결정을 내렸을 뿐이었다. 만난 지 3시간 만에 청혼했다는 누군가가 지금은 온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 같지는 않다. 이린에게는 날벼락일 수도 있다고 서하는 인정했다.
“도둑키스라도 하고 싶게 만든 건 당신이고, 그러니 이건 이린 씨 잘못이지.”
이린의 눈이 커졌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서하의 말에 기가 막혔다.
“난 정서하 씨와 그런 거 할 생각 없었다고요. 우린 오늘 만난 사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