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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36143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4-05-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이방인에서 경계인으로
1장 열네 살의 이방인
아주 특별한 여행/ 열 살짜리 불법체류자/ 이모를 살린 순발력/ 중국에서의 4년/ 한글을 모르는 열네 살/ 어떤 불시착/ 힘들면 잠깐 도망치는 거지/ 나의 롤모델/ 딱친구에서 남북한걸음으로/ 내가 북한에서 온 거 모르거든/ 환상과 희망의 한국
2장 뿔 달린 사람, 배꼽 없는 아이
북한 사람들 정말 뿔 있어?/ 우리는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어/ 간첩의 얼굴/ 남한에만 있는 막장 드라마/ 0.1%의 낯선 존재들/ 두부의 맛/ 무인도에 가면 꼭 내 곁에 있어/ 다시 태어나면 샤넬의 고양이로 태어날래/ 이제 한국 사람 다 됐다는 말/ 탈북자는 걸림돌이 된다는 말/ 흑백의 북한, 강요의 한국/ 탈북자가 방송에 나오면/ 북한 사람도 명품 가방을 든다
3장 경계에 서서
우리도 향수병을 앓습니다/ 이 결혼 절대 허락할 수 없어/ 자비심이라는 착각/ 먼저 온 통일/ 언어는 차이가 아니라 문제/ 북한이주민이라는 정체성/ 두리안 같은 자유/ 종북, 빨갱이, 이상한 책/ 통일이 이익이 된다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1998년 4월 20일, 당시 열 살이던 나는 외삼촌의 등에 업혀 두만강을 건넜다. 이모와 외숙모는 네 살이었던 내 동생과 고작 10개월 된 사촌동생을 업었다. 출근을 해야 했던 아빠는 발각을 우려해 남아 있었다. 그때 우리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빠와의 이별이 평생의 이별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우리가 한국으로 오는 사이, 아빠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두만강을 건너던 열 살짜리 소녀는 이제 서른여섯 살이 되었다. 남한 생활 22년 동안 나는 내가 남과 북 사이에 끼인 존재라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때론 버겁고 힘들었지만 그 애매한 정체성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나와 같은 사람만 아는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단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 갈라진 두 개의 한국을 잇는 일, 멀어진 남북한의 마음을 다시 연결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나는 두만강을 건넌 후 처음으로 국적이 없는 이방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차가운 두만강 물을 건넌 순간부터 우리는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당시 열 살이던 나를 비롯해 네 살인 동생, 10개월짜리 사촌동생은 불법이라는 개념이 뭔지도 모르던 어린 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