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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342397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17-12-05
책 소개
목차
펴내는 글·그리움이 담긴 차 향기 ·· 4
시
라벤다 꽃 뒤로 기차가 지나간다
허수아비 ·· 18
예순 살 ·· 19
나이를 먹는다는 것 ·· 20
사랑합니다 ·· 22
겨울잠 ·· 24
가을 하늘 ·· 25
상처 ·· 26
마음 ·· 27
꽃이어라 ·· 28
편지 쓰는 날
아코디언 랩소디 ·· 32
체념 ·· 33
세월이 간다 ·· 34
관계 ·· 36
빛바랜 기억 ·· 38
그대 ·· 39
정선 5일 장터에서 ·· 40
삶 ·· 42
어머니 ·· 43
단풍잎 ·· 44
자전거를 멈추고
모닝커피 ·· 48
내 이름은 무명씨 ·· 49
타인 ·· 50
빈 배 ·· 51
잠 못 드는 밤 ·· 52
뒷모습 ·· 54
슬픔 ·· 56
용서 ·· 57
봄날 점심 ·· 58
우체통 옆에 두고 온 우산
달님 ·· 64
연민 ·· 65
젊은 그대에게 ·· 66
여인 ·· 67
엄마 ·· 68
기도 ·· 69
가을비 오는 날 ·· 70
병원에서 ·· 73
글 자국 ·· 74
흔적 ·· 75
에세이
사루비아 꽃그늘
매운탕의 추억 ·· 78
그리우니까 살 수 있다 ·· 85
엄마의 지갑 ·· 89
서러운 이름 ‘엄마’ ·· 93
‘네’ 아버지 ·· 99
우리 아버지의 갱년기 ·· 102
빨간 스웨터 ·· 108
아버지가 주신 힘 ·· 113
엄마, 미안해요 ·· 122
냄새의 추억 ·· 125
울 엄마의 쌍꺼풀 ·· 128
머물지 않은 것처럼
집 밥 ·· 136
아이라인 그리는 여자 ·· 139
질긴 정이 그립다 ·· 143
비 오는 새벽 엘리베이터에서 ·· 146
산사에서 ·· 164
인디안 썸머 한 잔을 마신다
테겔 공항의 가족 ·· 172
어느 무덥던 날 ·· 177
이국의 온정 ·· 181
아름다운 관계 ·· 184
베를린 역의 모정 ·· 188
백발의 청춘 ·· 192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월 이른 아침 카페 첫 손님으로
노상 의자에 앉아 차가움을 느끼며 마시는
커피의 첫 모금은
간밤의 잠 못 들고 되뇌이며 곱씹던
모든 번민과 허허로움을 차분하게 밀어내고
평정을 찾게 하는 냉정함이 있다
멈춘 오열이 품은 시려움
스치는 바람에 상념이 흩어지고
쓰디쓴 맛 인내로
비로소 씻겨 내려간 어둠의 흔적
빛바래 놓아 버린 가을 잎이 떨어지고
분주해지는 사람들 물결과 소음
기어이 살아 낸 첫 숨결 같은
편안함을 마신다.
_시 ‘모닝커피’ 전문
나는 어려서 입이 짧아 잘 먹지 않아서 사 남매 중에 혼자 비쩍 말라 딱히 아픈데 없이 약골이었으니, 부모님 속을 어지간히 태우게 했다. 소고기 장조림을 해서 고기 쪽쪽 찢어 간장 국물에 고두밥을 비벼 주면 그것은 잘 받아먹었다고 했다. 그러던 내가 생선 비린 맛에 맛 들여 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낚시 덕분이었던 것 같다.
시골에 살 때 언제 동네에 저수지가 생겼는지, 아버지가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거나 동네 둠벙 또는 냇가에서 미꾸라지나 크고 작은 붕어들을 잡아 오시면, 나는 우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아버지가 생선 다듬으시는 것을 다 지켜보았다. 시장에서 생선을 사다 반찬 만드는 거야 당연히 엄마 몫이었지만, 아버지가 잡아 오시는 민물고기는 아버지가 직접 다듬어서 색 바랜 누리끼리한 양은 냄비에 담아 엄마에게 주셨다. 어쩌면 아버지는 그것마저도 즐거워하신 것 같다. 커다란 양동이에 미꾸라지들을 넣고 소금을 뿌리면, 미끈거리는 진이 빠지며 부글부글 올라오는 거품 속에서 미꾸라지들이 튀어 오르며 버둥거리는 것도 나는 지켜보았고, 붕어들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가려내실 때는 비린내를 맡으면서도 꼭 붙어 앉아 끝날 때까지 구경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붕어의 비늘을 긁어내시며 “이건 아가미, 부레, 지느러미다.” 하고 설명해 주셨고, 생각해보면 어린 게 어찌 그리 딱 붙어 앉아 다 지켜보았는지. 아마도 호기심과 더불어 기다릴 수 없는 그 맛 때문에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_에세이 ‘매운탕의 추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