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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344971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2-03-14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_ 시(詩)를 들여다보다 ㆍ 4
축하 글 _ 지우(知友) 문우(文友)로 40년 _ 이기순 ㆍ 6
화보집 ㆍ 161
2009년 릴케문학상 대상수상 작품 5편
초록도 해탈의 대상인가요 ㆍ 16
소음(騷音)과 고요 ㆍ 18
제부도 ㆍ 21
누이 ㆍ 22
저녁 바다 ㆍ 24
제1부
달빛 소나타 ㆍ 28
산도라지 ㆍ 29
겨울 덕유산 종주 ㆍ 30
공룡능선 ㆍ 34
대청봉 야간산행 ㆍ 36
야간산행 ㆍ 38
선자령 ㆍ 40
운무에 쌓인 도봉산에서 ㆍ 42
은해사의 단풍 ㆍ 43
백운산 ㆍ 44
야상곡 ㆍ 46
요양병원의 수채화 ㆍ 48
문자메시지 ㆍ 50
낮달 ㆍ 51
붉은 거짓말 ㆍ 52
빛과 그림자 ㆍ 54
환생 ㆍ 56
기다림 ㆍ 58
제2부
새로운 항해를 위한 기도 ㆍ 62
숨어있는 이기심 ㆍ 64
비육우(肥肉牛) ㆍ 66
노르웨이의 자작나무 ㆍ 68
새날을 간다 ㆍ 70
가벼움의 희열 ㆍ 72
여름이야기 ㆍ 74
나의 봄은 ㆍ 77
수학여행의 추억 ㆍ 78
허기재의 봄 ㆍ 80
어떤 흡혈 ㆍ 82
하루 ㆍ 84
환하게 떨린다 ㆍ 85
손의 독백 ㆍ 86
저어새 ㆍ 88
비 오는 날의 낮잠 ㆍ 90
꿈의 궁전 ㆍ 92
강물 ㆍ 94
제3부 사부모곡(思父母曲)
어버이날의 풍경화 ㆍ 98
요양소의 그림자들 ㆍ 100
물푸레나무 ㆍ 101
징검다리(처음) ㆍ 102
어머니의 가시꽃 ㆍ 104
목어(木魚) ㆍ 106
둑방길 ㆍ 108
엄마는 바지랑대 ㆍ 110
어머니의 일기 ㆍ 112
은행알을 줍는 할머니 ㆍ 114
두더지 1 ㆍ 116
두더지 2 ㆍ 117
투가리 ㆍ 118
어머니의 허공 ㆍ 119
그 겨울밤 ㆍ 120
개기월식 ㆍ 122
상할머니의 비손 ㆍ 124
물의 여인 ㆍ 126
제4부
들꽃 ㆍ 130
월광곡 ㆍ 134
비 ㆍ 135
날개가 돋는다 ㆍ 136
추수 ㆍ 138
3월의 알람브라궁전 ㆍ 140
은빛 웃음 ㆍ 142
끝나지 않은 전쟁 ㆍ 144
만리포의 노을 ㆍ 146
멍 ㆍ 147
화전 ㆍ 148
봄바다 2 ㆍ 150
호박 구덩이 ㆍ 151
물소리 그리기 ㆍ 152
어린 날의 초상화 ㆍ 154
3월의 동장군 ㆍ 156
이월의 눈꽃 ㆍ 157
반추 ㆍ 158
저자소개
책속에서
들꽃
1.
둥지를 벗어난 그녀는
비로소 날개를 편 새가 되었다
해당화 숲속을 헤집어도 보고
목화밭을 맴돌기도 하다가
가시밭 속 딸기를 따먹으려다
가시에 찔려 눈이 멀었다
더는 날 수 없는 새
그래서 꽃이 되기 위해
눈먼 운명을
가시나무 아래 묻어버렸다
2.
여름 같은 봄
겨울 같은 봄
종잡을 수 없는 그 봄날에
한 송이 들꽃으로 피어난 그녀
허망은 허공을 향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가시나무에 갇혀버린 들꽃은
자신이
허공이란 것을 알아버렸다
3.
실바람조차 막아낼 힘이 없는 들꽃
바람의 의지대로 흔들릴 때마다
둘러 선 가시에 온몸을 찔리는,
원망은 언제나 바람이었고
바람은 피멍드는 아픔이었음을
절규하는 꽃대를 여지없이 흔들어대는
회색빛 가시 바람은
히브리 노예를 후려치던 채찍이었다
4.
바람은 날마다
어둠의 술병을 실어 날랐고
술이 타는 연기는
심장을 갉아먹고 있었다
갈라진 바람의 혀가
속살을 헤집을 때마다
몸서리쳐대던 체념들이
수많은 사리가 되었던 밤
짓밟힌 들꽃은 왜 또 숨을 쉬는가
누가 저 모진 운명을 찬양했던가
5.
질긴 건 더 이상 꽃이 아니었음을,
저주를 주문처럼 외던 어느 여름밤
짜디짠 사해의 눈물이
어둠을 세례 하던 그 여름밤
기도가 바람의 뿌리를 갉아먹었음인가
한순간 바람은 가시나무로 변해버렸고
그 땅의 주인은 푸른 낫으로
가시나무를 댕강, 잘라버렸다
6.
두려움의 그림자가
말뚝처럼 그 자리에 박혀 있는 동안
들꽃은
상처를 끌어안은 채 떨고 있었다
일곱 번째의 봄이 다녀간 여름
눈물이 마르고
상처가 거짐 아물었을 무렵
비로소 바람의 그림자는 사라졌고
두려움의 그림자도 없어졌다
7.
초원에서 실바람이 춤을 춘다
시력을 되찾은 들꽃이 춤을 춘다
하얀 도화지가 된 그녀의 가슴에
한 송이 들꽃을 그리는 사람
노오란 씨방을 마저 그리고
천 개의 초록 날개를 펴고 춤을 춘다
노래하는 파랑새의 음률만큼씩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씨방
하늘이 흐드러지게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