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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김모래 (지은이)
시크노블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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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0485
· 쪽수 : 600쪽
· 출판일 : 2016-02-29

책 소개

김모래 장편소설. "책방에서 일하실래요?" "…네?" 이 사람, 방금 내 전과에 대해 제대로 들은 거 맞을까? 의구심에 휩싸인 승혁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자 서정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당장 사람이 급하고, 승혁 씨는 일자리가 없고. 딱 좋지 않아요?"

목차

펼치며
제 1장. Mad girl’s love song
제 2장. 빈집
제 3장. 초혼
제 4장. 오만과 편견
제 5장. 첫사랑
제 6장. 황무지
제 7장.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제 8장. 어린 왕자
제 9장. 오래된 서적
제 10장.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외전.

저자소개

김모래 (지은이)    정보 더보기
BL을 꾸준히 씁니다. 늘 아름답게 쓰고 싶습니다. [출간작] 카르마 천국의 문 최초의 온기 소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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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실례지만, 승혁 씨는 무슨 일 하세요?”

무슨 일 하세요? 그 물음에 방금 전까지 실례인지도 모르고 걸신들린 듯 입 속으로 집어넣었던 음식들이 도로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을 집에 들여 식사까지 대접할 만큼 친절한 남자. 승혁 인생에 이런 친절을 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 사람의 물음에 사실을 대답할 수도,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승혁이 입을 꾹 다물었다. 서정이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너무 무례했나요?”

저렇게 물어 오니 더 할 말이 없다. 승혁은 괜히 무릎에 펼쳐 둔 책만 쳐다봤다. 단어들이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처럼 보였다.

조직은 끝장났고, 갈 곳은 없었다. 허름한 보육원. 돌봐 주는 어른도 몇 없는 곳에서 애들은 저들끼리 자라났다.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태어난 진창에서 구르는 것.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지금까지는, 그게 당연했다. 그 당연한 인생이, 승혁은 처음으로 부끄러워졌다.

“저는…….”

갈 곳 없는 손이 매끈한 종이 위를 스쳤다. 이 책을 펼쳐 놓고 있는 것도 어쩐지 뻔뻔한 것 같아서, 승혁은 조심스럽게 책을 덮었다. 그러곤 웃음기 남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정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오늘 교도소에서 출소했습니다.”

얼마나 놀랄까, 생각했다. 비에 쫄딱 젖은 이를 가게에 데리고 들어와 씻게 해 주고 옷도 입혀 주고 밥도 먹여 놨더니 전과자란다. 저라도 황당할 것 같았다. 한숨을 작게 내쉰 승혁이 “죄송합니다.” 하고 덧붙였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눈치껏 일어서서 나가야 할까. 그전에 옷을 돌려줘야 할 텐데, 화장실에 걸어 둔 옷은 조금이나마 말랐을까.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잇는 사이 서정의 낮은 웃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승혁 씨, 갈 데 없죠?”

뜬금없이 직구가 날아왔다. 승혁은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타입은 아니었으므로, 잠시 당황해 입을 벌렸다가 이내 꽉 닫았다. 눈길은 아래로 향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마지막 말은 거의 안 들릴 정도로 작았다.

“알 수 있어요. 저도 예전에 그랬거든요. 갈 곳이라곤 아무 데도 없고, 아니, 딱 한 군데 있었는데 그곳이 사라져 버려서…… 완전히 혼자가 돼서, 갈 곳 잃고 서 있었던 적이 있어요. 지금의 승혁 씨처럼. ……그래서 알 수 있어요. 승혁 씨가 지금 혼자인 거.”

서정의 모양 좋게 휘어진 눈이 허공 어딘가를 향했다. 갈 곳이 딱 한 군데 있었는데 사라져 버려서, 완전히 혼자가 돼서…….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어요. 이 건물 번지수를 말할 때부터,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는 사람이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서정이 술술 감언이설을 쏟아 냈다. 사실 승혁을 처음 봤을 때 서정은 핸드폰으로 아는 사람과 바삐 연락을 하는 중이었다. 자신의 큰 우산이 다른 누군가의 어깨를 조금 감싸 주든 말든 알 바가 아니었다. 어디까지 가냐고 물은 것도 몸에 밴 의례적인 친절이었을 뿐이었다. 승혁이 말한 번지가 자신의 책방이 있는 건물의 번지만 아니었더라도 몇 걸음 우산을 씌워 주다가 말없이 가던 길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책방에 도착한 뒤의 승혁은, 좀 흥미롭긴 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휘청거리고, 눈동자는 멍했다.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듯한 기분도, 조금 들긴 했었다. 갈 곳을 잃은 사람의 망연자실한 얼굴. 꽤 신기한 일이었다. 이 건물 위층에 있던 사무실. 서정에게 그 사무실은 ‘증오의 대상이 머물던 곳’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곳이 누군가에겐 잃기 싫은 터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다.

“갈 데가 없는 건 맞습니다.”

승혁이 뒤늦게 긍정했다. 딱 한 군데 있었는데, 이제 없어졌네요.

“이 건물에 뭐가 있었는데요? 아는 사람 사무실이라고 했던가요?”
“네. 아는 사람.”

고개를 끄덕이는 승혁을 향해 서정이 슬슬 아르바이트 떡밥을 다시 던지려고 할 때, 승혁이 단어 하나를 덧붙였다.

“전부.”

아는 사람 전부.
어깨 근처가 이상하게 쓸쓸해졌다. 서정은 또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 남자는 전부를 잃었다.
다른 한 남자는 안식처를 잃었다.

이 쓸쓸함은 누구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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