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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56332930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0-06-23
책 소개
목차
카레이스키 •007
아버지의 이름 •027
열차 안에서 •044
바니노 항구 •059
검은 섬, 가라후토 •068
탄광촌 사람들 •087
마트료시카와 뜸북새 •102
나는 사람입니다 •116
과외 선생 •130
밟아도 아리랑 •151
음모 •166
돌아오지 않는 배 •180
작가의 말 •19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치, 러시아는 나무도 살갗이 하얘.”
쑤라는 괜히 자작나무 껍질을 손톱으로 벗기며 투덜거렸다. 하얀 자작나무 껍질 위에 놓인 자신의 손등이 유난히 노랗게 보였다.
‘여긴 눈도 많이 오니까 세상도 하얗고, 나무도 하얗고, 사람들 피부도 하얗고…….’
쑤라는 괜히 억지를 부리고 싶어졌다. 자신의 피부가 러시아 아이들처럼 하얗지 않은 건 자기 탓이 아니라고. 부모님이 조선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칙칙한 피부색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아버지의 나라 조선에도 눈이 올까? 그곳에도 자작나무가 있을까?’
쑤라는 문득 아버지의 나라 조선이 궁금해졌다.
상자 안에는 자그마한 마트료시카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상점에서 파는 마트료시카 인형과는 달랐다. 대개 마트료시카는 스카프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통통한 러시아 여자 모양인데, 이건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인형이다. 아버지가 손수 만들었다는 증거였다.
‘와, 아버지가 이런 것도 만들 줄 아시다니.’
인형을 여니 그 안에 좀 더 작은 인형이 들어 있고, 또 열어 보니 인형이 또 들어 있었다. 쑤라는 크기가 다른 세 개의 마트료시카 인형을 나란히 세워 놓고 바라보았다.
‘내 안에 다른 내가 둘이나 있네!’
오늘 탄광에 끌려온 뒤 처음 맡아 보는 생선국 냄새에 뱃속이 꼬르륵꼬르륵 요동을 쳤다. 앞에 늘어선 배식 줄이 까마득히 길어 보였다. 드디어 현도 차례가 되자 가슴이 설렜다. 바로 앞에 선 박진태가 받은 국에 청어 조각이 담겼다.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였다. 자기 것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자신의 국에는 살점은 없고 앙상한 가시와 국물뿐이었다. 국 통을 기웃거려 봤지만 청어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운 좋게 조각이 박진태에게 간 것이었다. 저 맛난 것을 맛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현도는 박진태의 식판에서 냉큼 청어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자기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그 순간 박진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박진태는 현도의 입을 벌려 청어 조각을 빼내려고 했다. 현도는 뺨을 사정없이 얻어맞았다. 그래도 입을 앙다물고 벌리지 않았다. 이대로 맞아 죽는다 해도 고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입속에서 느껴지는 청어 맛이 황홀했다. 현도는 고기를 꿀꺽 삼켰다. 순간 주먹이 날아오고 발길질이 쏟아졌다.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반장님,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